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는 뭐든 간에 발길질을 하면서 물건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남자였다.  15


그는 줄줄이 늘어선, 자기 집과 똑같이 생긴 집들을 따라 차를 몰았다. 그들이 처음 여기 왔을 때 이 동네에 있던 집은 겨우 여섯 채였다. 이제는 수백 체가 있다. 한때 여기에서는 숲이 있었지만 이제는 집들뿐이다. 물론 다 융자를 낀 집들, 그게 오늘날 일을 하는 방식이었다.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고 전기차를 몰고 다니며 전구 하나 바꾸려고 수리공을 고용했다. 딸각딸각 맞추는 조립식 마루를 깔고 전기 벽난로를 설치한 뒤 그럭저럭 살아간다. 급박한 상화에도 벽에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사회. 이게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45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57


아마 그녀(소냐)에게 운명이란 '무언가'였을 텐데, 그건 오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베에게 운명이란 '누군가'였다.  103


"자기 원칙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된 사람들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걸까?" 루네가 물었다.

"하나도 없지." 오베가 대답했다.  117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아무도 타이어를 갈아 끼우지 못했다. 전등 스위치 하나 설치 못했다. 바닥에 타일도 못 깔았다. 벽에 회반죽도 못 발랐다. 자기 세금 장부 하나 못 챙겼다.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잃어버린 형태의 지식들만 넘쳐났다.  119


오베는 첫 번째 불꽃이 자기 집을 기어오르는 광경을 봤다. 그는 잔디를 가로질러 뛰어갔지만 이내 소방관들에게 제지당했다. 별안간 그들이 사방을 둘러쌌다. 

그리고 오베를 집에 못 들어가게 막았다.

하얀 셔츠를 입은, 오베가 이해한 바로는 일종의 소방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의 앞에 다리를 쩍 벌리고 서서 오베가 자기 집의 불을 끄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너무 위험해서라고 그랬다. 그런 뒤 안타깝게도 소방관들 역시 관계당구겡서 적법한 허가가 내려올 때까지는 불을 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베의 집이 정확히 시 경계선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지휘 센터에서 무전기로 승인을 해주어야만 그들이 진화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가가 나고 서류에 도장이 찍혀야 한다고 했다.

"규칙은 규칙이니까요." 오베가 항의하자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오베는 몸부림을 치며 거기서 벗어난 뒤 분노에 차 호스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헛된 일이었다. 소방관들이 이제 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불길이 이미 집을 삼켜버렸다. 

오베는 정원에 서서 무력함과 슬픔에 휩싸인 채 집이 불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134-135


사람들은 오베와 오베의 아내가 밤과 낮 같다고 늘 말했다. 오베는 당연하게도 자기가 밤 쪽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게 그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반면 누군가 그런 말을 할 때 오베의 아내는 항상 재미있어했는데, 왜냐하면 그럴 때마다 낄낄 웃으면서 사람들이 오베를 밤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가 태양 쪽으로 가기에는 너무 못돼먹어서라고 지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왜 자기를 택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음악이나 책이나 이상한 단어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사랑했다. 오베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남자였다. 그는 드라이버와 기름 여과기를 좋아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인생을 살아갔다. 그녀는 춤을 췄다.

"모든 어둠을 쫓아버리는 데는 빛줄기 하나면 돼요." 언젠가 그가 어째서 늘 그렇게 명랑하게 살아가려 하느냐고 그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읽는 책 중 하나에 프란체스코인가 하는 수도사가 그렇게 써놓은 게 분명했다.

"날 속이면 안 돼요. 여보." 그녀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커다란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도 안 볼 때 당신의 내면은 춤을 추고 있어요, 오베. 그리고 저는 그 점 때문에 언제까지고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당신이 그걸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간에."

