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 있게 한다

무구한 눈빛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살고 싶어서 일순간 발바닥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눈빛이 내가 잃은 지 오래된 것이기도 하고 그 눈빛으로 내가 씻겨지는 기분마저 들기도 해서 마치 좋은 바람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사람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좋은 눈빛으로 주시하고 집중한다. 그런 사람이 내주는 커피는 이미 마시기도 전에 맛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가득 채워준다. 어떻게 보면 그 좋은 눈빛이 커피에 닿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식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잘되게 되어 있다. 잘하겟다는 그 마음이 눈빛으로 옮겨가면서 마침내 좋을 수밖에 없는 결과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눈빛은 그 사람을 가장 절묘하게 드러내주는 설명서이자 안내서 같다...

좋은 눈빛에 흔들렸으면 한다.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쉬지 않는 눈빛과 마주쳤으면 한다. 그것이 다행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우리가 한 편의 시를, 한 명의 좋아하는 시인을 가슴 안에 키울 때 얼마나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일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되기를 바랐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에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닮은 것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또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욕구가 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듯 사랑의 대상과 사랑의 순간을 찍는 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들을 담는 일, 그 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며 그 욕구 또한 강렬해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점이다. 그리고 왜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사랑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장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어떻고 어떤 계산법으로 헤어리는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낳아가지고 이 가을, 집 바깥으로 나올 때마다 문득문득 나뭇가지들을 올려보게 한단 말인가.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이 말은, 이 근거는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또하나의 믿을 수 없는 것은 식물의 이름에 관련되어 있다. 백리향이라는 풀의 이름에도 그만한 쉼표와 호흡이 장치되어 있다. 백리향은 낮게 자라는 나무의 일종으로 주로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식물의 향은 가을 풀 향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단지 식물의 냄새만이 아닌 동물적인 냄새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다 진하고 또 강렬하여 늦은 밤 책상에 앉은 사람, 마음이 허전한 사람, 종일초록 기력이 없는 사람, 사는 것이 지옥 같아서 자꾸 먼 데만 보는 사람을 자극하는 데 직방이다. 백리향도 발끝에 붙은 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세상에나, 다른 데 넣어둔 향기도 아니고 그저 발끝에 붙은 향기라니, 표현 참 아찔하다. 이름에 과감히 비과학을 이어붙인 것은 또 누구일까, 잘 모르긴 해도 감정의 물결이 꾸미고 벌이는 일일 터.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불을 켜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불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사위가 어슬해지는 바깥에 눈길을 주고 있으면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알지 못할 것이기도 하려니와 알 것만 같은 그 무언가이기도 한 것이 한순간 몰려온다. 그것으로 인해 그 시간이 채워지기도 하며 비워지기도 하는 그 무언가는 맛이 있지 않은, 퉁퉁 부은 눈가 같은, 처방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이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덩어리가 아니어서 달리 설명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탁 하고 불을 켜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그것의 정체는 느리고 아주 묽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굳이 덧붙이자면 세상의 가치와 속도와는 전혀 다른 화학물질을 닮았다는 정도밖에는 설명할 능력도 없다.




만약 누군가는 사랑하게 되거든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

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

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

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

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

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

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라.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

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맡아지는 

운명의 냄새를 모른 체하지 마라.

함게 마시는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이크가 

이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맛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는 몸이 조금 불편했고 남자는 무심했습니다.

모르는 사이니 괜찮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남자는 

기차에서 조각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기차에서 내릴 때

남자가 여자를 조금 도와준 것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흐르는 시간도 흐르는 풍경도 여행자라서 괜찮았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숙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다시 만난 것은 처음과는 달랐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 입자만큼 각진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남자는 여자가 만든 뜨거운 감자 수프를 나란히 나눠 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했던 시간의 냄새도 떠올렸습니다.


주관적인 모든 것들은 사이를 두고 객관화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기류 속에 있어서 같았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여행자이기에 그쯤이야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가방을 끌고 길을 나섭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2층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와 서서 손을 흔듭니다.

여자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남자의 손 흔드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햇습니다.

이번에는 남자가 자기 카메라를 가져와

오래 손 흔드는 여자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산처럼 기억될 것입니다.

