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롭지 않다고 착각하는 건 

내 뒷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옷이라는 글자, 사람을 닮았다.

머리와 목, 두 팔에 두 다리까지

그런데 가슴이 없다.

가슴이 없는 사람은 옷이다. 

사람이 아니라 그냥 옷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다.


목표가 190cm 높이에 있고

키가 160cm라면 

목표에 닿을 수 없는가.

있다.

우리에겐 팔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놓친 것,

그냥 지나친 것,

포기한 것들의 대부분은 

팔을 뻗지 않아 인연을 맺지 못한 것들이다.

키가 능력이라면 팔은 간절함이다.


읽는 것, 

듣는 것,

보는 것,

이것은 인생의 살.

왜 읽는가,

왜 듣는가,

왜 보는가,

이것은 인생의 뼈.

뼈가 있어야 살이 붙는다.


큰방이 큰방인 것은 

곁에 작은방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방이 사라지는 순간 

큰방은 단칸방이 된다.


삶은 한 장의 풍경화.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물이 흐르는 풍경화.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풍경화. 

때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풍경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풍경화. 

시시하고 지루하고 하품 나오는 풍경화. 

그런데 잘 살펴보면 조금은 특별한 풍경화. 

그림 속 어딘가에 내가 등장하는 풍경화. 

그러니까 풍경화 속에 자화상이 들어 있는 풍경화. 

자화상이니까 내 손으로 그려야 하는 풍경화.

 하루에 점 하나라도 찍어야 하는 풍경화. 

붓이 없으면 손에라도 물감을 묻혀야 하는 풍경화. 

먼지가 쌓이면 안되는 풍경화. 

먼지 대신 세월을 쌓아야 하는 풍경화. 

세월이 쌓이면 깊이가 쌓이는 풍경화. 

깊이가 쌓이면 쉽게 탈색되지 않는 풍경화. 

남의 집에 걸어 놓을 수 없는 풍경화. 

남에게 보여 주는 일에 정신 팔리면 안 되는 풍경화. 

처음부터 끝까지 남에게 다 보여줄 수도 없는 풍경화. 

남에게 같이 그리자고 조를 수도 없는 풍경화. 

누구나 딱 한 장씩만 그려야 하는 풍경화. 

처음부터 다시 그리겠다고 떼를 쓰면 안 되는 풍경화. 

하지만 실수나 실패가 얼마든지 허용되는 풍경화. 

잘못 그은선, 잘못 칠한 색도 그 위에 덧칠을 하면 다 용서가 되는 풍경화. 

등을 돌리지 않는 풍경화. 기다려 주는 풍경화. 

그러니 쉽게 찢어서도 안 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아서도 안 되는 풍경화. 

다 그리고 나면 누구나 '그리 나쁘지 않았던 여행'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붙이는 길고 긴 풍경화.


낭비란 

비싼 칼을 사는 게 아니라

비싼 칼을 사서

칼집 속에 가둬 두는 것이다.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이지만

가치는 사는 사람에 의해 다시 매겨진다.


머리에 뿔 난 착한 송아지는 

기껏해야 한 근에 5만 원이지만

엉덩이에 뿔 난 못된 송아지는 

부르는 게 값이다.

다름이 가치다.

내겐 어떤 다름이 삐죽 솟아 있는지 

온몸 구석구석 더듬어 볼 것.


앞으로 나아가려면 노를 저어야 한다

노를 들고 바다 위에 수없이 NO라고 써야 한다

당연과 상식을 거부하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탑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쌓는다고

한다.

노력

위에

노력을,

정성

위에

정성을

쌓아야 

탑이 

솟는다.

TOP도 그렇다.


가, 라고 말하면

나, 혼자 남는다.

다, 안고 가야지.


숲을 보려면 

숲을 보지 마세요.

숲을 보지말고 

나무 하나하나를 보세요.

나무 하나하나의 사연을 더한 것이 숲입니다.

사람들을 알고 싶으면 

사람들을 만나지 마세요.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과가 있다.

과한 욕심. 

과한 기대.

과한 허세.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려면 

둘 사이에 놓인 과를 치워야 한다.


보를 내세요.

가위는 상대를 싹둑 자르고

바위는 상대를 때려 부수지만

보는 상대를 안아 주니까요.

따뜻하게 이기세요.

아름답게 지거나.


사랑에도 갑과 을이 있습니다.

더 많이 살아하는 사람이 을입니다. 

더 많이 아픈 사람이 을입니다.

더 많이 우는 사람이 을입니다.

더 깊이 상처 받는 사람이 을입니다.

하지만 

갑은 을을 부러워합니다.

세상엔 몸과 마음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사랑을 하고 싶어도 

상대가 협조하지 않아

갑이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을이 사랑입니다. 

을이 행복입니다.


사랑의 온도는 몇 도일까?

73도.

너와 나의 체온을 더한 

뜨거운 온도.

화상 한 번

입지 않는 사랑은

물집 한 번 

잡히지 않는 사랑은

그냥 36.5도

나만 있고 너는 없는.


결혼은 격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결이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다.

격혼이 아니라 결혼이다.


모든 하나는 둘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둘이 되면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

하나였던 시절로 돌아가거나

더 큰 하나가 되거나.


사랑이 곁에 없으면 외로울 고. 

고독.

사랑이 곁에 있으면 괴로울 고.

고통. 

고독의 소원은 고통이 되는 것.


3

8을 절반으로 나누면 4가 된다고 주장하는 당신에게 

3이라는 답을 슬며시 내밀어 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에 

계산기 대신 가위를 놓아 드립니다.


우리는 생선회를 먼저 먹은 후에 매운탕을 먹는다. 

날것을 먼저 먹고 익힌 것을 먹는다. 

지식도 그렇게 먹어야 한다. 

익힌 지식, 삶은 지식, 끓인 지식보다 날 지식을 먼저 먹어야 한다.

날 지식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에는 없다. 

할머니의 느릿한 말 속에, 계절의 바쁜 변화 속에, 개미의 복잡한 동선 속에 살아 있다. 