오베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결코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그는 춤을 춰본 역사가 없었다. 춤이란 너무 무계획적이고 어지러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직선과 명료한 결정을 좋아했다. 그게 그가 늘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수학에는 정답 아니면 오답만 있었다. 수업 중에 '네 입장을 토론해보자'며 사기를 치려 드는 히피 같은 과목들과는 달랐다. 마치 누가 긴 단어를 더 많이 아는지 점검하는 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이기라도 한 것인양. 오베는 옳은 건 옳은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길 원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이 자기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심술궂은 영감탱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그들이 오베에게 사람을 다른 식으로 볼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때가.  152-154


모든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남자가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때가 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면, 남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159


오베는 그녀를 만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물어봤다면, 그는 살아도 산게 아니었다고 대답했으리라.  182


"당신이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는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오베가 소냐에게 솔직히 고백하고나서 일어나면서.)  186


그녀는 그저 "다 괜찮을 거예요, 여보"라고 속삭이며 그의 팔에 자기 팔을 기댈 뿐이었다. 그녀는 집게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을 부드럽게 눌렀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죽었다.

오베는 그녀의 손을 몇 시간 동안 그대로 잡고 있었다...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189


'사람은 자기가 뭘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273


오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분노에 찬 엘크처럼 턱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아니타와 루네의 집으로 들어갔다.  364


오베의 몸에서 모든 힘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아니타의 기진맥진한 얼굴을 봐서였을 것이다. 더 큰 견지에서 보면 이 단순한 전투에서 이겼다느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이었을 것이다.스코다가 갇혀 있건 말건 아무 차이도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돌아온다. 그들이 소냐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항드로가 서류들을 들고. 하얀 셔츠의 남자들이 언제나 이긴다. 오베 같은 남자는 언제나 소냐 같은 사람을 잃는다. 아무도 그에게 그녀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결국 부엌 조리대에 기름칠을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곤 하지도 않는 하루하루가 길게 이어지는 것 외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오베는 더는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 이 순간 확실히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게 다 멈추기만을 바랐다.

파르바네는 계속 그에게 반박하려 했지만 그는 그냥 문을 닫았다. 그녀가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는 현관의 의자에 주저앉아 자기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심장이 정말로 세게 뛰는 바람에 귀가 폭발할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어둠이 숨틍을 걷어차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의 압박이 20분 넘도록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베는 울기 시작했다.  368-369


"사람들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원해요. 품위란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를 뜻하는 거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했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소냐는 오베가 자기의 이름 없는 분노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370-371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어떤 일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란 때로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때가 올 때까지는 늘 낙관적이다.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민원을 제기할 시간도.  387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410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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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숨을 고른 다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난 평생으 ㄹ두고 노새나 다름없는 취급을 당했어. 내 아들놈 하나-딱 하나만이라도- 인간답게 사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49


"어린 친구가 아주 똑똑하고 정직하고, 활발하구먼, 도둑과 등신들이 우글거리는 이 무리에서 말이야. 어떤 정글엘 가더락도 가장 희귀한 짐승이 뭔지 아니? 한 세대에 딱 한 번만 나타나는 동물 말이다."

저는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했습니다.

"화이트 타이거요."

"그래, 바로 네가 화이트 타이거다. 이 험한 정글의 화이트 타이거."  54


옛날 옛적의 인도에는 천 개의 카스트와 천 개의 숙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두개의 카스트만 남았어요. :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뿐이랍니다. 먹거나, 먹히거나.  85


자유로운 사람들도 자유의 가치를 모르는 것, 문제는 바로 그겁니다.  142


짐승들은 짐승답게 살도록 내버려두고,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한 마디로 그것이 저의 철학이랍니다.  314


인도 혁명이라굽쇼?

아니요, 각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자기네 자유를 위한 전쟁이 다른 어디에선가부터 - 정글이나, 산이나, 중국이나, 파키스탄으로부터 올 거라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런 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거룩한 도시 베나라스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인도의 젊은이들이여, 그대 혁명의 책은 바로 그대드르이 뱃속에 들어있도다. 그것을 배출해내서 읽으라!

하지만 대신에 그들은 전부 칼러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크리킷 게임이나 샴푸 광고 따위를 보고 있지요.  344


제가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361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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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에서 나온 숙모는 한스에게 넓적한 초콜릿을 한 개 주었다. 그는 초콜릿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예의 바르게 했다  27


"아니, 왜 안 먹으려고 하는 거니? 그러지 말고 어서 먹으려무나, 먹으라니까!"

