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쏟아진 찬사
이 책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제안한다.' - 이어령(전 문화부장관, 중앙일보 고문)
인간의 다양한 삶의 패턴과 그것에 내재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무의식이 우리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매혹적인 보고서 - 이코노미스트 4-5
서문 - 무엇이 우리를 비범한 성취와 행복으로 이끄는가?
'비인지적 기술(noncognitive skill)'이란 감추어진 자질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쉽게 계량하거나 측정할 수는 없지만 행복과 성취를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7
이 책에서 다루는 성공 스토리는 내면의식(즉 감정, 직관, 편견, 동경, 유전적 특성, 사회적 규범등 무의식적 영역)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8
무의식의 영역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원시적인 영역이 아니다. 성적 충동을 억압하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니다. 무의식의 영역은 정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9
일상생활에서 온갖 감정을 적절하게 교육할 때 우리의 무의식 체계는 달라질 수 있다. 10
뇌 연구가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존의 철학이 옳음을 입증할 수는 있다. 11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는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이성에게서 끊임없는 단점을 찾아내는 내면의 무의식 장치인 '습관성 결점 찾기(flae-o-matic)'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27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매우 다르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일한 경험은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운명이라는 화려한 꽃가루를 뿌려준다. 29
감정 전달의 90퍼센트는 비언어가 담당한다. 몸짓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직하는 무의식적인 언어이다. 몸짓을 하면서 내적인 상태가 만들어진다. 31
여자나 남자나 성적인 관계를 나누는 상대방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친절이다. 33
이성은 감정에 둥지를 틀고 감정에 의존한다. 감정은 사물이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성은 이렇게 형성된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낭만적이기 때문에 실용적일 수 있다. 43
케네스 도지 박사는 "처리되는 모든 정보는 감정적이다. 감정은 인식 활동을 추동하고 조직하고 증폭하거나 약화시키는 에너지이며, 거꾸로 감정이 인식 활동의 경험이자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44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에 비해서 오럴섹스를 훨씬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동성애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양한 섹스 행위를 실험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심이 돈독한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모험을 덜 즐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성적인 모험심이 신앙 여부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 54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가 말했듯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일을 자신에게 직접 일어난 일처럼 느낄 수있다. 71
듀크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캐럴 애커먼은 실험을 통해서 아기가 흉내 내기 놀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일찍 말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타냐 차트란드와 존 바흐 연구팀은 두 사람이 서로의 동작을 더 많이 모방하면 할수록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며,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할수록 더 많이 모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은 감정이입과 도덕성을 쌓아나가는 벽돌이라고 믿는다. 72
사람들은 서로 돈독한 유대감을 나눌 때 웃음은 자연스럽게 흘러넘친다. 또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 사람보다 46%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웃음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감정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 자기가 긍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느낄 때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74
발달심리학자들이 확인한 사실 중에 뛰어난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낱말카드나 스티커 따위를 이용해 훌륭하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런 부모들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 하나 있다. 너그럽고 착하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던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얼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실행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을 모방할 수 있다. 101-102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보울비는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자기 힘으로 스스로를 돌볼 필요도 있다. 이런 두 가지 필요성은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02
보울비는 한 아이가 장차 자신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는, 아이와 엄마(혹은 가장 중요한 양육자) 사이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103
전반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태도가 믿음직하다면, 아기들은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 또한 절대적으로 옳은 양육 유형이란 없다. 아이는 부모가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105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 106
회피적인 애착관계를 가진 아이는 논리적인 토론에는 뛰어날 수 있어도 대화가 정서적인 방면으로 흐르거나 자기 속내를 드러내라는 요구를 받으면 무척 불편해 한다. 이 사람들은 평소 느끼는 감정의 폭이 매우 좁고,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107
많은 학자들이 초기 애착 양상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추적하고 밝혀냈다. 109
아무리 무작위로 구성원을 설정한다 해도 사람들은 집단을 형성하며, 집단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 갈등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120
지식습득 1단계
교육심리 학자인 벤저민 블룸은 "학습의 첫 번째 단계의 효과는 학습자가 관련 주제에 빠져들어 매력을 느끼고 전문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136
수많은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책 읽는 장소를 이리저리 바꿀 때 습득한 정보를 더 적게 잊어먹는다. 바뀐 환경이 정신을 자극해서 기억의 거미줄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137
지식습득 2단계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칭찬하면, 그 학생의 정체성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며 이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식 자동화하기... 자동화는 반복을 통해서 획득된다. 138
<스마트 월드>의 저자이며 언어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리처드 오글이 '뻗어나감과 동질성(reach and reciprocity)'이라고 부른 과정.