멀어지지만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그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기적이지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황홀합니다. 혼자서는 결코 그 어떤 꽃도 피울 수 없다는 것도 황홀입니다.

우리가 기대는 것은 왜 사람이어야 할까요. 왜 사람을 거쳐서 성장하고 우리는 완성되어야 할까요. 혼자여서 불안한 것은 마땅히 이해되는 불안이지만 옆에 아무도 없어서 불안한 것은 왜 그토록 무서운가요.

나는 세상 모든 관계를 사랑으로 풀려는 사람입니다. 사랑이 밑에 깔려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얼굴 붉힐 일도 마음이 뭉치는 일도 없어지거든요. 일도 사람도 사랑한다고 주문을 걸고 사랑을 앞세우면 일도 사람 관계도 나아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은 그렇고 그런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인생에 몇 번 올까 말까 한 감정임을 알아주세요.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오나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

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나는 대중적으로 압도하는 풍경 앞에 서서 사진 찍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한 번 본 것으로 강렬했다면 그것은 사진보다 오래 남는 법이지요. 차라리 그게 영원할 수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과도 함께 사진 찍고 싶지가 않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포함하고 있고 나중에라도 그 좋은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전 같지 않으면 어떡하나 무서워서 그래요. 하지만 이 모든 불안과 실망들이 당신 앞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었어요. 당신으로 잘 살 수 있고 당신으로 잘 일어날 수 있어요.


사람으로 우리는 집을 지어요. 강렬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뼈대를 짓고, 품이 넓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지붕을 올리고,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데려다 실내를 데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인생의 중심을 받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지은 집은 바람에도 약할뿐더러 곧 녹아내리지요. 

그러니 눈을 감지는 말지요. 그건 세상과 친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니까. 세상은 그런 당신에게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어요.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은 당신에게. 세상은 사람한테로 나 있는 계단을 내 줄 수 없어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별것 아닌 풍경이고 시간이라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여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이 간절함으로 그래도 된다면 당신을 세상에 고소할 것이고, 나는 세상이 당신을 가둬놓은 아름다운 감옥으로 이사할 겁니다. 

그러니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길게 이어갈 것입니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처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켜켜이 낱장으로 들어내 펼쳐 놓아보면 일대의 사건이라 할 만한 일들은 모두 처음 일어난 일들이었다.

처음 마셨던 것치고는 잘 마셨다는 생각이다. 처음 저지른 것치고는 그나마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처음이어서 강렬한 것이, 그만큼 강력한 것이 내 생에서 나를 몇 번 더 뒤흔들 것인지를 너무 이른 그때여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여행은 인생에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하지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너와, 여행을 다녀야 살아지는 나 같은 사람의 간극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너는 여행의 조각이 아닌 다른 것들을 맞추면서 살아온 것일 거야.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최근에 본 어떤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떠올라. 혼자라서 밋밋하기만 한 밤을 겨우 보내고 아침을 맞았는데 숙소 앞에 누군가 여러 개의 눈사람을 만들어놓은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밤 동안 눈이 내린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존재가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굴려 눈사람들을 만들었다는 건, '그냥'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아름다움이 관여한 '기적'인 거지. 과연 그 사람은 혼자 보려고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아니지. 단지 그냥 차가운 눈을 굴린 게 아니라 기쁨이며 온기 따위를 굴린 거야. 어쩌면  사람다운 것에 더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는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사람은 원래 약하고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어. 그건 왜 그런가 하면 그 상태로부터 뭐든 하라고,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적당히 만들어놓은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약한 게 싫거나 힘에 부치는 게 싫은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는 몇몇 순간을 만나는 거지.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길을 떠나. 그걸 순례라고 치자구.

나에게 순례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 그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야. 

높은 산으로 해 지는 풍경을 보러 올라가 넋을 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알 수 없이 차오르는 마음 안쪽의 부드러움을 대면하는 순간, 맨발로 돌길을 걷고 걷다가 문득 푸른 잔디를 만나 발이 고마워하게 되는 순간, 낯선 방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이 방은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거쳐갔을까 하고 낭만을 상상해보는 순간, 그 자잘한 순간들은 모이고 모여 한 장의 그림이 돼. 그 그림이 중요한 것을 우리가 안절부절하고 아옹다옹하는 일상하고는 전혀 다른 재료로 그려진 것이라는 것. 

