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꽤 이른 아침이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텅 비어 이었다. 나는 역으로 갔다. 시계탑의 시곗바늘과 내 시계를 비교해보고 이미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급히 서둘러야만 했다. 늦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길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었고, 게다가 아직 이 도시에 대해 썩 잘 알고 있지도 않았다. 다행히도 근처에 결찰관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에게 달려가 급히 길을 물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서 길을 알고 싶은가?"
"네." 나는 말했다. "혼자서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포기해, 포기해!" 그는 이렇게 말하고 몸을 홱 돌려 나를 외면했다.
마치 웃으면서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처럼. 49-50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내가 인디언이라면, 즉시 채비를 갖추고, 달리는 말 위에 올라, 허공에서 몸을 비스듬히 젖히고, 짧은 전율을 느끼고 또 느끼며 진동하는 대지 위를 내달리리라. 박차를 잃어버릴 때까지. 사실 박차는 애당초 없었다. 고삐를 내던져 버릴 때까지. 사실 고삐도 애당초 없었다. 눈앞에 매끄럽게 풀이 깎인 황야가 펼쳐진 순간, 말의 목도 말의 머리도 이미 흔적이 없었다. 87
여행자 예찬
열차 안에 앉는다. 신경 쓸 것이 없다.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시간을 보낸다. 갑자기 기억들이 떠오른다. 출발하는 열차의 잡아태는 힘이 몸에 느껴진다. 이제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가방에서 모자를 꺼낸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유분방하게, 더 많은 인정을 베풀며, 더 간절하게 대한다. 열차는 공치사 하나없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것이다. 이런 점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느낀다. 여인들의 애인이 된다. 창문이 보여주는 끊임없는 매력에 이끌리며, 언제나 최소한 한 손이라도 쭉 뻗어서 창문턱에 올려놓은 채 그대로 둔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상황을 보자면, 사람들은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섬광 같은 열차 안에서 혼자 여행하는 아이가 되고, 그 아이 주변에서는 조급함에 몸을 떠는 객차가 마치 요술쟁이의 손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도 아주 가볍게 생겨나고 출발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잊고 있었고, 더 심한 것은 자신들이 잊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88-89
골목길 창문
고독하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어딘가에 연결되고 싶어 하는 남자, 낮 동안의 시간의 변화들, 날씨의 변화들, 직업 상태에 따른 변화들과 그와 같은 것을 고려하면서 자신이 의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임의의 힘을 당장 보고 싶어 하는 남자-그 남자는 골목길 창문이 없다면 그것을 아마 오래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골목길 창문은 그와 그런 사이라서, 그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친 남자같이 겨우 눈만 관객과 하늘 사이에서 아래위로 움직이며 자신의 창문턱 쪽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뒤쪽으로 조금 젖히고 창문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아래에서 마차의 수행원과 소음 속에 있는 말들이 역시 그를 감동시키고 마침매 그럼으로써 인간적인 융화가 되었다. 101
'밑줄여행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세의 여행 - 헤르만 헤세 홍성광편역 연암서가 2014 03850 (0) | 2015.10.15 |
---|---|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15 03830 (0) | 2015.10.05 |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달 2015 03810 (0) | 2015.09.14 |
여행자(旅人) - 후칭팡 북노마드 2014 03820 (0) | 2015.09.04 |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 - 찰스 디킨스 윌키 콜린스 북스피어 2013 03840 (0) | 201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