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록이지만 무엇보다 살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의 삶을 진정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은 자신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여행의 가장 큰 재미는 사람을 만나는데 있다. 역사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문화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5



델리는, 그 지리적인 중요성으로 중세 인도의 5왕조(노예왕조 1206~90, 할지왕조 1290~1320, 투글루크왕조 1320

~1413, 사이이드왕조 1414~51, 로디왕조 1451~1526)의 주요 거점이었다.

1526ㄴ녀 무굴제국의 창건자인 바부르에 의해 멸망한 이후에도 델리의 영화는 계속되었다. 

황금의 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델리-아그라-자이푸르의 화려한 건축과 미술은 거의가 무굴제국 시대의 산물이다.  11


바부르는 아그라로 진주해 아람박이라는 정원을 만들었다.  13


초대 황제 바부르는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아들인 2대 황제인 후마윤은 당시의 문화선진국이었던 페르시아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굴-사라세닉 건축의 기반을 만들었다.  15-16


아우랑제브 황제가 죽은 뒤 궁정문화의 중심은, 델리에서 러크나우와 하이데라바드의 궁정으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면서 델리는 잠시 그 영화를 잃는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고 말한 것은 라캉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 시선에 부합하려 할 때 생긴다.  27


"스승이시여, 어찌하여 이곳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석가모니는 "여래가 태어난 곳은 북쪽의 룸비니이고, 깨달음을 얻은 곳은 동쪽의 보드가야니라. 최초의 설법지는 서쪽의 사르나트이다. 이 세곳의 중간에 쿠쉬나가르가 있다...."  57


증오에는 이유나 반항이 없었다.

그것은 앞뒤가 꽉 막힌 고무 호스안에서 점점 압력이 높아지는 물줄기와도 같았다.


'학대당하고, 맞고, 우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어른들의 이유 때문에 학대당해야 하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난 절대로 신을 인정할 수 없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187


인도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이해하기 힘든 일을 많이 본다. 다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 목할 일도 아니기에, 그냥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02


20세기의 대표적인 종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주의를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와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란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힘을 통해 믿기 어려운 놀라운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키는데요. 우리가 신비주의를 떠올릴 때 곧 바로 '비의적'이거나 '마술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 반면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진리에 대한 순수직관, 다시말하면 자기 자신을 절대자 혹은 그러한 섭리와 흐름에 온전히 내맡겨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상태라지요. 가장 깊이 잇는 자기의 존재를 완전히 구현한 상태 말이지요. 그래서 인도 종교의 기배적인 특징은 해탈의 투구에 있고 인도인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을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영원한 자유를 꿈꾼하도 합니다.

비단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의 신비주의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 혹은 민중신앙에서 말하는 신비주의는 신과의 몰아적인 친교를 통해 그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관계있다지요.  212-213


최근의 젊은 시인들 중에는 희곡을 써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 역시 미지의 참험가들처럼 시 자체가 아니라 시적인 어떤 기미를 찾아 경계를 넘나드는 멀고도 긴 여행길에 나선 거겠지요.

수백 개의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닌 큰 대륙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모순 된 세계가 마구 섞여 있는 땅이기도 하지요.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자이나교의 교리 한편에 종교 갈등으로 인간 폭력이 만연하고 있고,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베다>의 구절과는 상관없이 사우너에 드나들 자유마저 제한된 최하틍계급인 불가촉천민이 버젓이 존재하며 그러면서도 세계 최대의 의회 민주국가로 손꼽는 곳이 인도입니다. 국민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궁색한 가난의 때를 벗지 못했지만, 국가 자체로 보자면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핵실험에도 성공했으며 IT산업 최강국으로 초국가주의적인 정보망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혼재의 땅에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과 힌두교의 대중 신앙운동인 박티 사상이, 마더 테레사의 캘커타 거리와 달라이라마의 다름살라 망명정가 함께 공존하고 나란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237-238


암베르 카르는 독립 인도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불가촉천민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힌두 민족주의와 카스트 제도 안에서 불가촉천민을 바라봤던 간디와 그 자신이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마르크시즘에 기대고 있던 암베드 카르는 인도 독립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인도 밖에서는 간디가 더 유명하지만, 인도에서는 암베드 카르에 대한 외경심이 강해 오히려 간디보다 더 많은 동상이 있다고 한다.  245


박티 요가는 우리에게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274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얘기하는 것, 그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모습을 그들이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 그곳의 풍경들과 삶들과 내가 대화하는 것이리라.  286

Posted by WN1
,