이런 작은 느낌들은 한꺼번에 광채로 다가오지. 아무렇게나 살다가 그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해주지. 그래, 그로 인해 사람이든 풍경이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사랑이 쓰다듬는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인 거야.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 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만큼의 진실인 거야.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이토록 둔탁하고 뻔뻔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체되는 것들이 많아서겠지요. 이토록 꿈을, 방향을 방해하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는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춤춰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밀당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수첩에는 <작고 허름한 가게 장부>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말이지요.




사랑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점선처럼 만나 실선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잊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건 자신이 살아온 범위 안에서지. 자신이 고개 끄덕이고 싶은 방향대로일 걸세. 내가 한 사랑이 어떠했노라고 누구에게 말하려는 순간 나 스스로도 쏟아지는 것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까봐 말하지 못한 것도 있지 않겠는가.




겨울나라

겨울만 있는 시간을,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찬 온도에서 뜨겁게 사는 것, 그것은 두 배로 사는 삶일 거라는 환상이 내겐 있다...

나는 '이 사람은 왜 이토록 나를 도와주고 있지?' '이 사람은 그저 내가 무사히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의 힘으로 핸들을 돌려야 했다. '이런 일에 이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이 지경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후진해 나오던 끝에 삼거리를 만났고 그곳에서 나는 사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하는 일이 잘되지 않을 때나 되는 일이 없을 때, 할 일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 그때 시인이 하는 일은 영감을 부르는 일이다. 영감이라는 것이 불러서 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서 제때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시인이 하는 일이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거나 왜 그래야 하는 지 모르지만 마땅히 그래야겠어서' 영감은 이런저런 일들을 지시하고 시킨다. 

영감이라고 해서 늘 굉장한 확신으로 도착하지는 않는다. 명중은 커녕 꽂히지 못할 때도 많으려니와 뭐라도 잡을 듯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속도를 잃고 그만 숨이 죽어버리는 경우, 또 매혹적으로 다가오더라도 그걸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상태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커다란 일이기도 한 것이 예술하는 사람의 일이다.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절박하게 군색하게 영감의 무엇과 직감의 무엇과 육감의 무엇을 기다리는 일을 합니다, 라고 말해야겠는데 제정신으로는 그 대답을 못하겠으니 직업적 고충이 참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던 길을 문득 멈춰 서서 한참 뒤를 돌아다보기도 하고, 불쑥 먹던 밥을 중단하고 신발을 신기도 하며,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한없이 아무 말 하지 않기도 하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탁자에 얼굴을 묻고 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다.

한 예술가가 이상히도 그러고 있는 것은 급히 바꿔놓거나 정돈해야 할 세계가 있어서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주시길. 그렇다고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오늘 비행기는 전면 결항입니다

제주..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씌어 있는 카페..




사람이 꽃

"카페 하실 거면 어떤 카페 하실 건데요?"

상인이 나에게 물었다. 두번째 만나던 어느 날 밤, 서로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음,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카페요."

삐딱하게 말했지만 상인에게 삐딱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 이해합니다."

"뭘요?"

"자기 공간을 가졌단느 게 중요한 것이지 수입 올리는 건 부차적이란 말씀이잖아요? 책도 읽으시고 음악도 듣고 싶은 거죠? 혼자사서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사람 마음을?"

"누구나 그런 커페를 갖고 싶어하죠. 누구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말에 슬쩍 귀가 열렸다. 저렇게 일방적인 말을 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예의를 갖출 수 있는지. 상인은 처음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좋아하나봐요."

"조금 관심만 있어요. 왜 제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사람을 좋아하니 사람을 잘 읽는 거겠다 싶어서요."

"사람을 좋아한 적은 있었어요. 한때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어쩌면 나는 수도사나 스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좋아하면 안 되니까, 사람은..."

사람이 아니면 무엇을 좋아해야 할까....


아름다웠던 낮과 밤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사랑하지 ㅇ낳는 사랑이라면 다른 세계로 옮겨가야 한다. 더이상 감정을 위조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충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사랑을 사려드는 이는 있지만 이별은 값이 엄청나서 감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이별은 사랑보다 한 발자국 더 경이에 가깝다...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살마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나 나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만간 다시 보자는 말은 했지만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하기엔 이르다...