우리는 이 날 지식을 지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세상 모든 지식은 지혜를 먼저 먹은 후에 먹어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한밤중,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지방 도로.

우리는 불빛 하나가 달려오면 오토바이, 두 개가 달려오면 자동차라고 믿는다.

 고정관념이다. 

불빛 하나는 한쪽 헤드라이트가 고장 난 자동차일 수도 있다.

 불빛 두 개는 나란히 달려오는 오토바이 두 대일 수도 있다.

지식이라는 빛, 경험이라는 빛이 고정관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낳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반듯한 답은 틀 안에 있고

세상에! 하는 새로운 답은 틀 밖에 있다.

100점이 목표라면 틀 안에서.

101점을 꿈꾼다면 틀 밖으로.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 

아마 수박 장수가 했을 것이다. 

수박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빨간 속살을 쏙 뽑아 보이며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수박이 아니다. 

우리는 수박 장수가 아니다. 

겉보다 속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 

나는 겉을 먼저 보면서, 너는 속 먼저 가꾸라고 하는 것은 조언도 충고도 훈계도 아닌 그냥 무책임이다. 

책 한 권, 

거울 한 번.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당신과 피를 나눈 인연들.

부모, 

형제,

자식,

모기.

모기는 아주 짧은 순간 당신을 스쳐 가지만 당신의 살같에 빨간 흔적을 남긴다. 

인연은 흔적이다. 

모든 인연은 당신의 인생이 그렇게 따분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해 주는 소중한 흔적이다. 

그것이 아픈 상처를 남기고 떠난 악연일지라도, 당신과 피를 나눈 모기에게도, 부디 에프킬라 잘 피해 천수를 다하가고 빌어 주시기를.


B

B를 보세요.

뚫어지게 보세요.

두 개의 D를 발견했나요?

그것으로 무엇을 배웠나요?

떨어져 있으면 그 냥 두 개의 D.

그러나 힘을 모으면 두 칸 앞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을 겁니다.

B를 다시 보세요.

뜷어지게 보세요.

13이라는 숫자를 발견했나요?

이번엔 무엇을 배웠나요? 사물이나 현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을 배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관찰은 숨은그림찾기입니다. 당신이 스마트폰에 심어 놓은 게임보다 훨씬 흥미로운 숨은그림찾기입니다.


아이디어가 자꾸 설익은 생각에서 멈춘다 싶으면 너무 조급하게 아이디어를 꺼내려 하지 마세요. 

그냥 방치하세요. 

아직 뜸이 덜 든 것이니까요.

생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생각도 생각을 합니다. 

생각에서 스스로 발효할 시간을 줘야 아이디어가 익습니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은 초조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방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설익은 생각이 뜸이 잘 든 기특한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그때 그것을 꺼내어 내 아이디어인 척 사람들 앞에 내 놓으면 됩니다.


그럴 리 없다.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고 하루 쉬었을 리 없다. 

그랬다면 당신이 만든 것들을 찬찬히 살펴봤을 텐데,

이 세상이 뜻한대로 빚어지지 않고 전쟁, 기아, 범죄, 질병이 가득한 엉망 진창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텐데, 

이를 그냥 두었을 리 없다. 

하느님은 마지막 일곱째 날에도 쉬지 않았을 것이다. 

쉬지 않고 일만 하면 이렇게 하자가 발생한다는 가르침을 주려 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얼마짜리인가?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싼 사람의 수, 그들이 내게 보내는 환호와 박수의 크기가 나의 값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흘릴 눈물의 양, 그것이 나의 값이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눈물의 양이다.


유명 강사들의 명품 강연 찾아다니기 전에

그들의 한마디에 울컥 감동하기 전에

그들이 제시한 곳으로 내 인생을 방향 잡기 전에

내 안에서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내 목소리부터 들을 것.

세상을 만나기 전에 

나부터 만날 것.


물 샐 틈 없다는 건

물이 들어올 틈도 없다는 뜻.

고인다는 뜻.

썩는다는 뜻.

틈나는 대로 

빈틈을 보일 것.


달이 지구를 내려다봤다. 

팽이를 발견했다. 

느릿느릿 달은 엄청난 속도로 핑핑 도는 팽이 씨가 멋져 보였다. 

청혼했다. 

결혼했다. 

달팽이를 낳았다. 

그런데 달팽이는 달을 닮아 느릿느릿이다. 

아니 달보다 더 느릿느릿하다. 

느릿느릿이 우성임을 알았다.

지금 내 속도, 너무 빠른 건 아닐까?

내 자식에게 나를 닮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숨을 쉰다. 

훌쩍 훌쩍 운다.

피를 흘린다.

냄새를 맡는다.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할까? 

숨은 입으로도 쉴 수 있고, 우는 건 눈으로도 할 수 있고, 피 흔리는 건 온몸으로 할 수 있다. 

코는 냄새 맡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열하라. 

남들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라. 

맨 마지마겡 남는 일 하나, 그것이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나의 가치다.


철은 가만두면 녹슨다.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생각하고 발견하라고, 

그래서 하루에 글 한 줄이라도 생산해 내라고 아버지는 나에게 철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다. 

뒤늦게 효도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몸부림을 치고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도 참...

당신은 녹슬지 않기 위해 어떤 몸부림을 치고 있는가?

이름이 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미 몸부림을 포기했는가?


나무의 옷.

나무는 추운 결울에 옷을 벗는다. 옷을 벗어 땅을 덮어 준다.

땅속엔 그의 뿌리가 살고 있다.

나는 내 뿌리를 덮어 준 적이 없다.

내 옷을 벗어

엄마를 덮어 준 적이 없다.


불을 붙이지 않은 초가 백 년을 산다해도 그건 산 게 아니다. 

그의 나이는 여전히 0살이다.

초는 머리에 불을 붙여 촛불이 되는 순간부터 나이를 먹는다. 

그것이 진짜 나이, 유효 수명이다.

사람도 인생에 뜨겁게 불을 붙이는 순간부터 유효 수명이 시작된다. 

