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대출하면서 예전부터 눈길이 갔지만 그닥손에 빨리가지 않던 책인 산동네 공부방을 같이 대출하였다.

손이 가지 않던 이유는 아주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인듯하다.
읽어야 하는 책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 근래에는 이렇게 간단히 읽을 책이라면 다음에 보자..란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다 지금까지 온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누운채로 책을 들었다.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였는데, 130페이지까지 읽고 일어나니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그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고 있었다. 
저자가 20년을 넘게 해온 무료 공부방, 부산 감천동의 산동네에서 자그마하게 시작한 공부방, 150cm도 안되는 작은 키에 작은 체격으로 아직 세상을 잘 모를나이인 30대초반의 아가씨의 몸으로 시작한 공부방,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기에 더욱 두려움이 큰 상태로 시작한 공부방... 
그곳에서 사랑이 있고, 온정이 있고, 믿음이 있고, 가르침이 있으며, 공동체의 힘이 있었다.

아무것도 몰라 견학을 하고, 집을 구하기 위해 감천의 산동네를 2달이나 돌아다닌후에 조그마한 공부방의 공간이자 앞으로 자신의 삶터를 구하고서도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수급해서 이룩해 나가야 하는 그런 곳에서 시작되었고, 뜻을 함께하는 여러 대학생 교사들(삼촌, 이모라 불림)과 함께 운영한 공부방.

힘든 여건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라 그들과 함께 하는것 조차도 큰 도전이고 어려움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는 여러명의 아이들이 가명이겠지만 나오며 그들과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참 힘든아이들이다..
나도 17,8년 전에 감천의 산동네를 가봤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 친구의 집으로 가면서 '와~~ 부산에 이런곳이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당시에 그곳은 사람이 두명이서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운 골목들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집을 찾아가야 했고, 방음이란 단어조차 거기서는 없는단어였으며, 조용하고 차분하다 못해 음산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나간다.
당시의 나의 느낌을 그러했었다. 친구의 집은 그나마 괜찮은 집이었다. 방도 2개였고, 세간살이 둘 곳도 있었고, 조그마한 부엌도 있는 집이었다... 참 조그만 마루(지금은 거실이라 표현하는 곳이지만 바닥에는 보일러가 없다)도 있는 집이었다. 물론 앞서 말한 골목을 좀 올라가야 하지만..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며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가 했던 야학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마음에 와 닿았다. 아이들은 잘살거나 그렇지 않거나 다들 비슷한 공통점은 있는듯하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그녀의 20여년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꿰어져서 한권의 책이 되었다.
기쁨과 보람과 즐거움...그리고 아픔 상실 고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책에 옮겨져 있었다.
7300일 동안 이것밖에 없으랴마는 이 내용만으로도 가히 짐작은 어느정도 이상은 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하하'웃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아무래도 진정성이 녹아있어서가 아닐까..
사람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에 더욱 감동받고 가슴에 남게 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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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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