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머리에 - 무엇이든 그 실체를 또렷이 봐야 걷어 내는 일도 가능하다
'편견이 없다'는 그동안의 생각은 거짓이었다.
내 무지와 그로 인한 숱한 편견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나는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모르고,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모르고,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르신의 외로움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죽음을 앞둔 이의 두려움을 모르고, 남의 땅에서 일해 보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절망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는 '안다' 또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채 누군가의 삶에 대해 참 쉽게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4
무엇이든 그 실체를 또렷이 바라봐야 걷어 내는 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5
나는 이 책을 '사람여행서'라고 소개하고 싶다.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과 닮아서다. 미지의 여행처럼 타인의 삶을 보고 듣고 느끼며 알아 가려했다. 여행에서 자신을 만나듯 다양한 삶의 거울에 나를 비춰 보기도 하고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삶의 자리가 낯설고 새로워 보이는 것처럼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가벼비 않은 여운이 가슴 한편을 뻐근하게 했다. 그 울림의 정체는 '변화'가 아닐까. 누군가의 삶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나를 보게 된다. 떠나고, 만나고, 돌아고, 변하는 과정이 '사람여행'이라는 단어 속에 오롯이 담길 것 같다. 5
정말 우리는 단 한 번도 차별받지 않았던 완벽한 '주류'일까?
2011년 우리나라는 UN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의 놀 권리 침해'에 대한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UN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사교육을 지목했고 대학 불평등, 대입 시스템 등 공교육 개선 노력을 권고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달라진 건 없다.
"놀이가 공부와 다르지 않고, 놀이 안에 공부가 있다"는 오세황 교사의 교육 철학....
"아이들이 인간과 생명을 사랑하며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 행복이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요." 170
다음 날 저녁, 홍대 거리에서 다시 만난 그에게 물었다.
"감독님에게 예술은 무엇입니까?"
"기존 예술은 경계를 자신은 엘리트이며 관객은 소비의 구조 속에 둡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훈련을 받은 예술가의 독점적 권력이 유지된느 방식이 기존의 예술입니다. 하지만 투자와 훈련이 생략되면 다 같은 것이고 경계는 없습니다. 기성 예술은 보편적 예술성을 독점해 권력화하고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요. 일상에 예술이 존재합니다. 일상 그 자체가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적 결단을 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예술입니다. 저는 궁극적을 없음(가난)의 예술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돈 없이 예술을 누리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없음의 예술인 영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예술입니다. 그것은 현재, 지금, 여기 '길거리'와 '광장'의 영화지요. 극장과 자본을 향하지 않습니다. 제 영화는 오늘 못 찍으면 다음날 찍으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병납니다.(웃음) 전문 배우와 스태프를 꾸리고 시나리오 안에서 치밀한 일정대로 추진한다면 그런 여유는 없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205-208
그는 거액의 기업 지원금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큰돈이지만 지원금은 닭 모이 같은 것입니다. 겨우겨우 먹고 살게하는 마약과 같은 것입니다. 끊어지는 순간 살 길이 없어지죠." 210
리듬을 탄 이야기는 자신의 영화론까지 불러냈다.
"저는 저의 영화론을 '거석'대 '돌멩이'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거석은 가진 자의 문화이며, 힘 있는 부족장을 위한 것입니다. 거대한 만리장성과 피라미드도 그렇습니다. 없는 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돌멩이로 만든 돌탑은 어떻습니까. 이는 민초들의 공동 작업입니다. 큰 돌 위에 조금씩 작은 돌을 얹는 작업이지요. 민초의 꿈과 기도, 상처가 위에 겹겹이 쌓입니다. 무명의 사람들이 오가며 만드는 돌탑이 예술적 이상향입니다. 정교한 돌탑이 등장하지만 이는 가짜입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지요. 보잘것없는 돌탑은 자율적이고 민중 중심적이며 탈권력적입니다. 얘기는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돈 벌려는 영화에는 우리 주위의 얘기가 없지요. 어떤 연기자가 가짜인가요? 전문 배우조차 가짜 아닌가요? 아까 노점에서 보았듯이 나는 그들의 친구가 되려 합니다. 내가 너무 잘 나가면 친구가 안 되지요. 가진 게 없다 보니 친구 되기가 오히려 쉬워집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얘기를 만들고 보여 주고 싶습니다."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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