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오영욱

2.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오영욱

3. 불륜 - 파울로 코엘료

4. 처음처럼 - 신영복

5. 마크툽 - 파울로 코엘료


6. 호숫가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7.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8. 떠나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서 - 이야경

9. 탐정클럽,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 히가시노 게이고

10. 채식주의자 - 한강 


11. 7년의 밤 - 정유정

12. 회랑정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13. 상처 떠나보내기 -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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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찌질한 위인전 - 함현식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3. 사랑해 1~12권 - 허영만

4. 학생가의 살인 - 히가시노 게이고

5. 가면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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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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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나와 소설 쓰기


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 독자가 읽고 난 이후 독자 나름대로 그 소설이 느껴지고 해석되어지는 순간이다.  10




무진기행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 계집녀 귀신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159


내가 나이가 좀 든 무진에 간 것은 몇 차례 되지 않았지만 그 몇 차례 되지 않은 무진행이 그러나 그때마다 내게는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해야 할 때거나 하여튼 무언가 새출발이 필요할 때였었다.  162


무진이라고 하면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청년이었다.  163


여자는 잠간 내 팔을 잡았다가 얼른 놓았다. 나는 갑자기 흥분되었다.  179


그는 무진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니, 나는 다시 고쳐 생각하기로 햇다. 어떤 사람을 잘 안다는 것 - 잘 아는 체한다는 것이 그 어 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비난할 수 있고 적어도 평가하려고 드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에 한하는 것이기 때무닝다.  184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서투르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일이든지 설령 도둑질이라고 할지라도 서투르다는 것은 보기에 딱하고 보는 사람을 신경질나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미끈하게 일을 처리해버린다는건 우선 우리를 안심시켜준다.  185


"그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어 호소를 하는데 그 여자가 모두 내게 보여주거든. 박군은 내게 연애편지를 쓰는 셈이지." 나는 그 여자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그러나 잠시 후엔 그 여자를 어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되살아났다.  186


사실 나는 몇 시간 전에 조가 얘기했듯이 '빽이 좋고 돈 많은 과부'를 만난 것을, 반드시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188


아침의 백사장을 거니는 산보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과 낮잠에서 깨어나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과 깊은 밤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나는 쿵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르며 밤바다의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의 안타까움, 그런 것들이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나의 생활을 나는 '쓸쓸하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허깨비 같은 단어 하나로 대신시켰던 것이다.  188-189


누군지가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주었다. 그 여자는 처녀는 아니었다.  190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194





싸게 사들이기 


수위영감처럼 습관 속에서 사는 것도 그렇지만 바람둥이 손처럼 충동 속에서 사는 것도 둘 다 비싸게 친다. 혁명적으로 살아야 한다. 습관도 아니고 단순한 충동도 아니게.  202






서울의 달빛 0章


사람들이 결국 바라는 건 필요 이상의 음식, 필요 이상의 교미, 섹스의 가수요(假需要 거짓가 구할수 중요할요). 부잣집 며느리 여름철에 연탄 사모으듯, 남의 아내건 남의 아내가 될 여자건 닥치는 대로 붙는다. 남의 사랑을 위한 빈자리를 남겨두지 않는다. 물처럼, 공기처럼, 여력만 있으면 빈자리를 메우려 든다. 인간은 자연인가? 메우고 썩힌다. 썩은 사타구니에서 쏟아지는 썩은 감정, 자리를 찾지 못한 자들의 증오. 평화가 만든 여유. 여유가 만든 가수요. 가수요가 만든 부패. 부패가 만드는 증오. 부패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남은 일은 증오의 누적, 그리하여 전쟁. 전쟁은 필연적이다. 전쟁으로 모두 빼앗기고 다시 시작. 인간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가? 그게 아녜요. 형편이 나아져서가 아녜요. 아내가 말한다. 그럼 뭐야. 그렇군, 형편이 더 나빠져서군. 돈 때문이니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 돈이니까. 아녜요. 슬픔 때문예요. 종말에 대한 슬픔이 섹스를 만든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슬픔이 우리들의 섹스를 만들어요. 사람들은 슬퍼하고 있어요. 당신이 바라고 있는 그 전쟁 때문예요. 정부에서도 신문에서도 전쟁에 대비하라고 야단들이잖아요? 내가 얘기하는 건 그런 전쟁이 아냐. 전쟁은 다 마찬가지예요. 전쟁이 나면 이번엔 아무 데도 도망갈 데가 없다는 걸 어린애까지도 알고 있어요. 지난번 전쟁보다 더 끔찍하리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어요.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도 정치권력도 아녜요. 종말에 대한 불안이에요. 적개심을 돋운다고 하지만 그건 전쟁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죠. 집은 불타고 자기는 죽고 아이들은 고아원으로 간다는 것쯤 누구나 알고 있어요. 슬픔이 적개심을 휩싸서 녹여버려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적개심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적들에게도 불탈 집이 있고 고아원으로 갈 아이들이 있어서 우리처럼 슬퍼하고 있는지 하는 사실에 대해서뿐이죠. 그렇지만 그런 희망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로 나타나는지는 정부에서 설명 안 해줘도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래요.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슬픔예요. 그 슬픔은 특히 남자들을 사로잡고 있어요. 그 슬픔이 남자들의 윤리를 허물어뜨려요. 윤리란 미래적인 거죠.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허물어진 남자들이 여자를 지배하고 있구요. 그래서 모두 슬픈 거예요.  383-384