스물이고 서른인 척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사랑에, 사람에, 일에 한 번도 불을 붙여 본 적 없는, 나이 0살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뇌 한가운데 새겨 둘 한마디.

욕심내야 할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몸은 마음을 모시고 산다. 

평생 껴안고 산다. 

그러니까 마음이 흔들리는 건 마음을 껴안고 있는 몸이 먼저 흔들렸다는 얘기다. 

한없이 게을러지거나 갑자기 짜증이 나거나 수비게 싫증이 나거나 괜히 우울해진다면, 

마음을 야단칠 게 아니라 몸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

몸이 마음이다.


인생이 여든이라면 서른아홉은 아직 오전이다.

마흔도 쉰도 한낮이다.


더 와 덜.

차이는 ㄹ 하나. 

덜이 ㄹ 하나 남는 장사다.

길게 보면 

손해로 끝나는 손해는 없다.


꼭 

꼭 마셔야 하는 자리.

꼭 읽어야 할 책.

꼭 만나야 하는 사람.

없다.

없다.

없다.

꼭이라는 말 하나만 치우면 

경직과 부담이 사라져

인생이 훨씬 여유롭고 헐렁해진다.

꼭이라는 말에 끌려다니는

꼭두각시는 되지 말라는 얘기.

꼭 기억하지 말고

웨만하면 기억해 두시길.


발톱보다 손톱이 빨리 자란다.

발톱보다 손톱이 일찍 자란다.

빨리 자란다. 

일찍 잘린다.

빨리 달린다.

일찍 지친다.

빨리 올라간다.

일찍 내려온다.

자꾸 까먹는 인생의 룰.



Posted by WN1
,

머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카피라이터 답다고 해야 할까.. 
생각을 뒤집게도 생각을 해보게도 생각을 깊게도 한다.
저자는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재밌기에 재미에만 빠져 의미를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재밌다. 글이 심플하면서도 깊이도 있고 사고의 전환도 되면서 읽혀 내려간다.
한 번에 다 읽지 말라는 그 말은 자신감에서 나온것이라 느껴진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내용은 짧지만 긴 여운.. 그리고 긴 생각을 하게만드는 마력도 있는듯 하다.

혹자는 재미는 있지만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른 예를 든 것 뿐이라 생각할 지 모르나... 결코 쉽게 나오는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카피라이터니까' 란 생각이 들 수 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고 그의 생각의 방식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독특한 발상이 나오게 되고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인생을 조금 다르게 만져보고, 조금 다르게 뜯어 보고, 조금 다르게 굴려보고, 조금 더 깊이 가슴에 넣어보고,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다시 보고 하면서 신나게 노는 책입니다.
재미에만 빠지지 마시고 의미에도 빠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ONE.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지름길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치지 않고 C지점으로 곧바로 가는 길.
B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Bird(자유로운 새), Beach(탁 트인 해변), Bread(맛있는 빵), Beauty(아름다운 여인) 모두 다 포기해야 하는 길. 즉, 빠르다는 것은 놓치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길.  12

내가 접었지만 내가 접지 않은
종이학을 접었다. 날씬하게 잘 접었다. 그런데 누가 접은 거냐고 묻는다면 내가 접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내가 접은 것은 없다. 내가 접은 종이학도 나 혼자 접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에 물을 뿌렸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를 베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들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종이를 나에게 가져다 줬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다. 천 번을 접는다 해도 나 혼자 접은 종이학은 없다. 내 손을 잠시 만난 종이학이 있을 뿐.  15

몸이 마음에게
나는 조금 더 움직일 테니...... 너는 그만 좀 움직여.  23

문제와 답
열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이중 나머지 단어와 관련 없는 단어 하나를 찾아보세요. 
치과, 이빨, 잇몸, 스케일링, 충치, 치약, 서울역, 칫솔, 사랑니, 틀니 이상입니다. 어려운가요? 어렵지 는 않지만 왜지 당신이 생각한 답이 정답은 아닐 것 같은가요? 그게 정답이라면 이런 문제를 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정답은 서울역입니다.
당신이 생각한 답과 같은 서울역입니다.
세상 모든 문제는 답을 몰라서 못 푸는 게 아니라, 자신 없어 하거나 주저하다가 못 푸는 것이지요. 지금 당신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 당신이 알고 있는 답 그대로 행동하시면 다 풀 수 있습니다. 돌아가거나 비켜가려 하지만 않는다면.  24

서산에지는 해를 끄집어 올리는 방법
조용히 앉아 열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동족으로 돌아앉는다.  29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
택시 운잔사에게 기사님 운전 참 잘하시네요. 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그 기사는 운전을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입에게 나를 자랑하는 일을 시키지 마시고 남을 칭찬하는 일을 시키십시오. 그것이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입니다. 내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근질거리면 그냥 긁어주십시오. 내 자랑은 남의 입이 해줄 것입니다.  31

경력의 반대말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34

진자 불쌍한 사람
못 먹는 사람, 못 입는 사람, 못 자는 사람, 못 보는 사람 그리고 못 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진짜 불쌍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더 먹으려는 사람, 더 입으려는 사람, 더 자려는 사람, 더 보려는 사람 그리고 잊을 추억도 없는 사람.  36

글자 하나의 요술
구두는 그냥 구두입니다. 빨간 구두, 노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굽이 높은 구두, 낮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그러나 구두 앞에 새 라는 글자 하나가 붙으면 그것은 더 이상 구두가 아닙니다. 설렘입니다. 새집, 새차, 새옷... 어떤 물건도 새 라는 글자 하나만 붙이면 요술처럼 설렘으로 바뀌고 맙니다.
헌 구두에 설렘이 없듯 헌 생각에도 설렘이 없습니다. 설렘이 없다는 것은 의욕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생각 앞에도 새 라는 글자 하나를 붙여 요술을 부려 보세요. 무겁던 생각이 새처럼 가볍게 날아오를지도 모릅니다.  38