어떤 분야의 핵심 지식에서 출발해서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새로 확보한 것을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통합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가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글이 주장하듯이, 한 집단의 순결성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서 편협해진다. 지나치게 밖으로만 돌면 노력에 따르는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 확장과 통합의 리듬 139
학습은 전적으로 선형적이지 않다는 사실. 어떤 분야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이 질적인 변화의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다. 140
지식습득 3단계
테일러 선생이 헤럴드가 일기를 쓰기를 바란 이유는, 내면에 묻혀 있는 지식을 될 수 있으면 저항 없이 끄집어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헤럴드가 공상에 빠져 있기를 바랐다. 공상을 통해서 개발해 둔 직관을 언어로 전환시키기를 바랐다. 142
스탠퍼드대학교의 로버트 온스타인 교수는 "정신은 수레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조건에서 조건으로 돌아가고, 나타남에서 정지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 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서 정신이 작동하려면 거기에 맞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선택한다." 144
지식습득 4단계
최고의 학습자는 논문 집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따로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암호화한다. 145
(헤럴드는 사이버 자료를 차단하고, 자신의 자료들에 빠져서 목적성을 분명히 하며 깊이 생각하면서 고대의 자료들이 오늘날에 어떤 사실들과 접하는지에 대해 찾아내고 정리하면서 생활한다.)
테일러 선생은 해럴드가 무의식을 넘나들고, 의식적인 과정과 무의식적인 과정을 토업하는 방식으로 논문을 쓰도록 안내했다. 처음에는 핵심 지식을 숙지하고, 그다음에는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숙성되고, 지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관련되 자료를 한데 녹여 통합하고, 마법과도 같이 통찰이 의식에 튀어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마침내 떠오른 통찰을 가지고 논문을 완성하게 한 것이다. 153
해럴드는 부모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 "너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에 비해 에리카는 칭찬을 듣는 횟수에 버금갈 정도로 기를 꺾어놓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가족은 사소한 게임을 많이 했으며 가짜로 모욕을 주고받는 정교한 대결도 자주 펼쳤다. 부모는 해럴드에게 자기들이 내린 결정과 특정한 제한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으며, 해럴드는 부모와 자유롭게 토론하고 부모가 설정한 제한사항이 왜 잘못되었는지 말했다. 해럴드의 부모는 문법적인 오류를 바로잡아주었고, 덕분에 해럴드는 문법 교육을 따로 받지 않고도 문법을 뗄 수 있었다. 그래서 해럴드는 상대방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대답만 햇다. 언어 환경의 차이는 지능지수 및 학업 성적과도 연결되었다.
간단히 말해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돈만 물려준게 아니었다. 습관과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주었다.
에리카는 이런 보이지 않느 강점을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녀는 한층 더 찢어지고 갈라진 세상에 살았다.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신경학자 마사 파라에 따르면, 중산층 아이에 비해서 빈민층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다. 이런 차이는 기억력, 특정 모형에 대한 인식, 인지적 통계, 언어 능력 등을 아우르는 인식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형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허머에서도 아빠 없이 성장한 동물이 아빠와 함께 성정한 동물에 비해 신경연결망 형성이 늦고, 그 결과 충동 제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돈이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가난과 가정불화는 개인의 무의식, 즉 자기 미래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쌓이 쌓여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잇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176
에리카는 한 가지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엇다. 만일 환경을 바꿀 수만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신호와 무의식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면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환경을 바꾼 다음 새로운 신호가 작동해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맡기자, 에리카는 그렇생각을 했다. 175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만은 "인간 본성이 필요로 하는것보다 우선하는것, 배고픔이나 사랑이나 즐거움이나 명성, 심지어 목숨 그 자체보다 우선하는 것,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어떤 질서 정연한 규율 속에 놓여 있다는 확신이다." 183
