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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11 생물과 무생물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2008 03470

무언가를 정의할 때 속성을 열거하며 기술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대상의 본질을 명시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20세기의 생명과학이 도달한 답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5
생물을 무생물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인류의 생명관의 변천과 함께 고찰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9

바이러스를 단순한 물질과는 분명히 구분 짓는 유일한, 그러고 가장 큰 특성이 있으니 바로 스스로를 증식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기생해야만 복제가 가능하다.  34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무엇이다. 만약 생명을 '자기를 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바이러스는 틀림없이 생명체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어 그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모습은 기생충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 입자 단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무기질적이고 딱딱한 기계적 오브제에 지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은 전혀 느쪄지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무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봐도 좋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경계선이 있는 것일까?
짧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바이러스를 생물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즉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35

당시 과학자들은 어차피 DNA는 세포 내의 구조를 지지하는 밧줄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세포에서 DNA를 추출하는 일은 간단하다. 세포를 싸고 있는 막을 알칼리 용액으로 녹인 후 휘에 뜬 맑은 액체를 중화시켜 염과 알코올을 첨가하면 시험관 안에 하얀 실 모양의 물질이 나타난다. 이것이 DNA다. 유리 막대로 이 실을 돌돌 말아 올리면 DNA를 추출하는 게 된다.  45
A, C, G, T로 표현되는 알파멧은 화학 용어로 말하자면 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리는 DNA의 구성 단위다. 이러한 구성 단위(알파벳)와 그 연결이라는 원리는 생명현상 전반에 걸친 공통적 구조이기도 하다.  53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의 생각에 집착한다. 가령 자신의 생각과 다른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일단은 관특 방법이 틀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관측(혹은 실험)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렇게 집착하던 자신의 생각은 거의가 환상이다.  60
DNA는 자외선이나 산화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열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ATAA라는 부분 배열이 없어졌다 해도 상보적인 다른 한쪽의 사슬에 TATT라는 구조가 보존되어 있다면 자동적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다. 사실 DNA는 일상적으로 손상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복구되고 있다. 이렇게 정보를 보유하고 유지하기 위해 생명은 일부러 DNA를 쌍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64
DNA가 스스로 전체를 복제하는 역할도 한다.
하나의 세포가 분열하여 생긴 두 개의 딸세포에 이 DNA를 한 쌍씩 분배하면 생명은 자손을 남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것이다.  65

오래된 대학의 교수실은 어느 곳이나 죽은 새 냄새가 난다.  76

DNA를 구성하는 요소인 네 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려보면 항상 A(아데닌)의 함량과 T(티민)의 함량이 같고, G(구아닌)와 C(시토신)의 함량이 같다.(샤가프의 법칙)  94

원자의 지름은 대체로 1에서 2옹스트롬이다. 옹스트롬이란 1미터의 100억 분의 1이다.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조차 그 지름은 거의 30만~40만 옹스트롬.  120
우리의 몸은 가운데로 척추가 지나가고 그 척추를 중심선으로 좌우 대칭 구조르 하고 있다. 척추에는 분절 구조가 있고, 신경 배선도 이 분절을 따라 분류되어 있다. 이것이 축추 동물의 기본 구조다.  126
분절에 의한 기능의 분담이나 반복 구조에 따르는 물질 이용의 효율화 혹은 손상을 입었을 때 그 분절 범위 내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 그로인한 빠른 회복 속도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분절을 갖는 생물은 보다 더 잘 환경에 적응하고 분절을 갖지 않는 생물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127
슈뢰딩거는 생명이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을 거스르고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부의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엔트로피가 불규칙성의 척도라면 부의 엔트로피란 불규칙성의 반대, 즉 '질서' 그 자체인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끊임없이 엔트로피를 늘린다.  131

우리는 종종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인사할 때 "여전하네."라는 말을 하는데, 반년 혹은 1년 정도 만나지 않았다면 분자 차원에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너무나도 여전하지 않은 게 되고 만다.  142
루돌프 쇤하이머 -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모든 물리 현상에서 나타나는 엔트로피(난잡함) 증대의 법칙에서 벗어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생명의 특질임을 지적했다.... 증명하지는 못했다.  45

생명이란 동적 평형산에 있는 흐름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는 생명이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생명은 끊임없이 파괴되면서 어떻게 원래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단백질의 형태가 몸소 보여주는 상보성에 있다. 상보적으로 인해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154
늘 합성과 분해를 반복함으로써 상처가 난 단백질, 변성된 단백질을 제거하고 이들이 축적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동적 평형은 이러한 이상 단백질을 제거하고 재빨리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도록 한다.
폐기물의 축적 속도가 배출 속도보다 빨라... 전형적인 예가 구조적인 단백질병으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나 광우병, 야콥병으로 대표되는 프리온병이다.  158

위상기하학이란 한마디로 하면 '사물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센스'라 할 수 있다.  165

세포막의 안과 밖 혹은 그 주변에는 미세한 단백질이 다수 존재하는데, 항상 세포막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단백질은 각각 고유의 구조에서 유래하는 상보성이 있다. 그 상보성으로 인해 어떤 단백질이 링 모양의 환을 형성하면 부드러운 세포막은 잘록해질 것이다. 소포체막과 결합한 단백질 A가 세포막과 결합한 단백질 B와의 사이에서 열쇠와 열쇠구멍 같은 특이한 결합을 일으킨다면 소포체막의 그 부분은 세포막의 특정 부분으로 쏙 들어갈 것이다. 또한 또 다른 막 결합형 단백질군이 세포막의 안쪽을 따라 그 상보적 관계에 기초한 소쿠리 모양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면 세포박은 소쿠리 곳곳에 실로 꿰매서 덮어씌운 얇은 천처럼, 어떤 경우에는 구면으로, 어떤 경우에는 아메바 같은 부정형으로, 때로는 적혈구처럼 옴폭 들어간 곡면을 만들 것이다.  181

세포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또 다른 내부를 만들어 그것을 외부로 삼는다. 이러한 구획 책정은 그것마으로도 질서의 창출이 된다. 구획 안과 밖에서 개개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각각 개별적으로 반응하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

요즘 세상에는 유전자공학 기술이 발달해 이런 작은 DNA 세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고 잇고 교환하는 일은 문자 그대로 풀과 가위로 종이 공예를 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226
우리의 생명은 수정란이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행진이 시작된다. 그것은 시간의 축에 따라 흘러가며 후퇴할 수 없는 일방통행이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장소, 특정 타이밍에 만들어져야 할 조각 중에 한 종류가 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동적인 평형 상태는 가능한 한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평형점을 이동시켜 조절하려 한다. 그런 완충 능력이 동적 평형이라는 시스템의 본딜이기 때문이다. 평형은 자신의 요소에 결함이 생기면 그것은 메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과잉 상태가 되면 그것은 흡수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228
동적 평형이 그 발걸음을 멈췄을 때 엔트로피의 법칙은 가차없이 엄습한다. 세포 덩어리는 스스로 용해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체로 흡수되어 사라진다. 즉 이런 치명적인 유전자 녹아웃 실험의 결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229

기계에는 시간이 없다.
생물에는 시간이 있다. 그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고, 한 번 접히면 다시는 펼실 수 없는 존재가 생물이다. 생명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의 유전자를 잃은 마우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낙담할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동적 평형이 갖는 유연한 적응력과 자연스러운 복원력에 감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23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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