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토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7.25 수사학 - 리처드 토이 교유서가 2015 03100

머리말 

이 책의 목적은 수사학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수사학의 긍정적 측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11


수사학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언어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 안에 놓아야.  13


무엇보다 수사학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4


수사학은 서기전 5세기 후반 아테나이에서 기원했다. 수사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소피스트라는 교사 집단이었다. ...

이들의 사상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은 공교롭게도 적수들의 저작이었다. 따라서 후대 학자들이 공들여 연구했음에도 소피스트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소피스트술(sophistry, 궤변)'이라는 단어가 '기발하지만 청중을 오도하는 추론과 잘못된 논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기술'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18-19


브라이언 비커스(brian Vickers) 말마따나 "플라톤은 수사학을 희화화함"으로써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소피스트의 명성은 "플라톤의 일격에서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25


아리스토텔레스(서기전 384~322년)도 수사학을 옹호했지만, 수사학을 학문의 총체로 여기지는 않았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람이 형식논리를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27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요한 정의를 몇 가지 제시했다. 수사학은 "어떤 경우에든, 가능한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정의되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사법적 수사학, 제시적 수사학(예:추도사), 토론적 수사학(법률을 통과시키거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청중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의 세 장르로 나누었다.  28


앤드루 W. 로버트슨은 후보자를 찬양하는 '칭찬' 수사학에서 투표자에게 특정한 세계관을 지지하라고 촉구하거나 충고하는 '권고' 수사학으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후자의 수사학은 "간접적이고 정서적인 방법으로 청중에게 (대체로 진실이지만 종종 과장되고 이따금 허구인) 사건이나 원칙, 정책을 제시했"다.  52


수사학이 어떻게 수용되는가는 기술, 문화, 사회 내의 권력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비록 꾸준히 효과를 발휘하는 기법이 있지만, 그 자체로 성공을 보장하는 규칙은 없다. 그런 규칙을 정하려는 시도는 계급, 성별, 인종 같은 전제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수사학에 대한 -또한 수사학이 왜 논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좋은 출발점이다. 한 사회의 논증은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시하는가를 드러내며, 사회가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53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수사술은 당면한 상황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지 맥락을 무시하고 연설 자체를 위해 문채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괄적 체계가 아니라 기본적 연장이다. 이 연장이 있으면 다른 연설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고 자신이 시도하려는 것의 본보기를 얻을 수 있다.  58


웅변술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보통 세 갈래로 나눈다.

첫째는 사법적 연설(법정을 비롯한 법적 상화에서 벌어진다), 둘째는 제시적 연설(찬양하거나 비난한다), 셋째는 토론적 연설(투표자나 입법권자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설득한다)이다.  58-59


모든 연설을 장르별로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각의 연설에서 사법적, 제시적, 토론적 요소를 찾아보아야 한다.  62


흔히 수사학에서 다섯 가지 규범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1) 발상(invention/discovery), 

(2) 배열(arrangement),

(3) 표현(style),

(4) 기억(memory),

(5) 발표(delivery)다.

이것은 수사학을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눈 것으로, 연설의 장르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62


발상은 상황에 알맞은 논증을 떠올리는 과정으로, 그러려면 청중의 성격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

연설 주제에 논란이 있을 경우는, 진짜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도 발상 단계에 포함된다. ...

스타시스(stasis, 쟁점)라는 기법은 연설가가 자신의 믿음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문제를 발상 과정에서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 던지는 표준적 질문이다.  62-64


'배열'은 연설의 순서를 매기는 것이다. ...

논증의 구조는 설득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도입부의 목적은 키케로의 말을 빌리자면 "청중의 정신을 연설의 나머지 부분을 받아들이기에 알맞은 조건으로" 바꾸는 것, 달리 말하자면 청중의 주목을 끌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

수사적 구조를 분석할 때는 늘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구절은 왜 저기가 아니고 여기에 있을까? 어떤 효과를 의도햇을까? 연설을 더 효과적으로 배열할 수는 없었을까?  65-66


'표현'은 언어와 관계가 있다. ...

