머리말 

이 책의 목적은 수사학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수사학의 긍정적 측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11


수사학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언어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 안에 놓아야.  13


무엇보다 수사학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4


수사학은 서기전 5세기 후반 아테나이에서 기원했다. 수사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소피스트라는 교사 집단이었다. ...

이들의 사상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은 공교롭게도 적수들의 저작이었다. 따라서 후대 학자들이 공들여 연구했음에도 소피스트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소피스트술(sophistry, 궤변)'이라는 단어가 '기발하지만 청중을 오도하는 추론과 잘못된 논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기술'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18-19


브라이언 비커스(brian Vickers) 말마따나 "플라톤은 수사학을 희화화함"으로써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소피스트의 명성은 "플라톤의 일격에서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25


아리스토텔레스(서기전 384~322년)도 수사학을 옹호했지만, 수사학을 학문의 총체로 여기지는 않았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람이 형식논리를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27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요한 정의를 몇 가지 제시했다. 수사학은 "어떤 경우에든, 가능한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정의되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사법적 수사학, 제시적 수사학(예:추도사), 토론적 수사학(법률을 통과시키거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청중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의 세 장르로 나누었다.  28


앤드루 W. 로버트슨은 후보자를 찬양하는 '칭찬' 수사학에서 투표자에게 특정한 세계관을 지지하라고 촉구하거나 충고하는 '권고' 수사학으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후자의 수사학은 "간접적이고 정서적인 방법으로 청중에게 (대체로 진실이지만 종종 과장되고 이따금 허구인) 사건이나 원칙, 정책을 제시했"다.  52


수사학이 어떻게 수용되는가는 기술, 문화, 사회 내의 권력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비록 꾸준히 효과를 발휘하는 기법이 있지만, 그 자체로 성공을 보장하는 규칙은 없다. 그런 규칙을 정하려는 시도는 계급, 성별, 인종 같은 전제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수사학에 대한 -또한 수사학이 왜 논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좋은 출발점이다. 한 사회의 논증은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시하는가를 드러내며, 사회가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53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수사술은 당면한 상황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지 맥락을 무시하고 연설 자체를 위해 문채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괄적 체계가 아니라 기본적 연장이다. 이 연장이 있으면 다른 연설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고 자신이 시도하려는 것의 본보기를 얻을 수 있다.  58


웅변술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보통 세 갈래로 나눈다.

첫째는 사법적 연설(법정을 비롯한 법적 상화에서 벌어진다), 둘째는 제시적 연설(찬양하거나 비난한다), 셋째는 토론적 연설(투표자나 입법권자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설득한다)이다.  58-59


모든 연설을 장르별로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각의 연설에서 사법적, 제시적, 토론적 요소를 찾아보아야 한다.  62


흔히 수사학에서 다섯 가지 규범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1) 발상(invention/discovery), 

(2) 배열(arrangement),

(3) 표현(style),

(4) 기억(memory),

(5) 발표(delivery)다.

이것은 수사학을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눈 것으로, 연설의 장르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62


발상은 상황에 알맞은 논증을 떠올리는 과정으로, 그러려면 청중의 성격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

연설 주제에 논란이 있을 경우는, 진짜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도 발상 단계에 포함된다. ...

스타시스(stasis, 쟁점)라는 기법은 연설가가 자신의 믿음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문제를 발상 과정에서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 던지는 표준적 질문이다.  62-64


'배열'은 연설의 순서를 매기는 것이다. ...

논증의 구조는 설득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도입부의 목적은 키케로의 말을 빌리자면 "청중의 정신을 연설의 나머지 부분을 받아들이기에 알맞은 조건으로" 바꾸는 것, 달리 말하자면 청중의 주목을 끌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

수사적 구조를 분석할 때는 늘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구절은 왜 저기가 아니고 여기에 있을까? 어떤 효과를 의도햇을까? 연설을 더 효과적으로 배열할 수는 없었을까?  65-66


'표현'은 언어와 관계가 있다. ...

수사적 표현은 언뜻 피상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논증은 정치적, 사회적, 민족적 갈등을 미묘하게 자극할 수있다.  66-67


'기억'

고전기 수사학 교육에는 기억술 훈련법이 포함되었다. 그중 하나는 연설의 요소(각 부분의 실마리가 되는 상징)들을 집안의 각 방에 넣어두어 시각화하는 것이다.  68



사법적 연설이든 제시적 연설이든 토론적 연설이든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대락적으로 각각 성품, 감정, 논리에 해당한다)에 호소해야 한다.  71


세 요소의 경계선은 흐리거나 애매할 수 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에토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파토스) 자신에게도 최선일 것입니다(로고스)"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둘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도 있다.  72