답다
조용필답다. 열정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서태지답다. 새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신해철답다. 날카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윤도현답다. 믿음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김장훈답다. 따뜻함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이름 뒤에도 답다를 붙여보세요. 떠오르는 그림이 있나요?  없다면 다행입니다.
지우고 그리는 것보다 백지 위에 그리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요. 
자, 오늘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그려가는 겁니다. 
당신답게.  41


TWO.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유효기간
빵이나 우유는 물론 운전면허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신용카드나 할인쿠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그러나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45

사랑의 모순
사랑에 눈을 뜨면 
사랑에 눈이 먼다.  51

외로움
외로운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외로움을 들키는 것이다.  55

가까워 진다는 것
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에 올라 산을 다시 보면 아름답지 않은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아름다웠던 사람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과 그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대문입니다.
가끔은 몇 걸음 물러나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처음 그 사람을 만나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만큼의 거리에서.  57

뒷모습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사람은 슬픈 거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한다.  60

이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
이혼으로 갈라서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성격문제, 아니었습니다.
경제문제, 아니었습니다.
자녀문제,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이 만듭니다. 이혼만 야단치지 마십시오.  66

마음
사람에서 몸을 뺀 나머지.
몸보다 가벼워 자주 흔들리고, 몸보다 약해서 병치레도 잦다.
그러나 몸은 일생 동안 마음을 부러워한다.
몸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1%도 안 되니까.  69

카사노바의 실수
카사노바의 실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74

사과를 깎을 때
칼을 든 손의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사과를 든 손의 손놀림도 똑같이 중요하다. 
사랑은 이렇게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사과를 깎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손이라도 엇박자로 움직이면 칼에 손을 베어 사과에 피멍이 들고 만다.
피를 본 후에 사과하는 것은 사과에 대한 예의도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76

사랑이 뒤집히는 이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길에는 과속방지용 턱이 없다.  77

뱃살 빼는 법
뱃살이 잡히면? 키스를 하세요. 숨이 막힐 때까지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하는 동안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까요.
미성년자가 뱃살이 잡히면? 라면, 떡볶이, 순대 먹지 말고 나이를 먹으세요.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했는데도 뱃살이 잡히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랑하며 살 수만 있다면 뱃살 따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78

사람과 산의 대화
사람이 산에게 말했습니다. 
늘 그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 받아줘서 고마워.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산이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찾아와줘서 고마워. 외로움에 떨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솔직한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고마움은 전염됩니다.  83


THREE.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없음과 있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위험하지 않다.
달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위험한 건 브레이크를 믿는 자동차.
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만든다.  92

은행을 터는 또 하나의 방법
용기 없는 은행 강도는 은행 문을 과감하게 열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영원히 은행을 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용기 있는 은행 강도가 은행을 털고 나오는 순간 그를 털면 된다.
물론 용기 있는 강도가 언제 은행을 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밤낮 없이 은행 문 앞에 서있을 수 있는 끈기만 있다면 
은행을 털지 않고도 은행을 털 수 있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세상을 얻는다는 가르침은 틀렸다. 끈기가 용기를 이길 수도 있다.  93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96

깨끗한 손톰을 갖는법
손톰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피아노 치고 기타 치며 빈둥빈둥 놀게 한다.
틀렸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네일아트 찾아가
매니큐어 칠해주면 왕비마마 모시듯 관리한다.
역시 틀렸습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고 싶으면 손톰에게 일을 시키십시오.
머리를 감으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설거지를 하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는 법과 깨끗한 정신을 갖는 법은 같습니다.  97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는 시험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이 뭐라고 묻는지 아십니까.
후회없이 살았는가?
문제를 알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십시오.  98

우산이 허락한 자유
우산을 들면 손 하나가 사라진다.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가방도 들어야 하고 
뒷주머니에서 지갑도 꺼내야 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산을 던져버리면
자유롭던 나머지 손 하나까지 사라진다.
두 손을 모두 비를 막는 데 써야 한다.
느긋하던 두 발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불편들이 
어쩌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100

술자리에서 손해보지 않는 법
남들이 술 집을 고를 때 그냥 씩 웃는다. 둘러보면 대한민국 순집들 다 거기서 거기다.
남들이 안주를 고르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내 입에 꼭 맞는 안주는 그 집에 없다.
남들이 원 샷 할 때 잔을 꺾어 마신다. 용감하다고 술이 더 맛있어지는건 아니다.
남들이 안주 두 점 집을 때 한 점 집는다. 뱃살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칭찬 받을 일이다.
남들이 꺼낸 화제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유 없이 술자리에 끼어드는 화제는 없다.
남들이 두 마디 할 때 한 마디 한다. 입이 하는 실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남들이 구두끈을 맬 때 먼저 계산한다. 다음엔 그들이 알아서 계산하게 되어 있다.  102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것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그네에 홀로 앉아 독립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며 겸손을 배운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용기를 배운다.
모래로 지은 밥을 나눠먹으며 믿음을 배운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  103

로또의 가르침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로또 사러가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아십니까? 압니다. 
그런데 왜 로또를 사십니까? 제 인생에 실패를 몰랐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걸 돈을 버려가면서까지 꼭 배워햐 합니까? 돈을 버려 인생을 배울 수 있다면 그걸로 그 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을 대하는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에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다 배우셨습니까? 다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또 로또를 사십니까? 패배와 좌절도 습관이 된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104

직업병을 예방하려면
+를 보여줬습니다.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했습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했습니다.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했습니다. 총잡이는 가늠자라고 했습니다. 김밥 아줌마는 나무젓가락이라고 했습니다. 농부는 허수아비라고 했습니다. 스위스 대통령은 국기라고 했습니다.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했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했습니다.
직업이 편견을 만듭니다. 편견이라는 직업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음은 집에 두고 몸만 출근하십시오.  107

