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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07 전쟁일기(우크라이나의눈물) - 올가 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2022 03890




작가의 말

전쟁 전날 밤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아이들이 잠든 후 남편과 나는 오랜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대화할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수제 햄버거를 만들고 차를 끓여주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 구입한 아파트 수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상상과 함께 아이들이 즐겁게 학원 생활을 해나가는 것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우리에게는 천 개의 계획들과 꿈이 있었다. 그렇게 우린 배부르고 행복한 채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5시.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는데, 사방에서 폭격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나는 미친듯이 서류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들 페자(표도르의 애칭)가 잠에서 깨어났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이에게 설명해주어야만 했다. …… 그다음 딸 베라가 깼다.
나는 바로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과 연락처를 적어 주었다.  7-8

우리는 지하실에서 여덟 밤을 보냈다. 조용할 때는 아파트에 올라가서 집안일을 했지만, 폭격 소리가 들리면 곧장 아이들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지하실로 뛰쳐내려갔다.
그 기간 우리 아파트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창문에는 종이테이프를 X자로 붙였다. 이내 모든 유리창과 유리문을 떼어내 구석방 바닥에 쌓아두었다. 복도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챙겨둔 백팩과 캐리어를 두었다.  9

난 아이들을 데리고 바르샤바로 떠나야만 했다. 아이들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에 내려진 계엄령으로 인해 남편은 나라를 떠날 수 없었다.
전쟁 9일 만에 그들은 나를 집, 엄마, 그리고 남편으로 부터 ‘해방(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정화’하기 위해 침공했다고 주장한다. 2022년 3월 25일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도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전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시켜주었다. 나에게 남은 건 아이들, 강아지, 등뒤의 백팩 하나와 그림 그릴 수 있는 재능뿐이었다.  11







옮긴이의 말
‘어딘가 먼 곳’이 아닌 ‘지금 여기’의 고통으로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먼 곳’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똑같은 지극히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부디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134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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