탐욕적인 청춘, 이기적인 중년, 발기되는 노년들이 물처럼 공기처럼 빈자리를 메우려 드는 세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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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 수 많은 '처음'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省察 살필성 살필찰)이 나일 수 없습니다.  12







  







우리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모든 종류의 꿈에서 깨어 나야 합니다. 

꿈보다 깸이 먼저입니다.

꿈은 꾸어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누구한테서 꾸어올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꿈과 동시에 갚을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깸은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집단적 몽유(夢遊 꿈몽 놀유)는 집단적 각성(覺醒 깨달을각 술깰성)에 의해서만 깨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6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盡善盡美 다할진 착할선 다할진 아름다울미)라 합니다. 목표가 바르지 않고 그 과정이 바를 수가 없으며, 반대로 그 과정이 바르지 않고 그 목표가 바르지 못합니다. 목표와 과정은 하나입니다.  31


바둑에서는 집이 크면 이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는 집이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크기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람과 집의 크기를 비교하는 까닭은 짐작이 갑니다. 비슷해야 하는 것은 사람과 집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사람과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의자의 크기도 비슷해야 합니다. 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42


진정한 대환느 애정으로 포용하는 것입니다.  44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46


우공이산(愚公移山) -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53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것은 모든 시내가 바다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백천학해(百川學海 일백백 내천 배울학 바다해)  55


오늘 저녁의 일몰(日沒)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日出)을 읽는 마음이 지성(知性)입니다.  63


옛사람들에게는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라는 경구가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거울에 비치는 겉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경어인(鏡於人 거울경 어조사어 사람인), 모름지기 사람들 속에 자신을 세우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 보기를 가르치는 경구입니다. 무감어수(無鑑於수 없을무 거울감 어조사어 물수)  76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 사상의 핵심입니다.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며, 여려 있으면 오래간다는 뜻입니다. 양적 축적은 결국 질적 변화를 가져오며, 질적 변화가 막힌 상황을 열어 줍니다. 그리고 열려 있을 때만이 그 생명이 지속됩니다. 부단한 혁신이 교훈입니다.  80


'겸손'은 관계론의 최고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역>의 지산겸(地山謙 땅지 뫼산 겸손할겸) 괘는 땅속에 산(山)이 있는 형상입니다. 땅속에 산이 있다니 자연현상과는 모순인 듯합니다. 해설에는 "땅속에 산이 있으니 겸손하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많은 데를 덜어 적은 데에 더하고 사물을 알맞게 하고 고르게 베푼다."고 합니다. 우뚝 솟은 산을 땅속에 숨기고 있어서 겸손하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산을 덜어서 낮은 곳을 메워 평지로 만드는 것을 뜻하는지도 모릅니다. "겸손은 높이 있을 때에 빛나고, 낮은 곳에 처할 때에도 사람들이 함부로 넘지 못 한다." 그러기에 겸손은 "군자의 완성"이다. 가히 최고의 헌사라 하겠습니다.  82


물건을 갖고 있는 손은 손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손은 아닙니다. 갖고 있는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빈손이 일손입니다. 그리고 돕는 손입니다.  98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 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116


속도는 가속으로 가속은 질주로 이어집니다.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1m의 코스모스 길은 한 개의 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이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이 됩니다.  119