지갑과 인생
용돈에는 두 종류가 있다.
주는 것과 드리는 것.
주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고
드리는 것은 갈수록 줄어든다.
지갑 속에 인생이 있다.  108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행위
도둑질을 했다. 후회했다.
싸움을 했다. 후회했다.
과음을 했다. 후회했다.
이혼을 했다. 후회했다.
친구를 버렸다. 후회했다.
선생님을 속였다. 후회했다.
그럴 수 있는 일들입니다.
후회하면 용서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단 하나의 행위가 있습니다.
자살했다. 후회했다.... 아직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111

옐로 카드 쓰는 법
심판은 스포츠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도 심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수 따로 심판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이 선수 겸 심판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반칙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면
내가 나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아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레드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113

헤어질 준비
아들이 엄마의 등을 밀어줄 만큼 자라면 더 이상 여탕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아들의 손을 너무 꽉 쥐지 마세요.  114

숲을 보라
빨주노초파남보를 확인하려 하는 사람은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
도레미파솔라시를 구분하려 하는 사람은 
음악에 빠지지 못한다.
태정태세문단세만 외우려고 하는 사람은 
역사를 만나지 못한다.  116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
꼼수를 써서 이겼다. 이런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꼼수를 써서 이기고 또 이기고 또 이기도 또 이기고 또 이겼다.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이겼노라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통하는 꼼수는 없습니다.  117

9회말
당신은 9회 말 투아웃에 역전홈런을 꿈꾼다.
그래서 9회가 오기 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이 더 짜릿하고 통쾌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야구도 인생도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날 수 있거든. 지금 서 있는 타석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게 어때?  119

인생 한 그릇
국 따로 밥 따로 따로국밥.
말아먹으면 그냥 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냥 먹으면 말아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러나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똑같고.
인생이라는 식당은 다 그런 것을. 사람이라는 손님은 다 그런 것을.
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퇴장하는 것을.
앞에 앉은 사람 부러워하지도 말고 옆에 앉은 사람 간섭하지도 말고
여유 있거든 그 사람 국밥 값이나 계산해주게.  120


FOUR.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여행
빈틈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125

시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되돌리고 싶다.
되돌릴 수 없다.  130

오늘 할일은 내일로 미루어라
성공하면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매듭짓지 못한 일을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대충 매듭지은 일을 다시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그러나 모레로 미루지는 마라.  131

당신곁에 자판이 있다면
'행'이라는 글자를 영문 자판으로 놓고 쳐보세요.
god
행복도 행운도 불행도 다행도 모두 신의 뜻이랍니다.
행복을 능력이라며 너무 크게 웃지도 말고 
불행을 무능이라며 너무 슬피 울지도 마세요.
차분하게 신의 다음 뜻을 기다려 보세요.  134

두 번 읽어야 하는 글
물은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쉬지 않고 흐른다.
내가 상류에 있든 하류에 있든 언젠가는 내게도 물에 적실 기회가 온다.
흐르는 물을 쫓아 다니지 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물이 내게 흘러올 때를 기다려라. 
그리고 내게 도착한 물이 나를 떠날 때는 붙잡으려 하지 마라.
물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는 게 아니다.
바다로 가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비가 되어 다시 내게 온다.
여기까지, 물을 돈으로 바꿔 다시 읽어 보십시오.  135

인생 9단이 되는 법
1. 던지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돌을 던지지 마세요. 인생이라는 바둑판은 한없이 넓어, 돌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바둑판 위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 돌 하나가 인생을 그르치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느리게 놓는다.
돌을 들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돌을 놓기 전에 차 한잔 더 마시고, 돌을 놓은 후에 차 한잔 더 마시세요. 인생이라는 바둑은 한 수 놓는데 1년 걸린다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인생엔 초읽기가 없으니 시간패도 없습니다.  137

책을 제대로 읽는방법
책을 읽다 잠시 읽기를 멈춰야 할 때, 당신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어떻게 표시합니까. 책갈피를 끼워둡니까, 책장을 접어둡니까. 아니면 책을 편친 상태로 뒤집어둡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그냥 책을 덮는 것입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처럼.
얼마 후 당신은 다시 책을 펼칩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면서 뒤적거리다보면 읽기 싫어도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다보면 내가 얼마나 건성으로 책을 읽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인생을 바꿔줄 문장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번 쓱 읽으면 그날로 책장이라는 무덤에 묻히는책, 다시 꺼내들기 어렵다면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으십시오.  142

더치페이
더치페이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서 싫은가?
그럼 자네가 계산하게.  143

올림픽 후유증
올림픽 수영 종목은 금메달이 무려 마흔네 개다.
수영 하나만 잘하면 44관왕이 될 수도 있다.
몇 종목 더 만들어 아예 100관왕을 채우지 그랬을까.
바닷물 100미터도 만들고, 얕은 물 100미터도 만들고, 빗속에서 100미터도 만들고, 얼음 깨며 100미터도 만들고, 심야 100미터도 만들고, 식후 100미터도 만들고, 두 팔 묶고 100미터도 만들고, 정장차림 100미터도 만들고, 다 벗고 100미터도 만들고,....
웃지 마라 육상, 너도 마찬가지다. 단지 남보다 조금 빠르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수십 개씩 모겡 걸어주는 수영과 육상. 너희 둘 때문에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조급증 환자들이 병원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146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대답
아무거나 먹겠습니다.
아무거나 보겠습니다.
아무거나 읽겠습니다.
아무거나 입겠습니다.
아무거나 듣겠습니다.
인생에서 꼭 이게 아니면 안 되는 게 있을까요? 아무거나 라고 하면 안 되는 게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아무거나 말을 해보세요.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무거나 라는 말은 왜지 무책임해 보인다고요?
혹시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는 않나요?
혹시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지는 않나요?
오늘 하루 딱 세 번만 아무거나 라고 대답해 보세요.
내일부턴 혈압약을 끊게 될지도 모릅니다.  147

여유
숭늉에는 있고 생수에는 없는 것.
연극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것.
편지에는 있고 전화에는 없는 것.
달력에는 있고 시계에는 없는 것.
바다에는 있고 강물에는 없는 것.
내가 숭늉인지 생수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사람에겐 있고
쫓기듯 다음 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없는 것.  149