아이는 태어나면서 이미 특정한 기질을 타고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질인 인생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어두지는 않는다. 곤충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한 것처럼 이것은 하나의 사슬일 뿐이다. 예민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둔감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으며, 천성적으로 쾌활활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우울할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경험이 뇌를 자극하느냐에 따라서 진화한다. 그러나 진화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고반응 집단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 중간 집단으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기본적인 상태가 되고 나면, 그 기본 상태의 평균값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진동하는 양태를 보인다. 188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잘 조직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배워서 그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지 못한 아이들 가운데 다수는 잘 조직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다. 이 아이들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잘 파악하지 못했으며, 눈앞의 유혹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 학습이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191-192
충동을 통제할 수 있었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냉정하게 인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92
인격은 수백만 개의 작고 선한 영향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인격 형성에는 공동체가 수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기를 통제하는 능력을 배양하기란 매우 힘들다. (뚱뚱보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서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또한 근본적인 매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작고 반복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작은 습관과 적절한 예의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방식을 강화한다. 선한 행동은 특정한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우리는 어떤 덕목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 행동을 획득한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언은 옳다. 197
모방 본능을 점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몇 년 전 제프 코헨과 그레그 월튼이라는 두 연구자가 예일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은 우선 학생들에게 수학자로 성공한 네이선잭슨의 인생을 짧게 소개했다. 그런데 잭슨의 전기에서 세부적인(하지만 실험에서는 핵심적인) 사실 하나를 바꾸었다. 학생들 가운데 절반에게 잭슨의 생일이 학생의 생일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다음 전체 학생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자기 생일이 잭슨의 생일과 같다고 믿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65%나 더 오래 수학 문제에 매달렸다. 이 학생들은 잭슨과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잭슨이 거둔 성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야망에 불타는 사람은 흔히 어린 시절에 재능을 보이고, 이 재능 덕분에 자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저 어떤 성취가 정체성의 핵심이 되기만 하면 충분했다. 205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단 하나! -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이 보였주었듯이, 그것은 신중한 연습이다. 최고의 연주자들은 솜씨를 갈고 닦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에릭손도 말했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은 평균적인 연주자들보다 5배나 더 많은 시간 동안 연습했다.
단지 연습에 들인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류 수준의 업적을 남긴 사람은 즐겁게 연습했다. 반면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가장 신중하고 자기비판적으로 연습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전체를 가장 작은 요소로 해체한 다음 작은 요소를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다. 208
기억이라는 내적인 구조물을 쌓는 데는 힘든 연습과 투쟁이 필요하다. 209
터프츠대학교 경제학자 로렌스 해리슨 교수가 쓴 <자유주의 진실의 핵심>에 따르면, 진취적인 문화권 혹은 (해리슨의 표현을 빌자면)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숙명론에 더 많이 빠져 있다. 또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은 창의성의 산물이며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과 관련해 제로섬이라고 가정한다.
또 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데 비해 비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 진취적인 문화권, 즉 성장 지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더 경쟁을 즐기고 더 낙관적이다. 깔끔함과 정확성을 소중한 가치로 평가한다. 교육을 강조하며, 가정을 적대적인 세상에 놓인 자기만의 성채라 여기지 않고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구라 여긴다.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자기 탓으로 여기며,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 남 탓을 하지 않는다. 233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결혼 생활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 해에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 면에서 동일하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1년 동안 한 사람과 섹스를 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에 여러 명과 번갈아가며 섹스를 하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며 더 오래 산다.