한스는 초콜릿을 끄집어내 잠시 은박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하는 수 없이 자그맣게 한 조각을 떼어물었다. 초콜릿을 좋아히자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숙모에게 바른 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28


신학교에서도 다른 학우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야망과 인내심으로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꼭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것은 한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64


원래 몹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살림을 꾸려가거나 돈을 아끼는 방법을 전혀 터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가진 만큼 다 써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는 것이 낯설게 여겨질 뿐이다.  97


교장 선생으로부터 아버지, 그리고 교사들과 복습 교사들에게 이르기까지, 어린 소년들을 키우는 의무에 충실한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한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오기와 타성에 젖은 성향을 억지로라도 다시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그 동정심 많은 복습 교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야윈 소년의 얼굴에 비치는 당혹스러운 미소 뒤로 꺼져가는 한 영혼이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과 절망에 싸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이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앗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172-173


교장 선생은 헤어지면서 한스의 힘을 붇돋아주기 위하여 "또 만나세."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헬라스 방에 들어가 텅 빈 세개의 책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두 소년과의 이별에 대한 책임의 일부가 혹시라도 자신에게 있지나 않은지, 자못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은 담력이 세고 도덕적으로 강인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전혀 이롭지 않은 암울한 의구심을 마음속으로부터 떨쳐버릴 수 있었다.  174


한스의 마음은 실망스럽게도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하고 어두워졌다.  175


줄기를 잘라낸 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온다. 이처럼 왕성한 시기에 병들어 상처입은 영혼 또한 꿈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마치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어 끊어진 생명의 끈을 다시금 이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뿌리에서 옴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187


아,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오,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모든게 끝나버렸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가슴이 저리도록 아파왔다. 어렴풋한 상념과 추억들, 수치심과 자책감이 음울하게 물결치며 한스를 뒤덮었다.

한스는 큰 소리로 흐느끼며 풀밭에 쓰러졌다.  259


교장 선생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요, 선생님. 저 아이는 훌륭하게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뛰어난 아이들이 도리어 불운을 맞게 된다는 건 정말이지 슬픈 일이지요!"  262



작품소개

서양의 기독교적인 경건주의 전통과 더불어 자라면서도 인도와 중국의 동양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정신적인 고향>을 발견하였다. 그가 추구한 문학의 과제는 동양 정신과 서양 정신의 접목, 지성과 감성의 결속, 현실과 이상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265


독일 낭만주의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헤세는 특히 고독과 허무를 주제로 한 서정시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자서전이다. 한스 기벤라트는 그의 분신이다. 젊은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한스처럼 '수레바퀴 아래서' 힘든 삶의 여정을 밟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66


한스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반면에 어린 시절의 헤세에게는 어머니가 곁에 있었다. 또한 작가로서의 헤세가 자신의 고뇌와 시련을 글로써 승화시킬 수 있었던 반면, 한스는 그런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267


왜 한스는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가! 어째서 그는 힘겨운 파멸의 길을 걸어가야만 했는가! 무엇 때문에 그는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해야만 했는가! 과연 한스가 짊어졌던 수레바퀴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명을 짊어진 수레바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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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전문가들의 책은 여러권 읽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의 책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가는 분석적인 측면에서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여러권 읽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면들이 꽤 있다. 그런것이 분명 우리에게 많이 필요한 부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집필된 책이다.
우리는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는 횟수가 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벽을 치게 된다.
처음 좋아했던 사람에게 너무 빠져 있다가 헤어나오는게 너무 힘들고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그 다음 또 그 다음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사랑에 대해 두려움과 일정 선을 유지하려는 방어벽을 띄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치게 되는 방어벽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감정은 있으나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음으로 헤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장애가 되어 상대는 떠나가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그러한 반복에 의해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사랑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불신은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그러한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랑의 감정 따위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냥 살아간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신이 있다면 신이 준 능력이고 자연발생적이라면 본능적인 인간의 탐구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어쩌면 불행한 어쩌면 서글픈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각자가 판단할 몫이겠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 생각지 않는 부류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분석철학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한계를 동양에서 찾지 않을 테니까. 
우리의 생활방식이 너무 서양화 되면서 비만인구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 상태의 혼돈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서양식 분석 철학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철저하게 관찰해 보면서 자신이 지금 어느 지점에서 있으며 헤매고 있는 건지 평안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됨으로 막연함이 사라지는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랑... 평생 풀어도 다 풀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많이 풀어내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면 조금 더 불안함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
우리의 마음속엔 저마다 지워지지 않는 한 아이가 살고 있다... 어린아이의 시선과 두려움과 공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성장을 멈추어 버린 그 아이에게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랑은 바로 그 아이를 성장시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
안타깝게도 요즘 사람들은 지독한 외로움으로 사랑을 절실히 원하면서도, 사랑을 두려워한다. 사랑이란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밀해지는 것조차 두려운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10

