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가두면 공기가 되어버리니까.
난 바람이고 싶어.
그래서 그냥 통과하게 높아두는 거야.
가두지 않고."
어른이 된다는건, 몸만 뻣뻣하게 굳는것이 아니라 생각이 흘러가는 길까지 굳어지게 되는것.
중요한건 끝까지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마음도, 생각도, 몸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
여행지에서 향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일상은 넉넉해진다.
때론 여행지에서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또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면 떠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길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고 내가 힘들때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 어떠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말할때 우리는 길을 떠난다고 한다.
'길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길에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길을' 떠난다고 말한다.
여행은 새로운 길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던 길을 내려놓거나 지금 가고 있던 그 길을 떠나
잠시 안녕,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익숙한 그 길과
다시 돌아왔을대 변한건 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익숙한 길을 걷다 멈출 줄 아는 용기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여행이 길을 떠난 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사람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나는 그 흘러가는 시간의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여행에는 흔적이 남는다.
잠시 머문곳이든 매일 아침 지나던 길이든 '안녕'하고 눈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든 스쳐간 것들은 그렇게 기억되고 또 추억이 된다.
내가 가는 모든 길이, 선명하게 보여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새악도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길이 더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여행하는 방법은 또 달라질 것이다.
삶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듯 떠나는 방법도 달라지고
또 머무는 방법도 달라지겠지.
이렇게 변화할 수 있어서 그렇게 변하는 나를 보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여행이라는 친구에게.
내가 하는 일
내가 가는 곳
내가 먹는 것
내가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것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여행은 애인처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
남루해진 마음이 쉬고 싶을 때나 삶이 푸석거리고 재미없을때 언제나 달뜬 마음으로 꿈꾸게 되는 것.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나만의 것으로 남겨 두고 싶은 것.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그 자체로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무리 시간을 많이 보내고 머물렀던 곳을 또 지나간다해도 언제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여행은 애인처럼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왠지 미안한 것.
여행은 스스로 써내려가는 옴니버스 영화의 시나리오 일지도 모른다.
큰 세트는 일단 정해져 있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혼자 독백하듯 모놀로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적절히 넣어 흥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갈 것인지는 순전히 글을 쓰는 나의 몫이다. 길을 물어보는 짦은 에피소드에 한 명을 등장시키더라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여행이 즐거워 진다.
'잠시 내 손에 머물다 가는 것들을 잘 놓을 줄 안다면 내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면 인생을 여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 -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인생은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것.
세월이 흐르듯, 삶이 흘러가듯, 시간도 흐르고 인연도 흐르는 것.
내가 할 일은 애써 잡으려고 발버둥치는게 아니라 그것들이 내게 잠시 머무는 동안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이다.
함께 흘러갈 수 있도록 기대하며 같이 있는 동안 즐거워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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