정신적인 건강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있다.(이 말은 지금의 감정과 그 감정에 따라붙는 불안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내 정신적인 건강도가 만약 B라면 그 사람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은 좋아하기에 충분하지만 그렇다면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 'B'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불온에 가깝다는 말을 하려는 것인데 쓸쓸히 여기까지 왔다.

사랑은 0 이다. 사랑은 감정으로 숫자를 늘리는 일이지만 결국엔 0 이 된다. 0 하고는 상관없는 듯 우리는 100처럼 사랑하지만 결국엔 시간에 의해 바람에 의해 요지부동의 0 에 도착하고 만다. 아무 감정이 없는, 아주 무심한 진공의 상태.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먼 훗날의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픈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허무에 이르고 마는 그 0 에 대고 얼굴을 부빈다...


사랑은 0 의 그림자다. 사랑 자체로는 그림자를 만들 수 없는데다가 사랑이 0 의 뿌리에 단단히 붙어 있으니 그렇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도 끝없이 외로운 것은 0의 그림자를 껴안고 있어서다. 무인도에 같이 가자 해놓고 무인도에 그 사람을 남겨두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랑을 하면서 0 의 그림자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을 조금만 멀리 두려 한다. 너무 멀리는 두지 말고 가까이 있고 싶을 때, 냄새 맡고 싶을 때 달려가려 한다. 느슨한 감정에 숨겨놓은 긴장이 가져다주는 멀리를 당분간 즐기려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한다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랑은 0 이라느니 사랑은 0 의 그림자라느니 또 무엇이라느니 이렇게 멀미를 참지 못하고 허튼소리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는 사랑에게 엄청난 많은 것을 배웠으므로 그만큼의 빚을 지고 산다. 그것도 갚을 수 없는 아주아주 큰 빚을.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게싿.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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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십년 전, 생장피에드포르의 한 작은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세상에는 비밀과 신비한 길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주관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적 탐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건 아무런 의미없는 시도일 뿐이었다.  

1974년.  9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나로 하여금 생애 첫 책인 <순례자>를 쓰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계속 따라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 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날 북돋워준 것도 역시 그것이었다.  11


RAM 엄격함(Rigor)의 R, 숭배(Adoration)의 A, 자비(Mercy)의 M, 또한 왕국(Regnum)의 R, 어린양(Agnus)의 A, 세계(Mundi)의 M.  15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 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첫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은 예루살렘의 예수의 성묘(聖墓)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palmist)'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23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5

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써보지 못한 검이 녹슬어버리고 마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41


산 중턱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떼들이 보였다. 그중 한 마리가 대담하게도 꽤 높은 바위의 돌출 부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문득 녀석이 어떻게 그곳까지 올라갔는지 어떻게 내려올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염소는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의지해 뛰어내려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주위의 모든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는 여전히 계속 자라나고 생성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세상은 알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51

"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 깊이 만족하고 있어요."

페트루스가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앞으로 내가 행할 것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52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성행위와 비교하자면, 다들 아는 것처럼 오르가슴의 강도를 결정하는 전희와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삶의 목표를 가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와 그 길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나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57


속도 훈련 

보통 걸음걸이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요.

이 훈련을 일주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58

"시간은 항상 같은 리듬을 흘러가지 않거든요. 시간의 리듬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59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60


"신은 복수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분의 유일한 징벌은 사랑의 행위를 중단시킨 사람에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하도록 강제하는 것뿐입니다."  74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중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77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목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가를 포기한 것입니다. 즉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79

"당신 또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삶의 모험과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배웠지만,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부인하고 싶어합니다."  81


잔인성 훈련 

당신 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십시오.

검지손톰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로 세게 누르십시오. 고통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계속 누릅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육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십시오.  83


"인산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우리를 떠난 누군가로 인해, 그리고 우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고통을 받지요.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예속 상태로 변화시키지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84-85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힘 외에, 우리 곁에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두 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지요. 천사는 언제나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의 선물이죠. 그는 굳이 불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천사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시냇물에서도,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서도, 그리고 파란 하늘에서도 그를 볼 수 있죠. 로마군단의 이름 없는 병사들이 만들어 우리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이 오래된 다리에도 당신을 지키는 천사의 모습은 존재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불렀지요.