1. 사랑을 시험하는 것들
운명(Destiny)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사랑을 과거의 문이 쾅 닫히며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24
프로이트는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인의 모든 인간 관계는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아이가 생후 초기 어머니와 가졌던 유대감과 나중에 에디푸스 갈등과 관련된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의 재현이 바로 사랑의 끌림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에게 '모든 사랑은 재발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사랑은 무의식의 운명이다.  25
짝을 잘 만난 경우는 상대방이 가진 자질을 올바로 파악한 것이다. 반면 실패한 '필(feel)'은 외모나 분위기로 상대의 모든 부분을 혼자 유추하여 자기 내부에 있는 어떤 대상을 다짜고짜 투사시켜 받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26
옥타비오 파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랑이란 존재의 위험과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도,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지도 않지만, 인간에게 시간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실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사랑안에서는 몇 분이 몇 세기로 바뀌고 그 질량을 측정할 수 없게 되면서 인간은 찬나나마 죽음의 질병에 대한 잠정적 치유책을 발견 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인간에게 이처럼 잠정적이나마 존재론적 구원을 베풀어 주기에 사랑은 지구사에서 축복받은 자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사랑은 비록 상처를 받을지라도 하는 게 낫다. 
'운명적인 만남'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의식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임을 말이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 다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과대 포장은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30

사랑(Love)
혹시 사랑의 장애물로 사랑 그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잇는지. 사랑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가 유일하게 믿고 기대게 되는것이 바로 사랑이지만 사랑은 결코 믿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사랑을 시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슬픔과 외로움, 미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빋어지는 현상이다.  36
사랑이라는 것은 성인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내가 과거에 사랑했더 부모나 가족과의 결별을 뜻하기 때문에 슬플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슬픔은 사랑으로 인해 생겨나지만 사랑이 결코 채워 주지 못한다.
가슴 한쪽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37
나와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상대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비로소 사랑은 성숙해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됨을 견디지 못하고 부정하면, 상대에게 매달리고 끊임없이 확인을 요구하며, 서로를 피로와 혐오 속에 몰아 넣을 수도 있다.  38
슬픔과 미움과 외로움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선 그 친구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0

섹스(Sex)
요즘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상처받을까 봐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관계를 맺는다.  47
성과 사랑을 분리하는 사람들에게 상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반은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처럼 끝없이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48
정상적인 여성들도 50% 정도는 성교 행위만으로는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한다.  49
에로틱한 욕동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즐거움을 추구한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마치 그가 된 듯 상대와 동일시함으로써 합치감의 희열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성의 에디푸스적 구조에서 유래된 금기를 극복하는, 일종의 반란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1
밀접하게 친밀해진다는 것은 서로의 내부에 있는 원초적 욕망이나 공격성이 변형되거나 승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상대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잇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섹스에서 서로의 경계를 지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섹스에의 강렬한 충동을 성적인 유희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부드러움이 필수가 된다.  52
결론적으로 섹스의 위험성을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53
육체적인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과 분명히 다르다.  54
사랑이 없으면 서로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그들의 관계는 소유와 집착과 파괴로 바뀌어 버린다.  56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한닥 해서 인간 본연의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섹스가 가진 모순 때문이다.
자기의 확고한 경계를 의식하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반면 자기를 초월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57
사랑이 두려워 섹스만 하고 싶은, 섹스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그러나 내 존재조차 버거워 결국 섹스도 사랑도 떠나게 되는 그들의 초라한 모습.  58