삶의 속도
속도를 너무 늦춘 독수리는 먹이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사흘도 못가 굶어죽고 만다.
속도를 너무 높인 모기는 먹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 사흘도 못 가 굶어죽고 만다.
독수리는 독수리의 속도.
모기는 모기의 속도.
나는 내 속도.  151

억지로는 배려가 아닙니다. 책에게도 사람에게도.  152


FIVE. 4인용 식탁에서 다섯 사람이 밥 먹는 법.
우리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된다.  156

권투가 인생에게
권투는 외로운 게임.
비상구 없는 네모난 공간 위에 두 사람만 뎅그러니 놓여있는 외로운 게임.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있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수도 없는 지독하게 외로운 게임.
외로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를 껴안는 것.
주먹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던져 상대를 껴안는 것.
상대를 쓰러뜨리면 혼자 남게 되니까.
더 외로워지니까.  162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
덧셈은 욕심.
뺄셈은 낭비.
곱셈은 과욕.
나눗셈은 사랑.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덧셈이 아니라 나눗셈이다.
나눗셈은 어려워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다.  164

모나리자의 슬픔
다빈치 선생님. 선생님은 왜 제게 다리를 그려주지 않으셨나요? 걸을 수 없는 저는 무려 500년을 차디찬 벽에 붙어 움직일 수 없었답니다.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닿는 건 늘 싸늘한 벽의 체온 뿐이었답니다.
다리를 주셨다면 저는 지금 매달려 있는 벽에서 딱 한 두 걸음만 앞으로 걸어 나갔을 겁니다. 그리고 '손대지 마시오'라고 적힌 글씨들을 깨끗이 지워버렸을 겁니다. 사람의 체온이,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저에게 '손대지 마시오'는 세상 어떤 형벌보다 가혹한 한 마디 였으니까요.  166

섬에게 배우는 사랑법
섬은 외롭지 않습니다.
조용한 사랑을 하고 있어 외로워 보이는 것입니다.
파도가 철썩철썩 그의 몸을 때려도 
갈매기가 끼룩끼룩 그의 마음을 흔들어도 섬은 수면 아래에서 건너편 섬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사람도 한 점 섬입니다. 손이 둘씩이나 있는.  168

나이를 먹지 않는 동물
나이를 먹지 않는 유일한 동물.
그의 이름은 친구다.  169

혼자 놀기의 달인에게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만화를 본다.
휴대폰을 열고 게임기능을 찾아 버튼을 눌러댄다.
거울을 보며 1초에 한 번씩 표정을 바꿔본다.
혼자 노는 방법으로 흔히 선택되는 이런 것들은 엄격한 의미로는 혼자 놀기가 아닙니다. 
만화책과 놀기, 휴대폰과 놀기, 거울과 놀기입니다.
하루 종일 고개 들고 하늘만 바라본다. 구름과 놀기.
눈감고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한다. 과거와 놀기.
누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방바닥과 놀기.
완벽한 의미의 혼자 놀기란 없어 보입니다.
혼자 놀기가 없다면 혼자 살기는 더욱 없겠지요.  170

말이 안 되는 말
어제는 강남에서 새로운 엄마를 사귀었고, 오늘은 신촌에서 새로운 아들을 사귀었다.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가족은 너무 너무 너무 소중합니다.  172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은 바보짓이다.
눈물은 눈이 흘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흘리는 것이다.
가슴 속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없다면 말없이 꼭 안아줘야 한다.
그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질 때까지 내 가슴을 빌려줘야 한다.  175

몸이 곡선인 이유
오른손으로 왼손등에서부터 왼팔,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뒤꿈치까지 긴 선을 긋듯 만져 내려가 보게요.
천천히 만져 내려가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날카로운 곳이 만져진다면 그곳에서 손을 멈추세요. 당신의 오른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의 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부드러운 곡선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꽉 껴안아도 찔리거나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76

사람인의 다른 뜻
사람 인은 참을 인입니다. 고통을 인내(忍耐)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인할 인입니다. 인연(因緣)을 쉽게 버리지 않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어질 인입니다. 약자에게 인자(仁慈)한 사람이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알 인입니다. 상대를 인정(認定)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177

박지성이 가르쳐 준것
영국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주 일부.
우리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의 전부.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한 목소리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
박지성이라는 작은 공감 때문이다. 작은 공감이 큰 차이를 축구공 차듯 차버렸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가르쳐 준 것은 축구가 아니라, 공감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180

제목
당신의 글 읽는 습관을 저는 잘 압니다. 제목 먼저 힐끗 보고 끌리면 그 글을 읽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시죠? 책을 고를 때도 제목에 끌려다니시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제목이 그저 그런 글은 그냥 건너뛰셨죠? 이 글은 제목이 제목인지라 무슨 얘기일까 해서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고 있죠?
아니, 제가 당신의 글 읽는 취향 가지고 간섭하거나 시비 걸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신린 글, 교과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래 왔던 것처럼 제목부터 살피고 읽고 싶은 글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사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그렇게 읽지 마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인 이름이나 사람의 부제인 하는 일과 사는 곳만 보고 그 사람의 내용은 대략 이러겠지 하고 추측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과 부제는 그 사람의 껍질이니까요. 귤껍질 한 입 씹어보고 귤 맛이 거칠다고 말하면 안 되니까요.  180

사람으로 산다는 것
물은 0도에서 100도까지 물이다.
사람은 36도에서 37도까지만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사는 것은 물로 사는 것보다 백배쯤 어렵다. 물처럼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체온의 변화가 심한 사람은, 물처럼 담는 그릇에 따라 그때그때 모습이 달라지는 사람은, 사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물로 사는 것이다. 언젠가는 수증기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185