무념무상은 정신의 피로를 회복하는 빈공간입니다. 잠이 육체의 피로를 회복하는 이완의 정점인 것과 같습니다. 이 비움과 이완이야말로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생각은 답습의 단절이고 기존(旣存 이미기 있을존)의 해체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우리들의 조작가능성 바깥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이 만나는 세계를 서둘러 개념화하고 분석하기전에 당혹감 그 자체에 충실해야 합니다. 빈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 무심히 앉아 있는 것 그것이 생각의 정점입니다.  120


물은 빈 곳을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결코 건너뛰는 법이 없습니다. 차곡차곡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영과후진(盈科後進 찰영 과정과 뒤후 나아갈진))  124


천 개의 손에는 천 개의 눈이 박혀 있었습니다. 천수천안(千手千眼 일천천 손수 일천천 눈안)이었습니다. 그냥 맨손이 아니라 눈이 달린 손이었습니다. 눈이 달린 손은 맹목(盲目 소경맹 눈목)이 아닙니다. 생각이 있는 손입니다. 마음이 있는 손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많은 손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 있는 손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128


"색은 마음이 보는 것. 세상에는 흰 색과 검은 색 밖에 없는 것이야. 선 아니면 악일 뿐이야."

"흑백은 아예 색이 아니야. 색을 본다는 것은 우산을 먼저 보고 비를 나중에 보는 어리석음이야. 색은 흑백을 풍부하게 사는 데 써야 하는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홀리고 어지럽게 할 뿐이야. '진리'는 간 데 없고 '진리들'만 난무하게 되는 것이야."

그렇습니다. 사람의 눈동자는 95%가 흑백을 인식하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색을 인식하는 부분은 불과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134


사랑은 사전(事前 일사 앞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후(事後 일사 뒤후)에 경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경작되지 이전이라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 이후라면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불모의 땅에서도 사랑을 경작한다는 사실입니다.  138


풍요보다 궁핍이 기쁨보다는 아픔이 우리를 삶의 진상에 마주세웁니다. 그리고 삶의 진상은 다시 삼엄한 대립물이 되어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대면하게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인식은 비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빈약한 추수(秋收 가을추 거둘수)에도 아랑곳없이 스스로를 간추려보게 하는 용기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아픈 기억을 잊는 것은 지혜입니다. 아픈 기억을 대면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144


중요한 것은 '나아가면서 길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여기'서부터 길을 만들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나마도 동시대의 평범한 사람들과 더불어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148


실패가 있는 미완(未完 아닐미 완전할완)이 삶의 참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삶은 반성이며 가능성이며 항상 새로운 시작입니다.  153


'성을 쌓는자 망하고 길을 떠나는 자 흥하리라' 유목주의의 금언입니다.

창조는 변방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심주는 지키는 것에 급급할 뿐입니다. 변방이 창조공간입니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중심부에 대한 컴플랙스가 없어야 합니다.

컴플랙스가 청산되지 않은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욱 완고한 교조(敎條 가르칠교 곁가지조)의 아성이 될 뿐입니다.  156


고행이 공부가 되기도 하고, 방황과 고뇌가 성찰과 각성이 되기도 합니다. 공부 아닌 것이 없고 공부하지 않는 생명은 없습니다. 달팽이도 공부합니다. 지난여름 폭풍 속에서 세찬 비바람 견디며 열심히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공부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170


아메리카 인디언은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립니다. 

공부는 영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노인 목수가 그리는 집 그림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반대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을 맨 나중에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189


우리가 훌륭한 사상을 갖기가 어렵다고 하는 까닭은 그 사상 자체가 무슨 난해한 내용이나 복잡한 체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상이란 그것이 내용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실천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생활 속에 실현된 것만큼의 사상만이 자기 것이며 그 나머지는 아무리 강론하고 공감하더라도 결코 자기 것이 아닙니다.  203


각 방마다 사정이 비슷하다면 아마 한 방에 두 개 또는 세 개씩, 그러니까 20~30개 정도의 수도꼭지가 있었으 ㄹ것으로 계산됩니다. 20~30개의 수도꼭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은 부족하고 세면장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동 전체 인원이 150명이니까 수도꼭지가 150개 있으면 해결될 것 같았습니다. 비상용으로 한 개씩 더 가져야 한다면 300개, 300개가 있으면 물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이것은 교도소의 수도꼭지 얘기가 아닙니다. 수도꼭지가 만약 상품으로 거래된다면 여섯 개 대신에 300개를 만들어 팔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물질적인 낭비를 풍자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하는 상품이 수도꼭지 하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수많은 상품이 마치 수도꼭지와 같은 형태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7