여러 사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과 가장 연관이 많은 일상 활동(섹스, 퇴근 후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친구들과 식사하기 등)은 사회적인 활동인데 비해, 행복에 가장 해로운 일상 활동은 출퇴근처럼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295
친밀함에 대한 갈망이 완벽한 로맨스나 지구의 조화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모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신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더 넓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그냥 친해지지 않는다. 친해지려고 경쟁을 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특권과 존경과 관심을 먼저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서로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추월하려고 기를 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벌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게임의 논리이다. 320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사람의 마음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수 있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이 욕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열정과 추진력의 기초인 것 같다." 325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럴드의 머릿속에는,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이에 비해 에리카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해럴드 주변에는 온갖 흥밋거리가 언제나 널려 있었다. 해럴드는 처음 몇 주 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이에 비해 에리카에게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 즉 임무가 필요했다. 해럴드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을 만한 일은 무엇이든 기꺼이 했다. 오랜 세간이 지나지 않아 역사 관련 단체에 프로그램 담당자로 취업했다. 하지만 에리카에게는 지배자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죽치고 앉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부사장급이나 그 이상의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신통찮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의 기대 수준은 몇 단계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는 창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327
인간의 마음은 자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본인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했다면서 허위로 공로를 인정한다. 또 실제로는 아무런 권한이나 결정을 하지 않는데도 어떤 것을 제어한다는 환상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328
자만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무의식을 제어하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정도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재학생 가운데 절반은 누군가 자기 앞에서 성 차별 발언을 하면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참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16%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또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과대평가한다. 폴 슈메이커와 에드워드 루소는 기업의 이사들을 상대로 자기 분야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질문을 던졌다. 또 자기가 한 대답이 맞는다고 얼마나 확신하는지 물었다. 광고업계 관리자들은 자신이 90%를 맞췄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정답률은 39%밖에 되지 않았다. 컴퓨터업계 관리자들은 오답률이 5%일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오답률은 무려 80%였다. 루소와 슈메이커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했고, 이들 가운데 99%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분류되었다. 329
사람들은 자기가 현재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장차 알 수 있는 것도 과대평가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한 이유를 이해하는 능력도 과대평가한다. 이들은 자기가 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사람에게는 심리학적 면역체계가 있는데, 이 면역체계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정보를 과장하고 부정적인 의심을 하게 만드는 정보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330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감은 실제 능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331
미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라이오넬 트릴링은 저서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정치나 상업이 조직화를 지향할 때 조직에 가장 민감한 정서와 속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나 상업이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수행할 때, 세계관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제한하며, 특히 인간 정신의 특성과 관련해서 이론과 원칙을 무의식적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치나 상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상상력을 무시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겠다는 데만 사로잡혀서, 인간 정신에 대한 개념을 압축하고 기계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339
프랑스 계몽주의와 영국 계몽주의의 차이
프랑스 계몽주의는 데카르트, 루소, 볼테르, 콩도르세가 이끌었다. 이들은 미신과 봉건주의 세상에 맞선 철학자들로 미신의 세상을 이성의 선명한 빛으로 생생하게 까발리고자 했다. 과학 혁명에 고무된 이들은, 이성의 힘으로 실수를 파악하고 우주적인 진리에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국 계몽주의의 지도자들은 이성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들은 합리주의자이긴 했지만, 개인의 이성은 한계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믿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흄은 이렇게 썼다.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성은 열정에 복무하는 일 이상을 시도할 수 없다."
에드먼드 버크도 "보통 우리는 자연스럽게 터득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배제하고) 자기 자신의 이성에만 의존해서 살고 서로의 이성을 거래하게 될까 봐 두렵다. 왜냐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양은 애석하게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계몽주의 지도자들은 논리, 과학, 우주적인 법칙을 이야기한 반면에,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적인 1차적 인식에 의해 전체적으로 형태가 결정된다는 생각에 입각해서 인간의 특성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자율적인 개인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적인 계약을 맺는 인간의 특성을 상상했다. 반면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사람은 사회적 감각을 갖고 태어나며, 이 감각은 의식보다 더 아래 차원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타인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공감하는 이른바 '동류의식(fellow feeling)'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존경받고 싶어 하며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도덕성은 추상적인 법칙에서 추론된 논리가 아니라 반(半)의식적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프랑스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이 사회와 제도를 언제나 분해해서 다시 조직할 수 있는 기계 장치로 바라본 반면, 영국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은 하나의 유기체, 즉 살아 있는 인간관계가 무한하게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았다.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분해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었다. 진실이란 개별 사이에 존쟇는 연관성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게 기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추상적인 보편성은 당연히 신뢰할 수 없었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보편적인 원칙보다는 역사적인 선례가 더 유용하다.
영국 계몽주의 구성원들은 변화와 개혁을 뚜렷하게 구분했다. 변화는 제도의 근본적인 성격을 바꾸는 재조직 과정이다. 이에 비해 개혁은 제도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함을 보수해서 본질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치료 과정이다. 350-352
무의식은 주관적이다.
무의식은 전체적인 맥락에 극단적으로 민감하다.
무의식은 모형을 찾는다.