악마 역시 일종의 천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고 반역적인 힘이죠. 난 그를 사자(使者)라고 부르고 싶군요.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고대 사람들은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와 메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세 곱절이나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뜻)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어요 사자는 오직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개입합니다. 그는 교회의 황금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황금은 땅에서 온 것이며, 땅은 사자의 영역입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와 돈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그는 자기 마음대로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또한 쫓아내버리면, 우리는 그가 가르쳐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고 맙니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두루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권능에 현혹당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게 소유됨과 동시에 선한 싸움에서 멀어지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충고를 듣고, 필요할 때는 그에게 도움을 요천하는 것이죠. 그러나 결코 그가 자신의 규칙을 지시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97-98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미지를 빌려 비유하자면, 천사는 당신의 갑옷이고 사자는 당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갑옷은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을 보호하지만, 검은 전투중에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친구를 죽일 수도 있고 그 칼끝이 주인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검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될 수 있죠. 그위에 앉는 것만 빼고는."  99


엄지손가락의 생살을 드러낸 '잔인성 훈련'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나를 저버릴 수 있는지, 나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게 하는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부정한 여인은 용서했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저주했어요...."  104


더 중요한 건, 당신의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검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123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앴지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계관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36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이 우리를 얼마나 도와 주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48-149

"우리는 존재의 위대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세속의 일들로 내면의 열정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선한 싸움'을 하는 중에 겪게 되는, 사소한지만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패배로 인해 열정을 잃고 마는 것이죠. 열정이 궁극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놓친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려버리죠. 모든 것에 정당함을 부여하는 이 매혹적인 힘, 즉 열정의 형태로 현현하는 아가페를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은 채 말이죠."  158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두 세 명의 여자들에게 구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여러 번 포기한 것도 기억났다. 깊은 회한이 몰려왔다.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가절당할 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지금 관 속에 갇혀 있었고, 이제 다시 돌아가 예전에 갖지 못했던 용기를 보여주기엔 너무 늦어버린 터였다. 

나는 스스로를 배신한 유다였다.  187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이제부터 그는 페트루스의 안내와 충고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러내야 할 싸움들을 피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나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  190-191


제자는 자신을 이끄는 이의 걸음걸이를 결코 흉내내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바라보고 , 고난과 정복을 체험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가르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운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208


람 호흡법

숨을 깊이 내쉬면서 최대한 폐를 비우십시오. 그런 다음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십시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사랑과 평화, 우주와의 조화가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호흡을 멈춘 채로 팔을 가능한 한 오래 들고 있으면서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을 마음껏 느껴보십시오. 그런 다음 '람'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숨을 내쉬십시오.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나쁜 결정이 어떤 것인가를 인식하는 겁니다."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 없이 또다른 길을 살펴본 다음 결정하는 것이죠."  230


그림자 훈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십시오.

오 분 동안 주위에 비치는 사물과 사람의 그림자를 찬찬히 관찰하십시오. 그러면서 정확하게 사물과 사람의 어떤 부분이 그림자에 반영되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그 다음 오 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동시에, 당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적절한 해결 방법을 모두 떠올려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 분 동안 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올바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십시오. 그중에서 당신의 문제에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230-231


듣기훈련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몇 분 동안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모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각각의 소리를 구분해 보십시오. 나머지 소리들은 듣지 말고, 독주로 연주되는 양 악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이 훈련을 매일 실행하노라면 당신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훈련은 당신이 이미 사자의 목소리를 알고 잇을 경우에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257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로만 알려주고자 하는 비밀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278

우리 모두는 누군가 말해주기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니까요. 따라서 비밀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번처럼 특별한 모험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만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279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순례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가 알고 싶어했던 것은 오직 검이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 왜 그것을 찾고 싶어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자문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 욕망의 대상에 아주 확실한 목적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상에 대한 유일한 동기였다. 그것이 내 검의 비밀이었다.  311



작가의 말

선택된 자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고 묻는 대신 마음속의 열정을 깨워줄 무언가를 실행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337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338

나는 진정 바뀌길 원하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은 세상에는 신비란 없다는 것.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340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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