"없이 사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사정을 구구절절 다 얘기하면서 살아요? 그냥 욕먹으면서 사는 거지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대개 먹물들은 자기의 사정을 자상하게 설명하고 변명까지 합니다. 못 배운 사람들은 변명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짧은 것이라 하더라도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아예 없습니다. 그냥 단념하고 욕먹으면서 살 각오를 합니다. 나는 그의 그러한 태도가 바로 춘풍추상이라는 고고한 선비들의 윤리의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정은 잘 알지 못합니다. 반면에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세심한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불가피했던 수많은 이유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고 자기에게는 춘풍처럼 관대합니다. '대인충푼 지기추상'이란 금언은 바로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 관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11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233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철학이 화(和 화할화)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동화하려는 패권의 논리가 동(同 한가지동)입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할화 말이을이 아닐부 한가지동)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237


세상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사람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246


미셀 푸코가 지적하듯이, 자유로운 영혼이 근대사회를 구성하는 감옥, 군대, 병원, 학교, 공장의 모든 시스템을 통과하면 반듯하고 조그마한, 계량화되고 규격화된 주체가 됩니다. 지금은 포섭 기제가 굉장합니다. 옛날에는 물리적 강제로 사람들을 규제했지만 지금은 그런 규제가 없습니다. 대단히 자유롭습니다. 감성 자체를 포획해 버립니다.  259


자유롭고 올바른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文脈 글월문 맥맥)을 벗어나야 합니다. 문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당대의 문맥을 깨닫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중세 쳔년 동안 마녀 문맥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우리 시대의 문맥을 깨달아야 합니다. 탈문맥(脫文脈 벗을탈 글월문 맥맥)과 탈주(脫走 벗을탈 달릴주), 이것은 어느 시대에도 진리입니다.  260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262


공부의 옛글자는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일이 공부입니다.

공부란 삶을 통하여 터득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세계와 인간의 변화입니다.

공부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존재형식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존재형식은 부단한 변화입니다.  263


생각하면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여행이라고 생각힙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부단히 만나고,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  264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합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모든 필자는 당대의 사회역사적 토대에 

발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독자 자신을 읽어야하는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새로운 탄생입니다.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脫走 벗을탈 달리주)입니다.

진정한 독서는 삼독입니다.  266


책상은 그것을 위한 디딤돌일 뿐입니다. 모든 시대의 책상은 당대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장치입니다. 책상 위에 올라서는 것은 '독립'입니다.-죽은시인의사회  285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連鎖 연결할연 쇠사슬쇄) 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287


소혹성에서 온 어린왕자는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관계맺음이 없이 길들이는 것이나 불평등한 관계로 길들여지는 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입니다. 관계맺음의 진정한 의미는 공유입니다. 한 개의 나무의자를 나누어 앉는 것이며, 같은 창문에서 바라보는 것이며, 같은 언덕에 오르는 동반입니다.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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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9


"자. 어서 아, 해라. 먹어."

...

"얼른 먹어라. 팔 아프다..."

...

"저, 안 먹어요."

...

"보고 있으려니 내 가슴이 터진다. 이 애비 말이 말 같지 않아? 먹으라면 먹어!"

...

"저는, 고기 안 먹어요."

...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거.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

"아버자,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순간, 장인의 억센 손바닥이 허공을 갈랐다. 아내가 뺨을 감싸쥐었다.

"아버지!" 

처형이 외치며 장인의 팔을 잡았다. 장인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입술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

"정서방, 영호, 둘이 이쪽으로 와라."

...

"두 사람이 영혜 팔을 잡아라."

"예?"

"한번만 먹기 시작하면 다시 먹을 거다. 세상천지에, 요즘 고기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

처남은 소리쳐 만류했으나, 얼결에 아내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으음...음!"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아내의 입술에 장인은 탕수육을 짓이겼다. 억센 손가락으로 두 입술을 열었으나, 악물린 이빨을 어쩌지 못했다.

마침내 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장인이 한번 더 아내의 뺨을 때렸다.

"아버지!"