무의식은 수학에는 무척 약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무의식은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심각한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354-357
무의식이 날마다 수행하는 어려운 과제에 대해 알고 싶다면,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의식은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이라 불리는 육감을 이용해서 몸의 움직임, 자세나 운동 상태, 근육 수축 정도를 감지하여 신체 부위, 동작 범위와 속도를 조절한다. 359
무의식은 또한 의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복잡한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운전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의식적인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숙달되도 나면 운전법에 관한 지식은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음악을 듣거나 옆자기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다. 또 의식적을 판단을 하지 않고도 낯선 사람에게는 정중하게 대하고, 필요 없는 갈등을 피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고통을 느낀다. 359-360
무의식의 또 다른 위대한 면모는 암묵적 믿음(implicit belief)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362
암묵적 발견법(implicit heuristics)
암묵적 믿음과 고정관념은 그 사람의 세계를 조직하는데, 이것은 인생을 살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의식은 일반화를 조직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한다. 363
지식은 다양한 역학을 통합하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이 지식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 속에서 조화와 리듬을 찾아내기 위해 정밀하게 관찰하고, 느슨하게 상상하며,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 것을 비교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다.
겸손한 사람은 두 가지 방법론을 모두 사용한다. 그 밖에도 더 많은 것을 사용한다. 겸손한 사람은 하나의 패러다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고 끈질기게 헤매는 과정에서 죽적된 것이다.
겸손한 사람은 끈기가 있다. 이 사람의 방법론은 작은 물고기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물고기는 얕은 물에서 산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서식지에는 작은 웅덩이만 남는다. 물고기는 바위나 물기가 없는 높은 곳을 훌쩍 뛰어넘어 정확하게 다른 물웅덩이로 이동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물고기는 뛰어오르기 전에 어디가 마른 땅이고 어디가 물웅덩이인지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이 물고기를 원래 살던 곳이 아니라 낯선 곳에 두면, 이 녀석은 전혀 뛰어오르지 못한다.
물고기의 비밀은 이렇다. 물이 차 있을 때 녀석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형을 머리에 입력한다. 물이 빠진 뒤에는 머릿속 지도를 이용해서 어디가 움푹 꺼져 물이 있고 어디가 솟아올라 물기가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물웅덩이를 찾아서 뛰어오른다.
인간 역시 이 물고기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솜씨가 있다. 368-369
끈기 있게 헤매는 사람은 불확실성을 견딘다. 현명한 방랑자는 '사실과 이성을 초조하게 좇지 않고 불확실성과 수수께끼와 의심'속에서 견디는 바로 그 능력으로 참고 기다린다. 370
20세기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지혜는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놓이게 된 환경을 파악하는 특별한 민감성이다. 또 지혜는 영원한 조건 혹은 바꾸거나 온전하게 묘사하고 계산 할 수 없는 요인과 충돌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능력이다. 지혜는 경험 법칙(대충이지만 실제에 근거한 방법)의 안내를 받는 능력이다. 경험 법칙은 '기념비적인 지혜'로 농부를 비롯해서 평범한 민초들에게 녹아 있는데, 여기서 가학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우주적 적응에 관한 광대한 이 감각은 '실체감'이고 세상을 사는 '지식'이다." 373-374
레이먼드는 툭 하면 앞서 했던 자기 발언까지 뒤집으면서 모두가 합의한 결론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 바람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럴 때면 에리카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에는 반대로 말씀하셨잖아요."
"나도 압니다. 나의 한 부분이 그렇게 믿었죠. 하지만 나의 또 다른 부분이 이렇게 믿는 걸 어떡합니까. 난 그저 분열된 내 자아가 모두 자기 의견을 하나씩 낼 수 있게 해주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이런 식으로 레이먼드는 농담을 했다.
