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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03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정은문고 2014 03830


- 표지의 일러스트가 마음에 닿는다. 사다리 책장들사이에 있는 소파, 그것마저 책장 스러워지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책들과 쌓여 있는 책들, 마치 책장이 없는 곳인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발디딜곳이 없어 책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난간해하며 장서 속에서 땀을 흘릴 정도이다. 

부럽다~ 장서가여~~





책이 아무리 많더라도 책장에 꽂아두는 한 언제든 검색할 수 있는 듬직한 '지적 조력자'다. 하지만 책장에서 비어져 나와 바닥이며 계단에 쌓이는 순간 융통성 없는 '방해꾼'이 된다. 그러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범람은 결국 '재해'로 지닫는다.  19


정리의 기술은 장서가 5천 권쯤 되어야 유용하다. 가게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책 1만 권이면 헌책방을 열 수 있다. 1만 권을 넘어 2만 권 가까이면 집 한 채를 모조리 책으로 채울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있지 않은 한 정리고 뭐고 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28-29


책을 처분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용기'  34


어쨌거나 누구 책이든 이것저것 다 사 모을 필요는 없다. 꼭 피룡한 책 한 권만 갖고 있으면 그걸 숙독하고, 그래도 마음이 벅차오른다면 영역을 넓히면 된다.  37


히로세(헌책방 주인) 씨는 말한다. "책을 매입하러 갔다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책을 정리하고 끈으로 묶으면서 어쩐지 쓸쓸해지는 겁니다. 책을 떠나보내는 손님의 마음이 전해진다고나 할까요. 긴 시간 함께 있으면 그만큼 정이 드나 봅니다. 어쨌든 흔치 않은 경험이죠." 장서 처분에는 처분하는 사람 수만큼 갖가지 사연과 드라마와 괴로움이 있다. 아끼던 책을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사람,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분하는 사람, 이혼하면서 아내가 남긴 책을 파는 사람. "여행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여행에는 언제나 말썽이 있는 여행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고. 책을 매입할 때도 마찬가지죠.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서, 그것도 거의 딱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그분들 책을 책임지는 일이니 나름대로 보람찬 일이죠."  46


집에 같은 책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또 사는 지경이면 이상적인 독서공간이 슬슬 위험해진다는 신호다.  53


명창정궤(明밝을명窓창문창淨깨끗할정軌수레바퀴궤) :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송나라 학자 구양수의 <시필試筆>에 나오는 말.  54


달리 할 일도 없고, 정신을 혼란하게 할 것도 없으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할 장서도 없다. 집중하기 좋다는 의미에서 '명창정궤'의 실례로 교도소를 들 수도 있겠다.  58


명창정궤 아래서 세상 시름을 잊고 홀로 희작을 쓰고 있노라면 어느새 석양이 하얀 종이 위로 쏟아져 눈을 찌른다. 참으로 하루가 손가락 튕기듯 쏜살같이 지나감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혹은 오래된 판본을 책상 위에 좌우로 쌓았다 무너뜨리며 기이한 옛날이야기에 빠져 등잔불 기름이 타들어가듯 한 장 두 장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새벽이 다가오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59


아마도 '명창정궤'라는 사상 속에는 책장이 없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서재는 책장을 갖는 순간부터 타락하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책장이 있으면 책을 꽂아두고 싶다는 소유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서재에 한해서다. 뭐든 이상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60


<대화의 시간>에서 밝힌 오사다 히로시의 생각을 들어보자.

'책을 둔다고 하면 어쨌거나 도서관처럼 깨끗하게 책을 꽂아놓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쉽죠. 하지만 책은 언제나 손에 닿는 곳에 두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둘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살기 좋은 그 어떤 설계도 무시하고 자기 주변에 책을 쌓아두는 겁니다.'  60-61


책이 느는데도 책장을 사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책장 살 돈이 있으면 책을 샀기 때문이다.  73


어떤 사정이 생겨 2만 권을 5백 권으로 줄이는 날이 온다면, 나는 과연 소장할 책을 선별할 수 있을까.  151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161


나가야마 야스오의 <오타쿠의 숙원-'수집'의 지혜와 모험>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170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게 아닐까.  181


필요 이상으로 장서를 쌓아가는 일은 '괴로움'인 동시에 '즐거움'이다.  210



한 인터넷 리서치 회사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이 한 달에 읽거나 사들이는 책의 양은 이렇다. 한 달 독서량은 잡지를 포함해 "한 권에서 두 권"이 40.42%, "세 권에서 다섯 권"이 28.39%이다.(일본)  237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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