21세기(The 21 century)
넘쳐나는 자극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의 욕구 충족을 좇게 한다. 모든 것 -우리의 정신조차도- 은 파편화해 총체선과 통합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순간마다 각자의 '전체적 자기(whole self)'가 아닌 '부분적 자기(part self)'로 관계할 뿐이다. 
'마리보적 존재(marivaudian being)' 매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인간으로서,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  63
아이들은 열등하고 무기력한 진짜 자기 모습을 감추려 하고, 없어도 있는 듯이 위자을 하고, 못하는 것도 잘하는 양 으스댄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 감에 따라 무기력하고 약한 자기의 모습을 방어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들을 발달시키는데, 이것이 몸에 익은 '과대 자기'의 모습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과시적인 만족은 실체가 없는 거품 같은 것, 물속에 비친 자기 환영과 같은 것이다.  64
자신만의 성을 높이 쌓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는 자신에게 만족하며, 메아리 없는 세상에서 숨죽이고 사는 나르시시스트들, 그들이 하는 사랑의 특징은 감각적이고, 순간적이며, '감정이 배제된 성'이 사랑을 대치한다.
그들은 '자기 이상(ego-ideal)'을 상대에게 투사시켜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의 이상이 실현되는 듯한 착각을 즐긴다. 즉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속에 투사된 자기의 이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65
순전히 성을 위해 존중되는 성은 미래에 대한 모든 관계를 상실하고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두려움만을 가져올 뿐이다.  67
병적인 자기 과대가 발달한 그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헤어질 때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아예 자신의 감정을 거두어 버리고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쉽게 돌아서선 곧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69

결혼(Marriage)
최초의 열정과 사랑을 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드은 결국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
미네소타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엘렌 버셰이드는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버트랜드 러셀도 낭만적인 사랑을 찬양하면서도 그것이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77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낭만적 사랑은 결혼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첫 부분일 뿐임을 명심하고, 결혼 생활의 문제를 모두 낭만적인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돌리는 태도부터 버려야 하는 것이다.  79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면 으레 '사랑에 빠지는 것(falling in live)'만을 떠올린다.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being)'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sraying in love)'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사랑을 하는 것'은 사라에 빠진 연인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틀고, 자기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서서히 맞추어 가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 머무는' 상태는 그들의 사랑하느 관계가 외부 세계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견디어 나가는 단계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라에 머무는 것이다.  80
애정 어린 결합은 사랑의 열정이 희미해진 후 남게 된다.  81
사랑에 머물면서 그들은 같이 인생을 걸어가는 상대방을 소중히 하고, 그와의 경험을 소중히 한다. 충절의 표현이다.
라쉬 교수는 사라에 머물면서 서로가 이러한 애정으로 결합되는 것을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 표현했다.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자율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둘만의 결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인들에게 최적의 거리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텅 빈 느낌 없이 주기적으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요, 서로의 친밀감 안에서 자신을 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82
열정적인 관계는 부부 사이에도 각자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피어날 수 있다. 우선 둘 사이에 서로 열정적인 사라에 빠지겠다는 합의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만의 노력은 둘 사이에 더 큰 상처만을 남기기 십상이다.  84


2.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시에게 있다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사실 열 사람이 어떤 사건을 동시에 목격한다 해도, 그들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기억이라는 것은 그것이 저장될 당시의 그대로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될 때, 그것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어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91
기억은 주관적이며,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무의식적 소망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92
남녀가 사랑을 할 때는 두 사람의 성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인간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간이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재료를 사용하여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97
우리가 사라을 할 때 빠지는 대부분의 오류는 상대를 자신의 기준과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자싱이 가진 가치 기준을 가지고 상대의 태도와 감정을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항상 상대편이나 외부적인 환경에서 찾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겪게 되는 갈등의 원인 대부분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단지, 그 갈등의 원인이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경우엔 자기 자신조차 그것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98

사랑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당신에게
사랑 중독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사라에 의존하게 되는 것.  102
사랑 중독즈에 빠진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가, 곧 그 사랑이 식어지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을 반복한다.  
반복될 수록 자신감은 더 없어져 가고 그러한 불안감 때문에 더욱더 다른 사람의 사랑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103
사랑 중독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필요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104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 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105

상대를 있는 그대로 못 보는 당신에게
피그말리온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한마디로 자신이 창조한 상대를 독점하고 지배하려 하는 데에 있다.
조작할 수 없는 것을 조작하려 하고, 강압할 수 없는 것을 강압하려고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타락시키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신 또한 상대를 자꾸만 의심하게 될 테니까.  113
어쩌면 피그말리온은 어떤 사랑에서든 일반적으로 조금씩은 발견되는 얼굴일는지 모른다.  114