4인용 식탁에서 다섯사람이 밥먹는 법
1. 한 사람은 서서 먹는다.
2. 네 사람이 먹고 난 후에 한 사람이 먹는다.
3. 4인용 식탁을 5인용 식탁으로 교체한 후에 다 같이 먹는다.
4. 다섯 사람 다 바닥에 내려와 먹는다.
5. 다 굶는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4번과 5번입니다.
먼저 4번. 식탁의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식탁을 포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나 조금 덜 배고픈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방법, 즉 시간을 놓치는 방법 역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놓쳐서도 안 되고 시간을 놓쳐서도 안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약간의편안함이나 약간의 우월감을 놓지 않으려다 더 중요한 것들을 놓아버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5번. 이 방법은 다섯 사람을 따끔하게 꾸짖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생각없이 쌀을 씻었고, 생각 없이 불을 피웠고, 생각 없이 국을 끓였습니다. 밥 하는 시간 다음에 운명적으로 닥치게 될 밥 먹는 시간에 대해 모두가 모른 척 한 것입니다. 어떻게든 먹게 되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이 이런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진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5인용 식탁이 있는 집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한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사람들은 한끼쯤 굶어도 됩니다.  187


SIX. 터널 속에 홀로 선 당신에게
웃는다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 나지도 상처 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달과 손가락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왜 보십니까?
손가락을 보지 않고는 손가락 끝에 붙어있는 달을 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목표는 달인데 손가락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니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하게 읽지 않으면 달이 아니라 별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달이라는 목표보다 손가락이라는 방향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194

사람과 동물의 차이
생각할 줄 알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고, 이런 저런사회를 만들 줄 안다는것마으로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기 않다. 사람과 동물의 진짜 차이는 하하하 그리고 라라라. 웃을 줄 안다는 것과 노래할 줄 안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웃자. 웃으며 노래하자. 이런 노래는 어떤가. 사랑과 믿음과 소망과 웃음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웃음이라.  197

주인공이 아닐지라도
별책부록을 보려고 잡지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디처트를 맛보려고 코스요리를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치어리더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려고 서태지를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보다 조금 뒤에 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조금식 앞으로 옮기는 기쁨은 뒤에 선 사람들의 몫입니다.  200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한 가지만 찾아보세요.
답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라면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겠습니까?
이제 조금 더 쉬운 문제입니다.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한 사람만 찾아보세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205

종점에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내리면 종점이지만 내리지 않으면 출발 점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206

당신의 두번째 이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누군지 아세요? 
올림필 역도와 유도, 배드민턴에서 아깝게 4위를 한 사람들입니다.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4위. 60억 중에 네 번째.
기억해줄만 하지 않습니까?
박수쳐줄만 하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 한 말을 정정합니다.
이들은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4강 진입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당시느이 손바닥을 그토록 아프게 했던 2002년 히딩크처럼.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당신.
당신의 두 번째 이름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중 하나입니다.  207

모기의 무게
모기가 저울 위에 앉으면 저울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저울에게 모기의 무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모기가 역기 위에 앉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천하의 장미란도 역기의 무게에 더해진 모기의 무게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게란 그런 것이다. 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이라는 짐은 누구를 짓누르고 있는지 내려다보라.
가벼운 짐은 없다.  208

하늘을 보는 사람들
한 살마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마주오던 사람이 따라서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길을 가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맨 처음 하늘을 본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우리는 가끔 왜 하늘을 봐야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늘을 본다. 남들이 다 보니까. 동전은 땅에 떨어져 있는데.  209

벼룩에게 해서는 안되는말
높이뛰기는 그만하면 됐다.
이제부터 투포환 연습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빌려 벼룩을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벼룩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면 사람에게도 하지 마십시오. 세상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보다 나폴레옹을 흉내 내다 쓰러진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212

8자의 의미
가로로 자르면 0.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뜻.
세로로 자르면 3.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 뜻.
눕히면 무한대.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  213

만리 장성의 과거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도 한때는 돌멩이였다.
당신이 지금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신세라면 당신은 말리장성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216

흐린날의 끝말잇기
끝말잇기 해볼까요?
위기! 기권! 죄송합니다. 빵점입니다.
위기! 기회! 잘했습니다. 만점입니다.  217

될 수 있는가? 되고 깊은가?
원고지 앞에서 글에 취해 담배 대신 연필을 입에 문 적이 있으세요?
입에 문 연필에 라이터를 갖다 대고 불을 켜본 적 있으세요?
이싿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작가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혼자말로 중계를 한 적 있으세요?
옆 사람을 해설자로 착각해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적 있으세요?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캐스터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될 수 있는가? 라고 묻기 전에 되고 싶은가? 라고 먼저 물어보세요.
되고 싶은 사람은, 간절히 되고 싶은 사람은, 됩니다.  218


SEVEN. 우리의 머리가 아픈이유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법
잠이 올 때 잔다.  223

지는 꽃이 슬픈게 아니라
꽃이 졌다.
바람이 이겼다. 계절이 이겼다. 중력이 이겼다. 나의 무관심이 이겼다.
진 것은 꽃 한 송이인데, 이긴 자는 늘 이렇게 많다.
진 꽃을 다시 짓밟는 세상이 슬프다. 
이긴 자들이 다 갖는 세상이 슬프다.  225

뇌진탕
우리는 배고픈 줄은 알아도 뇌고픈 줄은 잘 모른다. 그래서 밥에 수입의 9할을 쓰고 책에는 1할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뇌가 허기를 견디지 못해 뇌진탕을 일으키면, 그제야 부랴부랴 지출습관을 바꾼다. 그렇다고 수입의 9할을 책에 쓰는 것은 아니다. 약에 쓴다.  226