실제로 학자들은 내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개의 충동이 싸우는 상태인 이른바 '변증법적 부츠트래핑(dialectical bootstrapping)'에 빠져 잇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80
레이먼드가 설명했다. "경영학의 위대한 현인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과 관련된 전체 의사결정 가운데 3분의 1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고, 3분의 1은 최소한의 성과만 낸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내린 결정의 3분의 2는 아주 잘못되었거나 상당히 잘못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자기가 내린 결론을 굉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자신의 에고를 보존해 자신을 계속 밀고나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실패를 만들어 내는 과정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잘 조직된 실수를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 모든 행보는 부분적으로 실패입니다. 다음 차례의 움직임, 다음 ㅊ례의 행보로 올바르게 교정되어야 하는 실패 말입니다. 381
만약 2차적인 도덕적 추론을 강조하는 이성주의적인 이론이 옳다면, 하루 종일 도덕적인 추론을 하는 사람이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학자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물론 연구를 했다. 그리고 도덕적인 이론과 고상한 행동 사이에 상관성이 거의 없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는 저서 <인간(Human)>에서 "도덕적인 추론과 순리에 맞는 도덕적 행동사에어서 상관성을 발견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사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도덕적 추론이 도덕적인 행동을 낳는다고 하면, 덜 감정적인 사람이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그것과 반대다. 작가 조나 레러가 지적했듯이,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살인이나 강간을 묘사한 글을 읽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한다. 손바닥에 땀이 나서 축축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423
1950년대 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음식을 먹으려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훈련시킨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는 새로운 장치를 첨가했다. 레버를 누르면 어떤 때는 음식이 나오지만 어떤 때는 옆 칸에 있는 다른 쥐가 전기 충격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실험쥐들은 자기들이 먹으면 옆 칸에 있는 쥐들이 고통 받는 것을 알고는 옆 칸 쥐들이 받는 고통을 줄여주려고 될 수 있으면 적게 먹는 쪽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영장류의 행동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정교한 감정이입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침팬지는 서로 위로해주고, 다친 동료가 있으면 간호해주며 함께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 특징은 동물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도덕성에 필요한 심리학적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426-427
예일대학교 심리학자인 폴 블룸 교수 팀은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 팀은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 인형이 언덕에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고 다른 인형이 그 인형을 도와주는데, 세 번째 인형이 나타나서 방해하는 장면이었다. 태어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들이, 방해하는 인형보다 도와주는 인형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방해하는 인형에게 벌을 주는 인형과 상을 주는 인형 가운데 어느 인형을 더 좋아하는지 알아보았는데, 아이들은 벌을 주는 인형을 더 좋아했다. 갓난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본적인 정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블룸은 말한다.
어린이에게 공정하게 판단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는 불공정에 대해서 격렬하게 저항하며, 될 수 있으면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사회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한 사람을 존경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배반하거나 가족이나 부족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경멸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때리지 마라.' 라는 도덕적인 규칙과 '학교에서 껌을 씹지 마라.'라는 도덕적이지 않은 규칙의 차이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그 차이점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감정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책임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도덕적 감정 역시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조직사회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 났을 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행위를 칭찬하는 사회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부모나 학교가 도덕적인 이해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은 저서 <도덕감성>에서 이런 가르침은 이미 준비된 바탕에서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엄마 아빠에게 애착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듯이, 특정한 도덕적 편견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편견은 더욱 증진되고 개발 될 수는 있지만 전혀 없던 것이 새로 주입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427-429
더 도덕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주의 관점은 철학적으로 사색하라고 충고하고, 직관주의 관점은 상호작용을 하라고 충고한다. 혼자 있을 경우에 더 도덕적이 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수백 년에 걸쳐 우리 조상들은 최고의 직관을 발휘하고 또 도덕적 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관행과 습관을 고안했다. 얘를 들어보자. 건상한 사회에서 일상생활은 작은 예절로 조직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여자가 먼저 내린다. 포크는 왼손에 쥔다,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정중함을 요구하는 이런 규칙은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것이 사소한 자기 통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최면을 건다. 뇌에 이쓴 신경망을 자극하고 강화한다는 말이다.