처형이 달려들어 장인의 허리를 안았으나, 아내의 입이 벌어진 순간 장인은 탕수육을 쑤셔넣었다. 처남이 그 서슬에 팔의 힘을 빼자, 으르렁거리며 아내가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같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졌다.

".. 비켜!"

...이를 악문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하나씩 응시하다가, 아내는 칼을 치켜들었다.

...

아내의 손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47-51





몽고반점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93


아이를 통해 연결되느 군더더기없는, 일종의 동업자의 관계가 이즈음 아내와 그의 관계였다.  99


놀라울 만큼 호기심이 없었고, 그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을 지틸 수 있는 것 같았다.  105





나무불꽃


오래전 그녀는 영혜와 함께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아홉살이었던 영혜는 말했다. 우리, 그냥 돌아가지 말자.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싿.

그게 무슨 소리야. 금방 어두워질 텐데. 어서 길을 찾아야지.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야 그녀는 그때의 영혜를 이해했다.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영호야 맞은 만큼 동네 아이들을 패주고 다니는 녀석이었으니 괴로움이 덜했을 것이고, 그녀 자신은 지친 어머니 대신 술국을 끓여주는 맏딸이었으니 아버지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만은 조심스러워 했다. 온순하나 고지식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던 영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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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23


아무리 진리라고 하더라도 알아먹어야 진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30


배가 따뜻한 놈들이 한데서 떠는 사람의 심정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는가?  31


이 지역에서는 눈보라가 치면 작업이 중지될 뿐만 아니라, 막사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물론, 눈보라가 친다고 해서 죄수들에게 무슨 이익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막사의 문이 잠기고, 석탄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막사 안에 있더 ㄴ따뜻한 공기도 틈으로 들어오는 냉기 때문에 금세 냉랭해지고 만다. 곡분의 보급도 중단되는 바람에 빵이 부족해지고, 식당에서 주는 부식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눈보라로 인해 작업이 준단되는 날에는 사흘이 되었던 일주일이 되었건 이날을 휴일로 계산해서, 일요일에도 작업장으로 내몰기 일쑤다.

그래도 죄수들은 여전히 이 눈보라를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64


주저앉으려는 개한테는 채찍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74


법률이란 것은 도무지 믿을 것이 못 된다....

'자네한테 내린 이십오 년의 형기를 자꾸 세려고 하지 마! 이십오 년을 살지 어떨지는 아무도 몰라. 확실한 건 내가 꼬박 팔 년을 살았다는 것뿐이야!'

발 밑만 보고 걸어다니란 말이지. 그러면, 어떻게 이곳엘 들어왔는지, 어떻게 이곳을 나갈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야.  82


슈호프는 어릴 적에 말에게 귀리를 먹이고는 했다. 그때만해도 슈호프 자신이 이런 몇 숟가락의 귀리죽에 어쩔 줄 모르고 행복에 겨워하게 되리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91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ㅓ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 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테지!  175


키가 큰 노인인 유-81호. ...

슈호프는 이 노인에 대해 이렇게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수용소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아예 셀 수도 없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단 한번도 특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십 년간의 형기가 끝나면, 또다시 십 년을 첨가하고는 했다는 것이다.

슈호프는 오늘 처음으로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용소 내으 죄수들이 모두 새우등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반면에, 이 노인은 유독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의자에 앉은 모습을 보니, 의자에 뭘 기대고 앉은 것처럼 꼿꼿하게 앉아 있다. 머리카락은 이미 모두 빠져서 이발할 필요도 없어진 지 오래다. 수용소에서 하도 잘 먹은 탓에 머리가 모두 빠진 모양이다. 그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듯, 슈호프 머리 너머 어느 곳인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끝이 다 닳은 나무 수저로 건더기도 없는 국물을 단정한 모습으로 먹는다. 다른 죄수들처럼 국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먹는 것이 아니라, 수저를 높이 들고 먹는다. 이는 아래위로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 뼈처럼 굳은 잇몸으로 딱딱한 빵을 먹고 있다. 얼굴에는 생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어딘가 당당한 빛이 있다. 산에서 캐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거무스름하다. 쩍쩍 갈라진 거무스름한 손은 그가 걸어온 수십 년의 감옥살이를 통해, 한번도 가벼운 노동이나 사무직 같은 것을 얻어 일한 적이 없이, 생고생만 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굴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타협도 하려 들지 않는다. 삼백 그램의 빵만 하더라도, 다른 죄수들처럼 더러운 식탁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지 앟고, 깨끗한 천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내려놓는다.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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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가두면 공기가 되어버리니까. 