분석의 한 차원은 이른바 수사학의 '거시적' 문제에 관심을 둔다. 어떤 성격의 연설인가? 어떻게 구성되고 표현되는가? 이성, 감정, 성품 중 무엇에 호소하는가? 하지만 연설가의 전체 목표를 절에서 절로, 문장에서 문장으로 진행시키는 (또는 지연시키는) 미시적 기법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75-76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꼽아보라는 물음에 데모스테네스는 첫번째도 발표, 두번째도 발표, 세번째도 발표라고 대답했다.  78


단어든, 소리든, 구든, 문장이든, 생각이든 반복은 필수적인 수사학 전략이다. 다음의 옛 격언은 메시지 전달의 핵심을 짚고 있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말하고, 말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말하라."  80


연설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 했는지를 청중에게 곧잘 이야기한다. 이것을 '메타담화(meta-discourse)'라 하며, 말이나 글에서 "제가 주장하려는 바는 ..."이라거나 "제가 입증한 것처럼..."이라는 문구로 논의 대상을 설명하는 것을 일컫는다.  80


역언ㄴ법(paralipsis)은 어떤 사안을 짐짓 건너뛰는 척하여 오히려 주의를 끄는 수법이다. 이를테면 "상대토존자의 음주 문제는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81


수사학을 분석할 때 "모든 청중이 알거나 믿는다고 연사가 가정하는(또는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85


'수사학의 발판'을 이해하는 것은 수사법을 구사할 때든 분석할 때든 매우 유용하다. 언어 선택을 의식적으로 성찰하면 수사학의 설득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투적 생각 패턴의 무분별한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수사학을 고안하거나 해독하는 바법의 공식 같은 것은 없다.  91


수사적 분석의 한 가지 목표는 말을 '해독'하여 그 속에 새겨진 의미를 드러내는것이 아니라 주어진 맥락에서 특정한 진술이나 상징의 사회적 의미를 간파하는 것이다.  97




20세기에, 수사학이 쇠퇴하고 심지어 경멸당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많은 이론가들이 '신수사학(new rhetoric)'을 제안했다. ..

사회학의 새로운 분야들에서 (부분적으로) 얻은 새로운 지식을 통해 수사학을 확대하고 재평가하고 다시 활성화하려는 욕망의 발현이었다.  114-115


수사학 이론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 케네스 버크 또한 (관점이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담화가 합리적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옛 수사학의 핵심어는 '설득'이었으며 옛 수사학이 강조한 것은 의도적 계획이었다. '새' 수사학의 핵심어는 '동일시'일 것이며 여기에는 연설의 호소력에 담긴 부분적으로 '무의식적'인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  115-116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무언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버크는 "사람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았으면 수사학에서 통일을 내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햇다.  116



수사적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무엇을 분석할지 정해야 한다.

어떤 자료를 연구할지 대충이라도 정했다면 질적 접근법과 양적 접근법 중에서 무엇을 위주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121-124


수사적 분석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선 짧은 현대 연설뭉을 꼼꼼히 읽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현대 연설문은 진본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맨 처음 할 일은 토론적, 사법적, 제시적 요소를 찾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각 부분이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중 무어셍 어떻게 호소하는지 살펴본다. 중의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심사의 예를 찾는다. 문채를 찾고, 연사의 메시지가 문채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는지-또는 방해되는지-분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테면 평범하게 위장한 온건한 표현이 실은 외집단의 가치를 공격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이를테면 연설문 초고, 사진, 일기, 신문 등)가 없는지 알아본다. 이 자료들을 어떻게 배열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명심할 것은, 이런 과체에서 결정적인 '정답'은 없을지라도 (적어도) 설득력 있는 답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이다.  127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로 지금도 형편없는 싸구려 수사가 난무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군계일학이 되기는 어렵지 않다. 적당한 속도로 명료하게 말하면 삼절문과 대조법을 구사하기도 전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첫걸음은 진짜 사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한편, 수사학의 이해는 다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수사학 기법을 알면 논증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럴듯하지만 오류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주장을 맞받아칠 수도 있다.  169-170


수사학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173


수사학은 스스로의 토대를 허물 운명을 타고났으며,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수사적 과정은 창조적 파괴의 영구 순환이다.  174




역자후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사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  180


수사학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수사학은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에 중대한 영향들 끼친"다. 이점에서 말하기 연습은 곧 생각하기 연습이기도 하다.  180-181


민주주의는 대화를 통한 합의를 바탕으로 삼는다. 우리는 설득하고 설득당하면서 합의에 도달하고 그 합의를 존중한다. 수사학을 동원하지 않고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은 독단이다. 수사학은 상대방의 견해에도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다. 수사학은 민주주의의 토대다.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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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논리적인 글은 구조와 특성이 모두 같다.  11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12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생각과 감정, 말과 글은 하나로 얽혀 있다. 그렇지만 근본은 생각이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먼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18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19