또, 대화가 있다. 우리는 심지어 소소한 한담을 나눌 때조차 도덕적 직관에 맞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을 피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수백만 가지 기준을 수시로 들이댄다. 집단의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 늘 이야기한다. 서로에 대한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준을 상기시키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도에 의해 전달되는 마음의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제도를 경험하고 통과한다. 제도는 처음 가족에서 출발해서 학교, 직장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규칙과 의무를 갖추고 있는 가가 제도는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가르친다. 제도는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내면 깊은 곳으로 침투하는, 외부에 설치된 (공사중인 건물의) 비계인 셈이다. 언론계는 정신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취재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기자들을 가르친다.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연구자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여러 제도의 규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된다. 433-434
무의식적인 감정은 한층 우월하지만 독재를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저 혼자서 춤을 출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하고 미묘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슬쩍슬쩍 옆구리를 찌를 수는 있다. 사람들이 농담으로 말하듯이,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지 않을 의지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어도 충동은 억누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충동은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다. 438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440
어떤 사람들은 인식사의 결함은 교육을 통해 교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토니브룩대학교 찰수 태버와 밀턴 로지가 수행한 리서치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유권자는 대체로 사실에 더 가깝게 인식하지만, 상당 기간 동안 실제와 다르게 인식한다. 이들은 교육을 덜 받은 유권자에 비해서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수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매사 자기 생각이 옳다고 강력하게 믿기 때문이다. 458
흥미로운 것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활양식은 지지 정당 선택과 연결되었고, 지지 정당은 철학적 태도와 연결되었으며, 철학적 태도는 다시 종교적, 도덕적 태도와 연결되었다. 선거 운동은 유권자의 신경망을 직접 건드리지 않았지만, 유권자의 정신적인 네트워크를 자극하는 자잘한 단서를 끊임없이 뿌려댔다. 465
영국의 철학자 필립 블론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는지 보라. 양극화 사회이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권한이 축소되고 고립되어 가는 시민 계틍을 중앙집권화된 관료 국가가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 조직이 없음으로 해서 정치는 양극화되었다. 478
사회적으로 파편화된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당 주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로서는 이것 말고는 매달릴 게 없었다. 정치가와 언론인들은 이 심리적 진공 상태를 이용해 정당을 종교 집단으로 변질시켜 완벽한 충성을 요구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
정치가 시민을 상대로 정체성 집단을 서로 많이 획득하려는 경쟁에 나서면 이제 타협의 가능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 편과 네 편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 되고 만다. 심지어 아주 작은 양보조차 도덕적인 항복처럼 비친다. 정당과 정당의 경계선을 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추방당한다. 정치인들 상이에서도 정다에 대한 충성심이 하원이나 상원과 같은 제도에 대한 충성심을 압도한다.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협상이 아니다. 명예 혹은 집단의 우월성을 다투는 경연일 뿐이다. 당파적인 추악암 속에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정치 제도는 붕괴했다. 479
누가 내 뒤통수를 치기 전에 내가 먼저 남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는 냉소적인 정신세계가 만연한다.
해럴드는 인식 혁명이 개인주의적인 정치 철학 및 여기서 비롯된 정책을 뒤집어엎을 잠재력을 가지고 잇다고 믿었다. 인식 혁명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으로 성립함을 증명했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인간관계의 건강성에 따라 결정되지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480
변화의 진짜 엔진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의 양)의 변화라고 해럴드는 믿었다.
인지부하의 변화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의 역할을 바꾸어 놓아 여성도 이제는 정신적 숙련도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결혼의 성격이 바뀌어 서로 잘 맞고 서로의 정신적인 능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다. 따라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끼리 또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끼리 배우자를 찾는 선택 결혼이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인지 부하의 변화로 불평등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서, 한 사회는 두 나라로 쪼개진다. 효과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와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는 것이다. 489
정신적인 능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
한 래 가계 소득이 9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가 스물네 살까지 전문대학교 이상을 졸업할 확률은 50%이다. 한 해 가계 소득이 7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25%로 줄어든다. 또 가계소득이 4만 5,000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확률이 10%이고, 가계소득이 3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6%도 되지 않는다. 490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쉬운 사회이다.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있는 사회, 다시 말해서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따라서 보상을 받는 사회이다. 인지 시대(cognitive age, 저자가 고인한 용어이다. 저자는 2008년 5월에 <뉴요타임스> 칼럼에서 '지금 시대는 세계화 시대가 아니라 인지 시대다.'라고 천명하였다.)의 사회는 불평등을 생산한다. 불평등은 시민의 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으며, 고대나 중세 계급사회의 불평등보다 훨씬 미묘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완고하고 불공정하다.
돈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돈이 이 문제의 결정적인 원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는 의식적, 무의식적 발달 영역에 놓여 있다. 이런 사실을 해럴드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에리카의 성장 과정만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인적 자본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즉 책, 토론, 독서, 질문, 장래 희망 토론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산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유층이 사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주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다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을 가난한 동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때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어린이는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공에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491
태도에서 드러나는 계층별 격차 역시 크게 벌어졌다. 492
가난과 가정 붕괴를 비롯해 사회적 유동성과 관련 있는 주제를 연구하면서 해럴드는 사람들에게 정신 똑바로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한 개인이 잘살고 못살고는 의식적인 성취를 거두는데 반드시 필요한 무의식적인 기술에 달려 있다. 무의식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날마나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좋든 싫든 아침이면 일터로 나가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갖지 못한다. 또 굉장한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며, 지금 희생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493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지위가 그만큼 심리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론 해스킨스와 이자벨 소힐은 공저 <기회를 열어주는 사회 만들기(Creating an Opportunity Society)>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문제든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든 간에, 장기적인 복지를 개선해줄 일을 하도록 누구나 자극받을 필요가 있다. 저소득 가정의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494
해럴드는 정치에 관해 생각하면서 정부의 통치 철학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 몰두할수록 위대한 사회를 만들겟다는 포부의 핵심 과제가 바로 개인의 발달과 사회적 유동성 문제임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 사람들이 폭넓은 기회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사회적 유동성은 수평선처럼 드넓게 활짝 열린다. 사회적 유동성은 계층 간의 갈등을 붙여준다. 아무리 막장 인생을 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의 상층부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유동성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고정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불평등도 줄어든다.