수사적 표현은 언뜻 피상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논증은 정치적, 사회적, 민족적 갈등을 미묘하게 자극할 수있다.  66-67


'기억'

고전기 수사학 교육에는 기억술 훈련법이 포함되었다. 그중 하나는 연설의 요소(각 부분의 실마리가 되는 상징)들을 집안의 각 방에 넣어두어 시각화하는 것이다.  68



사법적 연설이든 제시적 연설이든 토론적 연설이든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대락적으로 각각 성품, 감정, 논리에 해당한다)에 호소해야 한다.  71


세 요소의 경계선은 흐리거나 애매할 수 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에토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파토스) 자신에게도 최선일 것입니다(로고스)"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둘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도 있다.  72


분석의 한 차원은 이른바 수사학의 '거시적' 문제에 관심을 둔다. 어떤 성격의 연설인가? 어떻게 구성되고 표현되는가? 이성, 감정, 성품 중 무엇에 호소하는가? 하지만 연설가의 전체 목표를 절에서 절로, 문장에서 문장으로 진행시키는 (또는 지연시키는) 미시적 기법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75-76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꼽아보라는 물음에 데모스테네스는 첫번째도 발표, 두번째도 발표, 세번째도 발표라고 대답했다.  78


단어든, 소리든, 구든, 문장이든, 생각이든 반복은 필수적인 수사학 전략이다. 다음의 옛 격언은 메시지 전달의 핵심을 짚고 있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말하고, 말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말하라."  80


연설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 했는지를 청중에게 곧잘 이야기한다. 이것을 '메타담화(meta-discourse)'라 하며, 말이나 글에서 "제가 주장하려는 바는 ..."이라거나 "제가 입증한 것처럼..."이라는 문구로 논의 대상을 설명하는 것을 일컫는다.  80


역언ㄴ법(paralipsis)은 어떤 사안을 짐짓 건너뛰는 척하여 오히려 주의를 끄는 수법이다. 이를테면 "상대토존자의 음주 문제는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81


수사학을 분석할 때 "모든 청중이 알거나 믿는다고 연사가 가정하는(또는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85


'수사학의 발판'을 이해하는 것은 수사법을 구사할 때든 분석할 때든 매우 유용하다. 언어 선택을 의식적으로 성찰하면 수사학의 설득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투적 생각 패턴의 무분별한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수사학을 고안하거나 해독하는 바법의 공식 같은 것은 없다.  91


수사적 분석의 한 가지 목표는 말을 '해독'하여 그 속에 새겨진 의미를 드러내는것이 아니라 주어진 맥락에서 특정한 진술이나 상징의 사회적 의미를 간파하는 것이다.  97




20세기에, 수사학이 쇠퇴하고 심지어 경멸당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많은 이론가들이 '신수사학(new rhetoric)'을 제안했다. ..

사회학의 새로운 분야들에서 (부분적으로) 얻은 새로운 지식을 통해 수사학을 확대하고 재평가하고 다시 활성화하려는 욕망의 발현이었다.  114-115


수사학 이론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 케네스 버크 또한 (관점이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담화가 합리적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옛 수사학의 핵심어는 '설득'이었으며 옛 수사학이 강조한 것은 의도적 계획이었다. '새' 수사학의 핵심어는 '동일시'일 것이며 여기에는 연설의 호소력에 담긴 부분적으로 '무의식적'인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  115-116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무언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버크는 "사람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았으면 수사학에서 통일을 내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햇다.  116



수사적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무엇을 분석할지 정해야 한다.

어떤 자료를 연구할지 대충이라도 정했다면 질적 접근법과 양적 접근법 중에서 무엇을 위주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121-124


수사적 분석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선 짧은 현대 연설뭉을 꼼꼼히 읽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현대 연설문은 진본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맨 처음 할 일은 토론적, 사법적, 제시적 요소를 찾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각 부분이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중 무어셍 어떻게 호소하는지 살펴본다. 중의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심사의 예를 찾는다. 문채를 찾고, 연사의 메시지가 문채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는지-또는 방해되는지-분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테면 평범하게 위장한 온건한 표현이 실은 외집단의 가치를 공격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이를테면 연설문 초고, 사진, 일기, 신문 등)가 없는지 알아본다. 이 자료들을 어떻게 배열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명심할 것은, 이런 과체에서 결정적인 '정답'은 없을지라도 (적어도) 설득력 있는 답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이다.  127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로 지금도 형편없는 싸구려 수사가 난무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군계일학이 되기는 어렵지 않다. 적당한 속도로 명료하게 말하면 삼절문과 대조법을 구사하기도 전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첫걸음은 진짜 사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한편, 수사학의 이해는 다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수사학 기법을 알면 논증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럴듯하지만 오류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주장을 맞받아칠 수도 있다.  169-170


수사학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173


수사학은 스스로의 토대를 허물 운명을 타고났으며,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수사적 과정은 창조적 파괴의 영구 순환이다.  174




역자후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사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  180


수사학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수사학은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에 중대한 영향들 끼친"다. 이점에서 말하기 연습은 곧 생각하기 연습이기도 하다.  180-181


민주주의는 대화를 통한 합의를 바탕으로 삼는다. 우리는 설득하고 설득당하면서 합의에 도달하고 그 합의를 존중한다. 수사학을 동원하지 않고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은 독단이다. 수사학은 상대방의 견해에도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다. 수사학은 민주주의의 토대다.  184

Posted by WN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