 난 바람이고 싶어.

 그래서 그냥 통과하게 높아두는 거야.

 가두지 않고."



어른이 된다는건, 몸만 뻣뻣하게 굳는것이 아니라 생각이 흘러가는 길까지 굳어지게 되는것.

중요한건 끝까지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마음도, 생각도, 몸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

여행지에서 향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일상은 넉넉해진다.

때론 여행지에서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또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면 떠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길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고 내가 힘들때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 어떠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말할때 우리는 길을 떠난다고 한다. 

'길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길에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길을' 떠난다고 말한다.

여행은 새로운 길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던 길을 내려놓거나 지금 가고 있던 그 길을 떠나 

잠시 안녕,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익숙한 그 길과

다시 돌아왔을대 변한건 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익숙한 길을 걷다 멈출 줄 아는 용기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여행이 길을 떠난 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사람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나는 그 흘러가는 시간의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여행에는 흔적이 남는다. 

잠시 머문곳이든 매일 아침 지나던 길이든 '안녕'하고 눈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든 스쳐간 것들은 그렇게 기억되고 또 추억이 된다.



내가 가는 모든 길이, 선명하게 보여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새악도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길이 더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여행하는 방법은 또 달라질 것이다.

삶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듯 떠나는 방법도 달라지고

또 머무는 방법도 달라지겠지.

이렇게 변화할 수 있어서 그렇게 변하는 나를 보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여행이라는 친구에게.


내가 하는 일

내가 가는 곳

내가 먹는 것

내가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것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여행은 애인처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

남루해진 마음이 쉬고 싶을 때나 삶이 푸석거리고 재미없을때 언제나 달뜬 마음으로 꿈꾸게 되는 것.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나만의 것으로 남겨 두고 싶은 것.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그 자체로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무리 시간을 많이 보내고 머물렀던 곳을 또 지나간다해도 언제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여행은 애인처럼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왠지 미안한 것.



여행은 스스로 써내려가는 옴니버스 영화의 시나리오 일지도 모른다. 

큰 세트는 일단 정해져 있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혼자 독백하듯 모놀로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적절히 넣어 흥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갈 것인지는 순전히 글을 쓰는 나의 몫이다. 길을 물어보는 짦은 에피소드에 한 명을 등장시키더라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여행이 즐거워 진다.  



'잠시 내 손에 머물다 가는 것들을 잘 놓을 줄 안다면 내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면 인생을 여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 -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인생은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것.

세월이 흐르듯, 삶이 흘러가듯, 시간도 흐르고 인연도 흐르는 것.

내가 할 일은 애써 잡으려고 발버둥치는게 아니라 그것들이 내게 잠시 머무는 동안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이다.

함께 흘러갈 수 있도록 기대하며 같이 있는 동안 즐거워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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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은 도피가 될 수 있었지만

떠나 있음은 또 다른 삶의 연속이었다.  156


기다림은 

어쩌다 저질러버린

키스의 뒷감당 같은것

아쉬움은 인색했던 사랑 고백처럼

멀어져갈 뿐.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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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견의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나역시 지독한 편견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80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100


피곤한데 행복하니?

행복한데 피곤하니?  172


희망도 때로는 피곤했다. 지금을 추억하자.  252


Tourist You are the Terrorist.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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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시 나무' 10미터가 넘는 나무.

고모는 종가시나무 같다. 푸르디 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꽅은 내년에 다시 피는거 아냐?

글쎄, 어떨까? 그런 사람도 잇을지 모르지만 엄마의 꽃은 이제 끝이라는 기분이 드네.  39


어른들은 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거짓말 하는 거야?

그거야 되도록 오랫동안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니까 그런 거지. 어른이 되면 여러 가지로 힘드니까.  41


너에게 좋은걸 가르쳐 줄게.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43


엄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어. 피아노를 배웠었거든. 꽤 잘 쳤단다.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만.

리나야~ 작문! 뭐가 되고 싶다고 쓸건지 정했니?

음~~ 몰라.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난.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119-120


엄마, 숙제 있잖아.

'주(主)'자로 단어 만들기.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어. 나 '주인'이 아니라 '주인공'이라 썼어.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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