짜장면과 자장면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답니다. 그런데 자장면 하면 짜장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짜, 라는 경음을 동원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래도 자장면이 맞다면 그렇게 불러야겠지요. 입맛과 말맛을 다 포기해야 겠지요.
문제는 짜장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짜파게티도 자파게티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짜로니도 자자로니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장밥도 힘 빼고 자장밥이라 불러줘야 합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이처럼 얼키설키 얽혀있어서 나 하나 바뀌는 걸로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짜증내지 마십시오.
짜증이란 말도 곧 자증으로 바뀔지 모르니까요.  228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툭 던지는 질문에, 지난주에 동대문에 갔던 일이 잘 안 풀려서 오늘 오후 세 시쯤 다시 가야하는데 요즘 관절이 좋지 않아 2호선에서 1호선으로 바꿔 타는 일이 걱정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대답을 듣는 상대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표정이 일그러진 이유는 안녕하세요? 에 붙은 물음표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궁금해 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에 너무 적극적이나 당신의 관절에 관심이 없다. 안녕하세요? 라고 물으면 그냥 안녕하세요? 라고 받은 질문을 되돌려주며 스쳐 지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인사법이다.
대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앞세우며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올 테니, 외로울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게 좋다.  230

호랑이에게 물려가면서 하는 공부
호랑이게게 물려갈 때, 우리 엄마가 기다린다고 애원하지 마세요.
호랑이는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테니까요.
배고픈 우리 아이도 기다린단다.
내겐 더 없이 절절한 얘기도 상대의 가슴을 흔들지 않으면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나는 불량식품입니다 라고 말을 하거나, 크게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을 하세요. 내 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상대의 귀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야 들립니다. 호랑이게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은 호랑이 측에서 흘린 말입니다.  231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
말이 많은 사람의 장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의 단점은 아는 것은 많은 데 정확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세상에 들키고 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책 속에 엄청난 지혜가 들어있어서가 아닙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32

눈이 하는 짓
먼지떨리로 먼지를 털면 먼지가 사라집니까?
아닙니다.
먼지는 공기 속에 숨어 있다 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은 조금 편안해지겠지만 폐는 많이 불편해지고 맙니다.
눈이 하는 짓이란 게 늘 이렇습니다.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더 큰 문제를 만들고 맙니다.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은 보지 않겠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35

정리와 정돈
정신없이어질러놓은방을방주인이아닌사람이치우는것은잘정돈된방을정신없이뒤집어놓는것과같다아무리쓰레기같은방일지라도방주인은무질서속에나름의질서를만들어둔다당신의눈에그질서가보이지않는다고해서그것을무질서라고결론짓는것은정말무질서한생각이다남의방함부로정돈해주지말고남의생각함부로정리해주지마라.  239

붙어 있어야 할 것과 붙지 말아야 할 것
치마와 바람이 붙으면 한 아이의 교육이 무너지고 만다.
결혼과 조건이 붙으면 한 연인의 사랑이 무너지고 만다.
음주와 운전이 붙으면 한 가족의 행복이 무너지고 만다.
정치와 경제가 붙으면 한 나라의 미래가 무너지고 만다.
사랑과 한다가 붙어 있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고 만다.  245

끝까지 가 봤더니
죽어라 공부시켜서? 특목고 보냈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우쭐해지지. 
그래서 우쭐해지면? 더 죽어라 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지.
그래서 하면? 서울대 보내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출세 길이 열리지. 
그래서 열리면? 좋은 직장 잡지.
그래서 잡으면? 예쁜 신부, 똑똑한 신랑 얻지.
그래서 얻으면? 머리 좋고 예쁜 아이 낳지. 
그래서 낳으면? 공부시키지. 
그래? 결국 공부시키기 위해서 공부시키는 거였구나. 끝까지 가 봤더니 아무것도 없구나.  248

오늘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그에게 오늘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어제 심은 사과나무에게 무책임을 사과하고 싶습니다.  249

정년퇴직때까지 살아남는 법
책상서랍에 숨어 있는 편지봉투를 모조리 쓸어다 휴지통에 던져버리십시오. 직장인은 누구나 편지봉투만 보면 사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답니다. 이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강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던져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존심. 편지봉투를 휴지통에 던질 때 자존심이라는 놈도 잘 구겨서 던져버리십시오. 휴지통이 차 넘칠수록 당신의 정년퇴직은 안전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물론 한 가지 작은 문제는 있습니다. 그건 자존심 다 던져버린 사람들만 우글대는 당신의 회사가 당신의 정년까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51

바보들의 공통점
낙서 한 줄 없는 깨끗한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담벼락 주인이 낙서금지라고 쓰고 나면, 그때부터 담벼락은 온 동네 낙서판이 되고 만다.
바보들의 공통점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253

욕심많은 타잔이야기
타잔은 정글 속에서 선악과를 발견했고 이를 원숭이 몰래 혼자 먹어치운 것이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혼자만 팬티라는 문명을 두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가 없어.
그리고 혼자 먹어치운 그 선악과 때문에 동물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동물의 왕국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문제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타잔이 정글을 탈출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뭐든 혼자 먹어치우려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257

수건 출신의 성직자
걸레. 자신의 몸을 더렵혀 가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수건 출신의 성직자. 한 때는 귀부인의 얼굴 근처에서 놀았지만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결코 입에 담지 않는 겸손함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특히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격언은 쉽게 별절하지 않는 그의 인격을 잘 말해 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흠 잡을 데 없는 그의 인격에 존경 대신 질투를 표한다. 몸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속리산 관광기념이라는 문신을 지적하며, 주위에 혐오감을 준다는 구실로 대중목욕탕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결례다.  258

하느님이 내려 보낸 천사
주는 대로 받아먹고,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자고, 더럽다고 욕해도 화내지 않고, 죽어서도 온몸을 다 바치고, 이빨 발톱 다 뜯어봐도 다른 동물에게 위협을 주는 날카로운 무기는 찾아볼 수 없고....
돼지는 하느님이 땅에 내려 보낸 천사임에 틀림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꿈속에서까지 그토록 그를 만나고 싶어 할 리가 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그를 닮은 저금통을 신앙처럼 모시고 살 리가 없다. 더 이상 사람 어깨에 날래 두 장 붙여놓고 천사하고 우기지 말자. 그건 우기는 게 아니라 웃기는 거다. 우리 사람들, 그동안 하느님을 충분히 웃겼다.  260

다름을 만났을 때
파리에겐 똥이 향기롭다. 왜냐고 묻지 마라. 그게 파리다.
파리는 똥보다 꽃이 향기롭다고 주장하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262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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