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는 그 정도만 기억되는 부분일 것이다. 108
네 시간만 달리면 땅 끝에 다다를 수 잇는 우리나라의 땅 덩어리와는 달리 언제까지나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대지 위에 있는 지평선, 창문을 힘껏 열어젖혀 사막의 모래바람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창문 틈으로 모래 알갱이들이 미친 듯이 몰아쳐 와서 내 얼굴과 머리는 물론 목구멍까지 타고 들어왔다. 나는 호들갑스럽게 창문을 닫아 내렸다. 기차 안은 이미 뿌연 모래연기로 가득했다. 창문을 연 내가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의자며 배낭, 옷가지 위로 모래가 한 가득이다. 손바닥으로 쓰윽 문지르니 모래 덩어리가 묻어나왔다. 벌써부터 문 닫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니 육두문자를 날리지 않았으면 다행이지 싶었다. 창문을 여는 동안 인도인 누구도 창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이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만 있었다. 기다려주는 여유, 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잡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 내가 바라던 여유가 아니겠는가. 110
길 가운데서 길을 잃게 된다는 바라나시에서 기억해야 될 것이 있다.
'길을 잃었을 때는 무조건 강가로 나아가라!'
인생도 그러하다. 길은 그렇듯 여러 갈래지만 종극엔 하나의 물줄기로 만나 흐르게 되는 것. 나 역시, 그 강가로 흘라들어 가고 있는 중이리라. 186
'밑줄여행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최갑수 상상공방 2008 03810 (0) | 2012.10.15 |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최갑수 예담 2007 03810 (0) | 2012.10.10 |
맛살라 인디아 - 김승호 모시는사람들 2008 03910 (0) | 2012.09.09 |
인도방랑 - 후지와라 신야 작가정신 2009 03830 (0) | 2012.09.07 |
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 수 없다면 - 이하람 중앙books 2011 13910 (0) | 201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