해럴드는 문득 두 개의 지배적인 정치 운동이 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정부를 이용해서 평등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자유주의 운동이고, 또 하나는 정부의 기능을 제한해서 자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보수주의 운동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운동이 더 있었다. 정부의 기능을 제한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게 해서 사회적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운동이었다. 496-497
"삶의 가치란 자기가 놓인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861년 이민자들 앞에서 링컨이 했던 말이다. 499
정력적인 정부의 전통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고 해럴드는 믿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두 가지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첫째, 해밀턴 시대는 인식 시대의 새벽이 열리기 전이었다. 분투하는 청년층에 가해지는 정신적인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사회적 유동성을 높이려는 운동은 과거와 다르게 더 복잡한 사회적 환경, 정보 관련 환경을 다루어야만 한다.
둘째, 해밀턴과 링컨, 루즈벨트는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및 도덕적 자본을 전제로 삼을 수 있었다. 모든 시민이 이해하는 규범, 도덕적 합의, 엄격한 관습 등으로 규정된 빡빡한 공동체 안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오늘나르이 지도자들은 이런 가정을 당연한 것으로 설정할 수 없다. 과거의 도덕적, 사회적 자본은 이미 잠식당했으며, 새로 축적해야 한다.
세상은 이제 잠재적인 기능이 보이지 않게 수없이 많이 들어 있는,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한 기관으로 변해버려서, 아무리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정부라 하더라도 조립식 계획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영국의 철학자 마이클 오크쇼트는 "정치활동이란 바닥도 없고 경계도 없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쉴 수 있는 항구도 없고 닻을 내릴 수심 낮은 해상도 없다. 출발점도 없고 정해진 목적지도 없다. 평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떠다녀야 한다. 바다는 친구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 조종하는 기술이란, 적대적인 모든 경우를 친구로 삼기 위해 모든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500
창의성이 그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킬까? 조금은 그렇다. 정신적인 자극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상당히 많이 있다. 다른 요인을 모두 제어한 상태에서 볼 때,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오래 산다. 간호사는 모두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간호사에 비해서 오래 산다. 청년기에 더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노년기에 치매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서 병원에 가거나 약을 복용하는 횟수가 적으며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낫다.
그러나 실제 보상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정신치료를 받으로 가는 이유는, 자기 행동이 너무 불규칙해서 규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너무 억압되어 있어서 긴장을 풀 필요가 있어서라고 한다. 에리카의 경우는 긴장을 풀 필요가 있었다. 시를 읽고 미술관에 가고 조각을 하는 것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긴장을 풀면 에리카는 더 침착해 졌다. 여기저기 다니는 탐험가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529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젊어지려고 혹은 날씬해지려고 노력하는 일을 포기할 때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550
빅터 프랭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인간이 의미를 찾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이다." 551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이라는 게, 그러니까 내 방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과 비교할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자라는 수준인지 모른다. 외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은 있어도 내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 따위는 없다." 554
4가지 인생에서 중대한 질문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피상적으로만 살기 쉬운 즉각적인 의사소통 문화에서, 나의 가장 본질적인 재능을 개발하면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썼는가?"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나는 사랑했는가?"
옮긴이의 말 - 그 남자 그 여자의 일생을 따라 떠난 여행
에리카와 해럴드의 인생 여정을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고 감동할 부분이 있으면 감동하면 된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비록 광범위한 분야에서 학자들이 무의식이라는 동굴을 여기저기 비추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이들의 작업이 주로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나는 이들이 밝혀낸 과학적인 사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한다.(본문중에서)'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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