희생만이 기쁜이 되는 당신에게
어떻게 보면 '준다'는 행위는 내 자시에게 나를 과시할 수 있고, 그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사랑을 통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내주는 경험을 한다는 건 아주 뜻깊은 일이다.  118
마조히즘이라 불리는 '피학적인 사랑'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자신을 처벌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구 때문에 자기를 완전히 상대에게 내어주어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학대하게끔 유도한다. 노예같이 상대에게 예속되면서 절망적인 사랑으로 치닫는 것이다.  120
왜 학대받는 관계를 참고 견딘 것일까? 이것은 부모로부터 거절당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대인 관계의 결함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123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으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만을 기쁨으로 아는 당신, 혹시 당신은 열등감이나 박탈감을 숨기려고, 사랑을 가장하여 상대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치를 위해서는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고 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에게 예속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125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사랑을 못하는 것은 사랑을 할 만한 상대가 안 나타나서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당신이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캐럴이나, 마술적인 상대가 아니었는지 묵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그 누구를 만나도 만족하지 못하고 내 반쪽은 따로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사랑의 마술은 마술적인 상대를 만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모두 나처럼 외롭고 약한 존재이다.  131

당신이 사랑을 밀어내 버리는 방식
방어 기제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정신 역동인데, 사람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방어 기제를 쓴다.  136
독립적인 사람은 상당히 의존적인 배우자를 선택하기 쉽다. 왜냐하면 자신이 과거에 억압하던 의존 욕구를 재경험을 통해 충족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되면 다시 자신의 세계에서 의존적인 배우자를 쫓아내려 한다.  141
누구나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느냐에 있다. 만약 당신이 돌이켜 보건대 사랑을 함에 있어 과다한 방어 기제의 사용으로 사랑을 그르쳐 왔다면, 그리고 매번 같은 태도를 반복해 왔다면 그것은 위험 수위일지 모른다.  142


3.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어쩌면 당신은 사랑 불능자 일지도 모른다
'사랑 불능자?'
미국의 정신 분석가 컨버그에 따르면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눈다.(두 가지만 다룬다)
첫 번째 유형은 내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상대를 시기하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사랑에 빠지기 힘든 사람들 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그 시작도 물론 어렵지만 설령 사랑이 진행된다 해도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있어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바로 이러한 인격적 결함을 병적으로 가진 사람들의 장애를 지칭하는 말이다.  147-148
두 번째 유형은 자아가 탄탄하지 않아서 상당히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채워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데, 이들의 문제는 가까워지는 것, 즉 친밀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150
사랑 불능은 치유될 수 있다.  152
필요한 것은 사랑을 하기 위한 당신의 노력이다.  153

상처없는 사랑이란 없다
소모적인 싸움은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싸움을 '진짜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진짜 갈등은 그들이 속해 있는 내적 현실의 깊은 차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62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 도움은 안 돼도 사랑은 할 수 있다며 갈등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서로의 상처만 깊어질 따름이다.  166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와 내가 분리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상대가 내 속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분리된 아주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이 안 들겠는가.  170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비례하지 않을까?'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173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그 전에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성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성숙을 이끄는 성숙 과정의 한 기능이기도 하다.  174

소홀히 넘겨 버리는, 그러나 아주 중요한 문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면 '내가 너를 신뢰 할 수있도록 해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 역시 서로 다른 둘이 만나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면에서 그것과 다르지 않다.  183
자신과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사랑이 괴로워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랑을 할 때 나타나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상대와의 '공감'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감 대신 '동정'을 한다. 상대의 감정으로 들어가 아예 하나가 되어 버림으로써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만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에 같이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184
그러나 무엇보다 신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  185