논리학이나 수학에는 공리(公理 공변될공 다스릴리, axiom)라는 것이 있다. 증명하지 않고도 참이라고 인정하는 명제가 공리다. 유클리드기하학의 평행선 공리가 널리 알려진 사례다. 글을 쓸 때는 사실을 수학의 공리처럼 대해야 한다. 증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주장은 반드시 그 타당성을 논증해야 한다. 사실과 주장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27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 없는 주장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다.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31-32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자기의 감저엥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어하고 관리할 수는 있다.  37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말과 글로 논증하고 토론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 규칙을 지키면서 글을 쓰는 것은 훨씬 어렵다.  45


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61


글쓰기에는 철칙(鐵則 쇠철 법칙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62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거의 100% 발췌 요약'이었다. ...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요약하려면 정확하게 발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63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65


논리글..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74-75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77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논리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78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91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 책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 논리적 사유를 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익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를 배운다. 하지만 독서도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123


독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132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글로 쓰라고 하면 더 어려워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견해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어휘를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뭘 몰라서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때 꼭 필요한 말만 하려고 일부러 침묵을 지키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지만 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무는 것은 그렇지 않다. 모든 침묵을 다 금으로 대접하면 무지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135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지시고가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136-137


논리적 글쓰기를 하려면 추상적 개념을 담은 어휘를 많이 알고 명료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추상적 개념을 익히려면 문학작품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양서도 많이 읽어야 한다.  140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168


잘 쓴 글은 말하듯 자연스러운 글이다.  195


글은 단문이 좋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199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술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202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

어휘가 부족하면 같은 단어와 표현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다.  204


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205


딱 맞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면 아무 데나 넣어도 대충 뜻이 통할 것 같은 단어라도 넣어야 한다. 어휘를 많이 알아도 정확한 언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209


글을 쓰면서 그때그때 딱 맞는 단어와 표현을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뜻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똑같은 단어도 다른 말과 어울리면 조금은 다른 맛과 색을 낸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어감(語感 말씀어 느낄감)', 외래어로는 '뉘앙스(nuance);라고 한다. 토박이말로 표현하자면 '말의 맛' '색깔' '분위기' '결' '무늬' 정도가 되겠다.  210


'모양'은 겉으로 보는 생김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뜻이 있는 단어는 '모양' 말고도 많다. '모습' '자태' '꼴' '꼬락서니' '몰골' 같은 말이다. 느낌이 좋은 순서로 배열하면 자태-모습-모양-꼴-꼬락서니-몰골이 된다. 이 여섯 단어를 잘 어울리는 다른 단어와 묶어보자. 천사처럼 고운 자태, 사나이다운 모습, 여러 가지 모양, 지저분한 꼴, 한심한 꼬락서니, 비참만 몰골, 이렇게 된다. 서로 무늬가 잘 어울리는 또는 궁합이 맞는 조합이다. 이렇게 어울리는 단어를 조합해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문장이 된다.  210-211


우리는 어휘의 무늬 또는 뉘앙스를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말을 익힐 때 문장 안에서 단어를 익혔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현을 만나면 저절로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어색하게 들리는 말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런 말은 나도 쓰지 않는게 현명하다.  211-212


스물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2년 남짓,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는 않고 중요한 단어만 적었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그때 생각했던 것을 재생했다.  224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하루 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첩에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주 엿새를 그렇게 하면 180분, 세 시간이 된다. 한 달이면 열 두 시간이다. 1년을 하면 15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3년을 하면 초등학생 수준에서 대학생 수준으로 글솜씨가 좋아진다.  228


글쓰기 훈련을 하는 사람은 분량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렇게 해야 압축의 미학과 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글을 연습할 수 있다.  234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236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뜻과 느낌을 강하고 확실하고 깊게 전하려면 복문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때만 복문을 쓰는 것이다. 간단한 원칙이지만 해보면 금방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다. 문장의 군더더기란 무엇이며 군더더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문장부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237


부사와 관형사도 적게 쓸수록 좋다. 이미 완성된 문장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문장 요소가 있으면 과감하게 빼야 한다.  239


내 글이 왜 쉬울까?

어려운 용어를 쓰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어도 독자가 쉽다고 느낄 수 있도록 써서 그런 것이다. 나는 주제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살마도 주의 깊게 읽기만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텍스트를 쓴다. ...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244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생을 채운다. 내면에 잇는 생각, 감정, 욕망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삶이 답답해진다. 각자의 내면에 무엇이 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257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260


사람은 무엇인가 표현할 것이 있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내면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글로 표현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263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면 쓰고 싶어 쓰는 글도 잘 쓸 수 있으며 그 역(逆 거스를역)도 성립한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으ㄹ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264


자기를 표현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생각과 감정을, 욕망과 충동을, 기대와 소망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해서 타인과 교감할 때 우리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267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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