정신분석에서 배우는 사랑의 지혜
오래된 연인드의 특징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 알게 없다, 혹은 익숙해지니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데에 있다.
'사라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190
무굴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다. 그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같이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서로를 깊게 받아들이는 과정, 그 과정에서 연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와 성숙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197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네 가지 방법
어쨌든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거짓됨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데미안이 말했던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4
첫째, 과거를 재구성하라
자신이 늘 구박만 받았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살리면서 굉장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냈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많이 사랑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다는 것. 엄마 입장이 되어 보고, 아빠 입장이 되어 보니 부모가 애초부터 자신을 미워하고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결국 그때 그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부모에 대한 분노를 거둘 수 있었다.  205
둘째,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라
붐노를 너무 자주 폭발시키는 사람만큼이나 전혀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도 문제다.  206
마음속에 분노를 담아 두지 말자. 상대에게 자신이 느끼는 불만을 털어놓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상대에게 전달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노를 적절하게 터뜨릴 줄 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208
셋째,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나라.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좋고 싫은 감정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만큼이나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장단점이 혼재한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all good, all bad' 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9
넷째, 'So, it's me'
'그래, 그것이 바로 나다(So, it's me)'
자기 자신의 상처까지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담담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210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약간의 히스테리(a little hysteric), 약간의 편집증(a little paranoid), 약간의 강박(a little obsessive)을 가진 것'이라 했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왜 모든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왜 모든 사람이 열정적인 사랑을 해야 하는가? 어떤 모습이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211

죽음보다 더한 고통, 실연은 이렇게 떠나보내라
실연의 산을 무사히 넘은 사람은 이제 다른 산을 잘 오를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고, 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됨으로써 다음 산행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어떤 산이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여력을 가진다. 그리고 실연의 산 정상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달아 다음 산행을 더욱 의미 있게 계획하기도 한다. 문제는 인생을 살면서 가끔 마주칠 수 있는 이 산행에서 어떤 것을 배우며 얻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214
실연의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은 아무에게도 버여 주지 않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상대에게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215


4.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당신도 혹시 첫사랑을 찾고 있는가?
아마도 첫사랑은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애태우던 기억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28
첫사랑은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기억인지 모른다. 동시에 첫사랑은 성장이라는 여행길에서 우리가 성인의 사랑으로 진입하기 위해 지나쳐야 한 땅이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영토이기도 하다.  231
첫사랑, 그것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에 우리에게 계속 꿈으로 남으며, 메마르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마른 목을 적혀 주어 다시 힘을 내게 만드는 오아시스가 된다.  232

플라토닉 러브가 반쪽짜리 사랑인 이유
플라토닉 러브의 개념이 지금처럼 자리잡힌 것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금욕 주의로 점철되어 있던 그때 '플라토닉 러브'는 순서한 정신적 사랑만을 강조하는 최고의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로 추앙받았다.  233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왜 굳이 육체적인 면을 무시하고 정신적인 사랑만을 고집해야 하는지.  234
사랑이란 '에로스(욕망)'와 '프시케(영혼)'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상태다. 사랑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측면은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합쳐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황홀한 경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36
나는 플라토닉 러브를 현실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꿈속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랑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말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플라토닉 러브는 이상화한상대를 향한 사랑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측면만을 동경하고 갈망함이며, 성적인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억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238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잘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사랑의 유형이 바로 삼각관계 안에서만 사랑을 느끼는 경우다.  245

사랑 없이는 정말 살 수 없는 걸까?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만 제대로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 그리고 사랑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지어 주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든, 아니면 예술이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든.... 결국 어떤 형태로든 모두 사랑을 하고 사는 것이다.  256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현명한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결국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운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자신이 없는 선택은 곧 자기 파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책임의 문제는 따른다. 책임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없이 취하는 선택은 성숙한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때로는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처벌도 달게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랑이 강렬한 만큼, 그 고통도 그만큼 따르는 것이다 생각하면서...  267
비가 오면 지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세요. 그럼 아마 그 바람은 서서히 잦아들지 않을까요?
웃는 건 바보스럽게 보일 위험이 있다. 
눈물을 흘리는 건 감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건 남의 일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자신의 참 모습을 들킬 위험이 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기획과 꿈을 발표하는 건 그것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산다는 건 죽을 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정말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시도를 하는 건 실패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위험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니까.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

자신의 두려움에 갇힌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그의 자유는 '갇힌 자유'다.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 작자미상  268-269
사랑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더 이상 사릉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역설적이지만 상처를 오픈하고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를 얻게 되지 않을까?  269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에게 허락된 삶의 마지막까지, 나는 노력할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다 갈 수 있도록...  270



김혜남의 정신분석 카페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 사랑
마음의 키는 언제까지 자랄까? 
최근의 정신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숙하고, 그가 처한 환경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적응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257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 사랑을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라고 말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58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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